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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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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


  • ISBN-13
    979-11-5854-608-3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학이사 / 도서출판 학이사
  • 정가
    1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2-06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박기옥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문학에세이 #담장 #이웃 #삶 #공감 #이해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5 * 200 mm, 248 Page

책소개

 

나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게 수필이다. 박기옥 수필가는 이번 수필집을 통해 가까운 이웃부터 먼 이웃까지 담장 그 너머 낯섦에 주목했다. 담장 너머에는 도울 일도 도움받을 일도 많음을 알게 되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목차

 

1부 봄

 

기분 좋은 날

만남

탐매探梅

홍매화

나도 꽃

비단저고리

아모르 파티

유채꽃 단상

꽃 진 자리

마른 잎

꽃구경

 

 

2부 여름

 

개와 낭만

갑을甲乙놀이

깨밭

꼴값

불청객

의혹疑惑

땅따먹기

애비

수컷으로 살아남기

부동시不同視

비극 혹은 희극

아웃 포커싱

 

 

3부 가을

 

세상은 다시

쇠제비의 눈물

착각

공항에서

존엄과 치욕

시간을 넘어

갈대

담장 너머

종착역

울음터

쩨쩨한 인생

알 수 없는 일

 

 

4부 겨울

 

공범

한 번 더

안약을 넣다가

살아진다

졌잘싸

속곳 비상금

공空

아날로그를 위하여

이터널스

결핍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

AI에게

 

본문인용

 

[머리말]

 

 수필이 ‘나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문학장르’라면 작가는 당연히 담장 너머의 낯섦에 목말라야 할 일이다. 나는 여태껏 나의 담장을 쌓는 일에만 전념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거야말로 나와 남을 구분하는 바로미터로 이해하고, 나의 영역을 지키는 방법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담장은 그 너머에 무언가가 있음을 의미한다. 무언가가 있기에 담장이 생긴 것이다. 나의 한계를 넘어선 그 무엇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그 낯섦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이웃부터 먼 나라 이웃까지, 그들의 자연과 삶 모든 것이 궁금해졌다. 눈 크게 뜨고 관심 갖고, 냄새 맡고,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분석하고, 이해하고, 공유하려 애썼다.

 오래된 꿀병 뚜껑을 담장 너머로 해결한 날, 나는 산이라도 들어 올린 듯 기뻤다. 명절에나 올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담장 너머로 처리하니 스스로 대견했다. 돌아보면 담장 너머에는 내가 도울 일도, 도움을 받을 일도 많을 것이다. 수필이 이래서 좋다. 별보다 달보다 좋다.

 

 

[책 속으로]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걱정을 늘어지게 했더니 주위의 비웃음이 만만치 않았다. 60세를 넘긴 사람이라면 흔한 일일 뿐 아니라 입원할 필요도 없는 간단한 수술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멀리 사는 자식들도 남과 다르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가족톡방에서 게임하듯 가볍게 엄마 소식을 주고받더니,

 “하여튼 우리 엄마 겁 많은 건 질병 수준이라니까!”

 흉만 잔뜩 보고 나갔다.

 

 수술이 시작되었다. 의사는 자상하고 친절했다. 겁먹지 말라며 긴장된 내 어깨를 지그시 한 번 눌러준 후 마취주사를 놓았다. 눈 주변을 부분마취한다고 했다. 마취는 일시적 죽음을 의미한다. 이제 나의 눈은 나를 떠났다. 수술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눈은 나와 상관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문제는 살아있는 말짱한 정신이었다. 눈이 마취의 세계로 넘어가는 걸 느끼는 순간 나는 우리 몸이 유기체인걸 상기했다. 팔이 부러지면 다리에도 영향이 가고, 목이 아프면 허리까지 불편한 것이 우리 몸이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그 눈마저도 주삿바늘 하나로 감쪽같이 나를 떠나는데 정신인들 무사할까.

 생각은 이어졌다. 나는 새삼 나의 어수선한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참에 정리를 좀 해둘 필요성이 느껴졌다. 어차피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의술이 좋다지만 혹 아는가, 불현듯 나마저도 나를 떠나는 불상사가 일어날지.

