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속으로 ::
기도 종이 울리자 유관순이 기도를 시작했다. 그런데 기도를 끝낼 때 ‘예수님의 이름으로 빕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그만 “명태 이름으로 빕니다”라고 한 것이다. 같은 방 아이들이 모두 배를 잡고 웃었다.
기숙사를 돌던 사감 선생님이 떠들썩한 웃음소리를 듣고는 씩씩거리며 달려왔다.
“너희 지금 뭐하는 짓이야? 경건한 기도 시간에 웃고 떠들고, 아주 정신이 나간 모양이구나!”
화가 난 사감 선생님이 큰 소리로 야단을 쳤다. 이 일로 그 방 아이들의 품행 점수는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그리고 방문에는 한 달간 빨간 딱지가 붙었다.
“아이고 계집애야, 왜 명태 이름으로 빈다고 했니?”
같은 방 친구가 어이없어하자, 유관순의 대답이 더욱 기가 막혔다.
“기도하는데 갑자기 명태 생각이 나잖아. 정수네 집에서 보내 온 명태 반찬이 얼마나 맛있냐? 그 생각을 하다가 예수님 이름으로 빈다는 게 그만 명태가 튀어나온 거지.”
아이들은 다시 또 배를 잡고 떼굴떼굴 구르며 웃고 말았다.
(58~59쪽)
“너도 소식 들었지?”
서명학이 다가와 유관순에게 슬며시 물었다.
“뭐? 3월 1일?”
유관순이 주위를 살피며 나직이 되물었다. 서명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관순도 그렇다고 눈짓했다.
“나갈 거지?”
“그럼, 나가야지.”
“잘됐다. 그럼 같이 나갈 친구들을 모아 보는 건 어때?”
유관순은 흔쾌히 좋다고 했다. 뜻있는 학생들 중에서 서로 마음이 잘 맞는 친구 세 명이 더 모아졌다. 유관순을 비롯해 서명학·김복순·김희자·국현숙 모두 다섯 명이었다.
“5인의 결사대네.”
“좋네, 5인의 결사대!”
“우리는 끝까지 함께하는 거다.”
다섯 친구들은 서로 손을 맞잡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84~85쪽)
유관순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고야마 소장이 달려와 유관순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 가면서 발로 차고 때렸다. 이를 본 아버지와 어머니가 큰 소리로 만세를 부르며 고야마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탕!” 하는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바람에 유관순도 고야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아버지 유중권이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총에 맞아 흰 두루마기가 붉은 피로 물들었다.
“아버지!”
“여보!”
유중권을 흔들어 깨웠지만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작은아버지 유중무가 달려와 유중권을 업고 주재소 안으로 옮겼다.
“빨리 치료부터 해 주시오!”
유중무는 주재소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헌병 보조원들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116쪽)
어느 날 한밤중이었다.
“왜놈들이 우리 어머니, 아버지, 마을 사람들을 죽였어요! 오빠마저 붙잡아갔어요!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갔어요!”
갑자기 고요하기만 한 어둠 속 침묵을 깨고 유관순의 울부짖음이 감옥 안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큰 소리로 울면서 부르짖는 유관순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들의 가슴을 쥐어뜯는 것만 같았다. 감방 여기저기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면 또 간수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유관순에게 매질을 퍼부어 댔다.
갈수록 유관순의 독립에 대한 열망은 커져만 갔다.
“이놈들아! 아무리 짓밟아 봐라! 내가 물러설 줄 아느냐! 반드시 독립을 이루어 네놈들에게 천벌을 내릴 것이다!”
하지만 몸은 갈수록 망가져 갔다. 아우내에서 칼에 찔린 곳은 여전히 낫지 않은 채 썩어 들어가고, 구타와 고문으로 상처투성이인 몸은 퉁퉁 부어올라 진물 범벅이었다.
(137~139쪽)
장례식이 끝나자 유관순의 시신은 수레에 실렸다. 요령 소리와 함께 수레는 덜컥거리며 정동교회 마당을 벗어나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천천히, 천천히 내려갔다. 이화학당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수도 없이 오고 간 그 길을 유관순 혼자서 덜컹덜컹 내려가고 있다.
오빠와 작은할아버지, 그리고 유중영이 뒤를 따르고 월터 학장과 김활란 선배가 탄 인력거 두 대가 멀찍이서 유관순의 마지막 길을 따라갔다. 멀리서 유관순을 배웅하는 친구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왈칵 울음이 터져 나왔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소녀는 이렇게 불꽃이 되어 타올랐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온몸이 불꽃이 되었다. 자유와 독립을 위하여 스스로 영원한 빛이 되었다.
차디찬 감방 바닥에 홀로 누워 부르던 노래처럼,
18세 소녀의 가여운 죽음으로,
대한이 살았다.
기어코 대한을 살린 것이다.
(1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