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속 출가 수행자가 묻는다,
‘당신의 이기심은 깨어 있는가’
라오스 숲속 사찰에서 수행 중인 쿠바 탐디 스님이 민족사에서 펴낸 신간 《나는 이기적 스님이다》를 통해 ‘이기심’에 대한 도덕적 금기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이 책은 이기심을 버려야 할 결함이 아니라 이해와 전환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불교·과학·심리학을 넘나들며 현대인의 욕망 구조를 해부한다.
《나는 이기적 스님이다》는 출가 수행자, 탐디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저자 쿠바 탐디(쿠바는 스님이라는 뜻)는 라오스 숲속 사찰에서 정진 중인 수행자로 스스로를 “여전히 갈애와 집착, 어리석음을 안고 사는 인간”이라고 규정하며, 깨달음의 언어가 아닌 미완의 수행자로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은 종교적 외피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완성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수행의 과정에서 길어 올린 질문들을 독자 앞에 놓는다.
이 책의 중심 질문은 분명하다. 왜 인간은 충분히 가져도 불안한가, 왜 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상처를 주고받는가.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개념과 붓다가 통찰한 ‘갈애(渴愛)’를 나란히 놓는다. 생명체가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려는 맹목적인 생존 본능이 붓다가 고통의 근원으로 지목한 ‘갈애(갈구하는 사랑)’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과학이 발견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미 2,500년 전 붓다가 심리학적으로 간파했음을 보여주며, 인간이 왜 끊임없이 욕망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는지를 합리적으로 증명한다.
이 책은 인간의 본능을 부정하는 대신 이를 어떻게 지혜롭게 다스릴 것인가에 집중한다.
■ 스님은 왜 자신을 ‘이기적’이라고 말했을까
저자는 스스로를 ‘이기적 스님’이라 명명하며 글을 시작한다. 그가 말하는 이기심이란 타인을 해치려는 탐욕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정직하게 직시하고 나로부터 삶을 바로 세우려는 ‘깨어 있는 힘’을 의미한다. 그는 부처님 또한 타인을 구제하기에 앞서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길을 떠났던, 가장 정직한 구도자였다고 해석한다.
내가 먼저 행복하고 평온해야 타인에게 줄 자비도 생겨난다는 ‘현명한 이기주의’가 이 책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다.
특히 저자는 욕망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욕망을 억누르거나 부정할수록 더 왜곡된 방식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욕망이 작동하는 구조를 ‘깨어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님은 “나의 이익을 좇을 권리는 있지만,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권리는 없다”는 이기심의 윤리적 경계를 분명히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난해한 불교 교리를 현대적인 비유로 생생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저자는 불교의 핵심 사상인 ‘무아(無我, 자아란 없다)’를 설명하기 위해 ‘소녀시대 홀로그램 공연’의 원리를 예로 든다. 무대 위에는 분명히 화려하게 춤추는 가수가 보이지만, 실제로는 빛과 데이터가 빚어낸 허상일 뿐이다. 저자는 우리가 ‘나’라고 믿는 자아 역시 유전자와 환경, 기억이라는 데이터가 모여 일시적으로 만들어낸 ‘홀로그램’과 같다고 말한다. 이 원리를 이해할 때 비로소 고정된 자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의 이력 또한 이 책의 현실성을 뒷받침한다. 탐디 스님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25년간 청년들과 함께 일한 뒤 라오스로 이주해 청소년들과 생활했고, 이후 숲속 사찰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인도·스리랑카·네팔 등지를 순례하며 체득한 수행 경험과 사회적 실천의 시간이 이 책 전반에 구체적인 사례와 성찰로 녹아 있다.
《나는 이기적 스님이다》는 종교적 위안을 제공하는 책이 아니다. 대신 욕망과 피로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우리가 무엇을 외면해 왔는지를 차분히 되묻는다. 이기심을 도덕적 죄책감이 아니라 성찰의 출발점으로 삼는 이 책은, 불교서이면서 동시에 현대 사회를 읽는 인문적 분석서에 가깝다.
저자가 도달하는 결론은 분명하다. 나를 살리는 길과 타인을 살리는 길은 다르지 않다는 것. 갈등과 번아웃이 일상이 된 오늘날, 이 책은 삶의 주권을 회복하는 하나의 기준점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