 머릿속에 달팽이 모양의 지도 하나가 그려졌다. 나를 중심으로 일정 간격을 두고 동그라미를 몇 개 그려 넣었다. 나와 제일 가까운 안쪽은 자식들로 채워야 할 것 같았다. 딸이 먼저일까, 아들이 먼저일까. 톡방에서 시시덕거리는 행태로 보아서는 오십보백보지만 어젯밤 딸은 걱정 전화를 했고 오늘 아침 아들은 금일봉을 부쳤다. 누가 우선일까.

 다음 칸은 지인들이다. 편의상 남자와 여자로 나누는 게 좋겠다. 남자들은 대체로 실적이 저조했다. 총론에만 집중할 뿐 디테일에 등한했다. 위로랍시고 한다는 말이 기껏 누구나 알고 있는 나이와 질환의 상관관계만 장황하게 늘어놓다 말았다. 심지어는 수술 후 이튿날부터는 새로운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니 오히려 축하할 일이라고 퉁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 맨입이었다.

 여자들은 달랐다. 각론을 파고들었다. 구체적이며 섬세했다. 먼저 나의 수술 공포에 적극 공감하는 것부터 남자들과는 차이가 났다.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잘 먹어야 한다면서 수술 전 냉장고부터 채워주는 것도 달랐다. 제주 사는 며느리는 전복과 갈치를 보내왔고, 아파트 옆집에서는 오색 나물을 볶아다 주었다. 멀리 사는 후배는 연밥을 보내왔고, 함께 글공부하는 문우는 나박김치를 담궈 왔다. 수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선물을 보내온 선배도 있었다. 원피스였다. 나는 녹색 원피스와 백내장과의 상관관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당사자한테 물었더니,

 “정서적으로 위로가 되라고~.”

 달그락, 달그락.

 의사의 칼질 소리가 들려왔다. 기계로 동공을 확장하기도 하고 날카로운 바늘 같은 것으로 꿰매기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머릿속으로 지도의 두 번째와 세 번째 칸을 남녀 지인들로 적절히 배치했다.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는 없을까. 자식들이 알고 있어야 유사시 식사라도 대접할 텐데. 진즉에 작업을 좀 해둘 걸 그랬나.

 통증이 왔다. 마취를 했다고는 하지만 동공을 덮은 흰막을 걷어내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미세한 부분이라 더욱 신경이 쓰일 터였다. 나는 꼼짝없이 의사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눈을 저당잡히는 일은 온몸을 잡히는 것과 같다. 수술은 잘되고 있는 것인가. (중략) 밖을 나오니 대기하고 있던 두 친구가 나를 맞이했다. 이번 수술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한 특급공신들이었다. 오늘 장시간 수술실 밖에서 얼마나 조바심 내며 기다리고 있었을 것인가.

 나는 문득 아까 그린 달팽이 지도에서 두 사람을 빼먹은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이 이렇게 허술하고 이기적이다. 비록 마취상태에서 그렸다고는 하나 특급공신들을 빠뜨리다니 민망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찌하랴. 일단 두 사람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다행히 나도 살고 지구도 멸망하지 않았으니. 세상은 다시 수술 이전으로 돌아갔다.

 

-p. 134, ‘세상은 다시’ 중에서

 

 

 요 며칠 하찮은 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눈에 안약을 넣는 일이다.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처방을 내지만, 나로서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무엇보다 눈의 조준이 어렵다. 왼손으로 눈을 벌려 오른손으로 약을 넣는데, 약이 내려오는 순간 왼손도 놓고 눈도 감아버리고 만다. 약은 온 얼굴에 번져 안약으로 세수를 하게 된다.

 멀리 있는 자식들은 한심한 소리만 한다. 자기들끼리 엄마는 안약도 못 넣는다고 흉을 봐쌓더니 병원에 가서 간호사에게 레슨을 받으라고 조언을 한다. 그래도 딸이 조금 낫다. 왼쪽 눈에 넣을 때는 오른쪽을 흘겨보고 오른쪽 눈에 넣을 때는 왼쪽을 흘겨보라고 한다. 새치름히 안약을 흘겨보면서 넣으면 약이 눈에 저절로 고이게 된다고 가르쳐 준다.

