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에 펴낸 첫 시집,
칠십 년에 걸려 건져 올린 「손도 죽방렴」이라는 시 한 편,
시적 서정과 감각을 위해 태어난 신조어들,
전국 산하를 내달리며 몸으로 써 내려간 시!
『봄 도다리』는 바다와 섬에서 비롯된 시심이 오랜 시간 몸과 마음에 절여졌다가 마침내 언어로 떠오른 시집이다. 전방위로 열린 바다의 공간이 길러낸 상상력과 갯내음, 사철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시인의 일상과 기억 속에 스며들어 조용히 시를 준비해 왔다. 그렇게 숙성된 시심은 일흔의 나이에 이르러 비로소 첫 시집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시집은 고향과 바다, 계절과 달리기를 따라 네 개의 흐름으로 펼쳐진다. 고향의 얼굴들은 사라지지 않는 서사로 남아 삶의 뿌리를 드러내고, 바다는 갯마을의 속살과 생의 노동을 담담히 보여준다. 계절의 변화 속에서는 눌러두었던 감정이 리듬을 얻어 몸처럼 움직이며, 달리기는 세계를 통과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어 시의 호흡을 이끈다. 특히 물씨(꽃씨에 빗댄 말), 짐둥이, 달림이, 달림니, 바다울타리, 먼천달, 해월달 등의 신조어와 더불어, 리듬을 살리기 위한 의태어·의성어 사용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시편들이 눈에 띈다.
『봄 도다리』에서 바다는 배경이 아니라 시간이며, 섬은 고립이 아니라 되돌아보게 하는 자리다.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봄 도다리처럼, 이 시집의 시들은 말보다 기척으로 먼저 다가온다. 맨발로 땅을 달리던 시인은 이제 시로 바다를 건너며, 매 완주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봄의 순간들을 독자에게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