그늘 중편선 003 《물과 선, 양버즘나무》
스릴러, 판타지, SF, 미스터리, 순수 문학을 고루 다뤄 오던 소설 브랜드 ‘그늘’에서 국내 소설 중편선을 기획했다. 우리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들의 반짝이는 작품을 모아 차례로 선보인다. 세상의 모습을 담은 문학이라는 거울은 우리를 비춘다. 그리고 이내 새로운 세상을 여는 밝은 길잡이로 독자의 마음에 자리를 잡는다. 저마다 에너지를 가진 젊은 작가들이 삶을 꺼내 만든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장르에 상관없이 세상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라면 무엇이든 모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이 책은 언제 어디에서든 펼칠 수 있다. 이야기가 일상에 스며드는 동안 작은 파동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소설을 가로지르는 다정한 통찰을 책의 등에 담았다. 시리즈 도서를 책장에 모아 꽂으면 힘이 있는 각각의 서사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짓게 된다. 기본에 충실한 흑백의 이미지는 독자들의 내면에서 조화를 이룬다.
그늘 중편선 시리즈는 장편소설이 지닌 강렬한 서사와 단편소설이 가진 밀도의 매력을 오늘의 문학 속으로 동시에 되불러 재해석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단숨에 읽을 정도로 짧지만 짜임새 있고, 단편소설보다는 길기에 훨씬 정교한 서사를 선사한다. 한 호흡으로 이어가는 서사의 힘, 이야기의 응축된 의미가 독자에게 닿아 짧지만 오래 남는 울림을 전할 것이다.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꼭 맞는 언어를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무사히 가닿기를 바란다.
서정적인 풍경 안에서 쉬는 마음
시간이 지나 비로소 발화할 수 있는 것들
열여덟,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는 이들의 일상은 눈이 부시다. 하지만 지금과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이는 일이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완전히 분해되는 경험을 하는 것과도 같다. 유진이 어떻게 삶의 권태를 견디고 스스로와 화해했는지. 함께 있어도 늘 외롭던 이준이 타인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자기 힘으로 모든 것을 헤쳐 나가던 태승이 어떻게 도움을 주고받는지 소설은 섬세한 언어로 조심스럽게 들여다본다.
시기와 동경 사이에서 서로를 헤아리던 아이들은 찬란한 이십 대가 된다. 그런 과정을 읽는 동안 독자는 젊은 날에 느꼈던, 그때는 미처 설명할 수 없었던 내면의 꿈틀거림을 감지한다. 초라하고 부족하다고 느끼던 그 시절이 얼마나 따뜻하고 충만했는지 떠올린다. 작가는 청춘의 유약함과 강함을 다양한 인물의 언어로 동시에 풀어냈다.
《물과 선, 양버즘나무》는 자극적인 이야기들 사이에서 잔잔한 풍경과 여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각자의 서사 속에서 변화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시간에 따른 자연의 모습 안에 녹아 있다. 청량한 봄과 여름의 싱그러움, 무르익는 가을과 차가운 겨울의 풍경 속에서 감정의 풍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사랑
기예적 평론 비판으로 문단에 등장한 김시홍 평론가가 시적 사유가 가득한 이야기를 내밀며 새로운 모습으로 소설의 세계에 도전한다. 젊은 날의 서투른 인간관계와 개인으로서 경험하는 시행착오를 모두 회고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최초로 타인을 이해해 보고자 하는 시도이며 동시에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이다.
인생의 방향을 정할 때마다 반복되던 답이 달라지고 헷갈리던 것들이 다시 해석되며 명료해지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성장이라고 부른다. 나를 구성하는 세계의 요소들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성장 또한 같은 속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헤어지게 된다.
이 소설은 연애 소설이자 이별 소설이다. 우리는 달라진 자아를 가진 채로 지나온 시간을 복기한다. 성장한 사람은 찬란하던 시간의 고통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시절을 아직 맞이하지 않았다면 감히 기대하라고 말하는 소설, 김시홍의 세계에서 빛나는 젊음을 향유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