 우여곡절 끝에 안약이 눈에 떨어지니 환영처럼 낯익은 얼굴 하나가 나타난다. 저세상으로 간 남편이다. 그는 생전에 안약 정도는 마술처럼 흘리지도 않고 눈에 잘 넣곤 했다. 길을 가면서도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 이쪽저쪽에 한 방울씩 떨어뜨렸다. 내가 신기해하면 빙긋 웃으며,

 “마라톤 하면서도 넣을 자신 있는데, 그런 종목은 없겠지?”

 안약 정도로 딴 세상 사람까지 데려오느냐고 나무라지 말기 바란다. 케네디가 떠난 후 기자가 재클린에게 ‘남편이 가장 생각날 때가 언제냐’고 물었을 때 망설이지도 않고 ‘가전제품이 고장 났을 때’라고 대답하지 않던가.

 “다리미가 말썽을 부리면 고쳐 쓸 것인가 새로 살 것인가 나는 그와 의논했지요.”

 아마도 남편은 안약으로 세수를 하는 내가 걱정되었으리라. 이런 걸 두고 유행가에서는 ‘사랑’이라고 하지 않던가. 결핍의 순간에 홀연히 나타나는 바로 이런 것. 눈을 확인한 그가 일상처럼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p. 202, ‘안약을 넣다가’ 중에서

 

서평

 

낯섦을 꿈꾸며

 

나와 남을 구분하고 나의 영역을 지키고자 자신의 담장을 쌓는 일에 전념하던 박기옥 수필가는 문득 담장 너머의 낯섦에 주목하게 된다. 가까운 이웃부터 먼 나라 이웃까지, 그들의 자연과 삶에 눈 크게 뜨고 관심 갖고, 냄새 맡고, 살펴보고, 그들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분석하고, 이해하고, 공유하려 애썼다.

 

담장은 그 너머에 무언가 있음을 의미한다. 나의 한계를 넘어선 무언가, 나에겐 없는 낯선 무언가이다. 그렇기에 서로 도울 일도, 도움받을 일도 많다. 수필집 『담장 너머』에는 그런 작가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계절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 4부로 나눠 담장 너머의 삶을 풀어놓는다.

 

순식간에 오래된 꿀병 뚜껑을 열어준 경비원, 병원에서 오래전 헤어진 첫사랑을 만난 친구, 애틋하면서도 때론 짓궂게 서로를 놀리며 애정을 표현하는 가족, 때로는 매화와 갈대마저 이웃 삼아 서로 기대고, 일상을 주고받는다. 간결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문체를 따라 웃고 울다 보면 어느덧 작가의 담장 너머에 닿게 될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나도 이제 손주까지 둔 할머니가 되었다.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다 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누구라도 나처럼 잘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할 것이다.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나머지 삶도 걱정하지 않는다. 가슴이 뛰는 데로 가면 될 일이다. 인생은 언제나 지금이니까.”

 

저자소개

저자 : 박기옥
대구대학교 수필창작 〈에세이 아카데미〉 원장
『아무도 모른다』 『커피 칸타타』 『쾌락의 이해』 『아하』 『시간 속으로』 『달의 진화(선집)』 출간

〈김규련 문학상〉
〈서정주 문학상〉
〈인산기행수필문학상〉
〈대구의 작가상〉 수상

대구수필가협회 회장 역임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한국수필가협회 운영이사
1954년 대구에서 창립한 종합출판사.
문학·인문·사회·교양·아동·실용 등 모든 장르의 종이책과 전자책을 출간한다. 학이사(學而思)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論語》)’에서 따온 이름으로, 이 말을 기업 정신으로 삼는다.
제37회 ‘한국출판학회상–기획·편집’ 부문을 수상했으며, 아동도서 브랜드 학이사어린이가 있다. 지역독서운동을 위해 학이사독서아카데미와 책으로 노는 사람들, 전국 지역출판사 책을 대상으로 하는 서평쓰기 대회 사랑모아독서대상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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