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지만, 노 젓는 사람이 많아야 민주주의의 배는 바람에 맞서 순항할 수 있습니다. 국민이 말하면 입법부가 대답해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만들고 싶었던 낮은 문턱의 정치였습니다. _p.32
국회에 들어온 뒤, 세월호를 포함해 가습기 살균제 참사, 산업재해 사망사고, 각종 대형 안전사고를 하나하나 마주하면서 이 비극의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건의 성격과 장소는 달랐지만, 건건이 관할하는 부서가 달랐고, 그만큼 국가의 책임은 쪼개져 있었습니다. 부처별 대응과 반응은 일관돼서 “우리 부처의 소관이 아니라”는 말이 후렴구처럼 반복됐고, 그들끼리의 소통도 단절돼 있었으며, 사후 대책이라는 것은 언제나 임시방편이었습니다. 닮은꼴의 재난은 반복되는데, 여기에 대처하는 모습도 닮은 꼴이었습니다. 되풀이되면 나아지는 게 아니라, 관행이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별 법률을 고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모든 정책과 행정의 출발점을 생명과 안전에 두는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걸 시민사회에서 제안했고, 21대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원이 발의했습니다. 그게 바로 생명안전기본법입니다. _p.74~75
제가 철들고 나이 먹는 만큼 서울도 자라고 성장했습니다. 그 어떤 변호사, 그 어떤 정치인, 그 어떤 시민보다 저는 서울을 안방 삼아, 앞마당 삼아 살아왔다고 자부합니다. 힘없는 사람들,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광장마다 주저앉아 보았고, 거리마다 누워봤습니다. 비가 내리면 비닐 한 장은 바닥에 깔고 다른 한 장으론 몸을 덮었습니다. 그리고 누워서 밤하늘을 바라봤습니다. 밤들은 유난히도 캄캄했지만, 빗속을 뚫고 어김없이 아침은 왔습니다. 저의 꿈은 서울이 모두의 아침이 되는 것입니다. 모두 꿈과 도전을 실현하고, 누구도 떠나고 싶지 않은 따스한 품처럼 서울의 미래를 설계해보고자 합니다. _p.131
서울은 이제 계획형 ‘변화와 쇄신의 도시’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낡고 오래된 도시가 아닌 변화를 통한 시민 친화적 도시로 거듭나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기회가 보장되는 특별한 도시. 그것이 대한민국의 수도, 미래의 서울특별시입니다.
꿈을 좇아 왔지만 정착할 수 없는 서울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시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기본특별시’를 제안합니다. _p.138
기본이 보장된 서울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도시가 될 것입니다. 새로운 위기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시민의 일상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입니다. 눈에 띄는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삶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키는 도시의 힘입니다.
서울이 기본을 책임진다는 것은 개인의 삶을 행운이나 배경에 맡기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주거 불안, 돌봄 공백, 의료 접근의 격차가 개인의 실패로 전가되지 않도록 도시가 최소한의 안전선을 분명히 그어야 합니다. 이는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기본특별시는 서울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입니다. 시민의 삶이 안정될수록 도전은 가능해지고, 기회는 현실이 됩니다. 기본을 단단히 세우는 일은 곧 서울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입니다. _p.174
기본이 갖춰진 서울은 다음을 꿈꿀 수 있습니다. 삶의 기반이 안정될 때, 시민은 비로소 다음을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을 버티는 데 쓰이던 에너지는 내일을 준비하는 힘으로 전환되고, 생존의 문제가 차지하던 자리는 가능성을 묻는 질문으로 채워집니다. 기본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기회가 작동하기 위한 출발선입니다.
이 출발선 위에서 서울은 기회의 도시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시민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어떤 가정에서 자랐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시도하고 어떤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가 미래를 결정하는 도시여야 합니다. 교육과 일자리, 창업과 기술, 문화와 혁신의 기회가 고르게 열릴 때, 시민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서울의 맥시멈, 기회특별시 서울입니다. _p.175~176
스타트업 서울을 구상하며 제가 꿈꾼 또 하나의 생각은 ‘혐오 없는 서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세대가갈라졌고, 성별로 갈라졌고, 빈부가 갈라졌고, 학벌로 갈라졌고, 이데올로기로 갈라졌습니다. 누구나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이것이 혐오 문화로까지 확장되면서 도전과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현상이 ‘생존의 불안’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계층의 사다리가 망가지고, 노력으로는 극복해낼 수 없어 보이는 좌절이 한국 사회 안에, 특히 청년들에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_p.180~181
혁신을 더 이상 강단 있는 개인의 용기에만 기대서는 안 됩니다. 청년의 도전에는 언제나 서울시가 안전망이 되어야 합니다. 외줄타기의 아래엔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빈틈없는 그물망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도전 성공을 통해 서울투자공사로 회수된 이익은 다시 서울의 복지와 안전을 지키는 강력한 재원이 되어, ‘서울 미니멈’을 더욱 단단하게 지탱하는 경제적 기둥이 될 것입니다. _p.181
사실 AI는 안전망을 만드는 기술이기 전에, 혁신과 성장을 확장하는 기술입니다. 누군가는 AI를 격차를 줄이는 도구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AI는 모든 격차를 뛰어넘는 사다리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누가 먼저 그 기술을 접해서, 어디에 쓰냐는 겁니다. 지금 서울시에 필요한 것은 기회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AI 전략입니다.
서울은 지금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넓은 인터넷망과 여기에 기반한 인프라 보급, 국민들의 기술에 대한 이해 수준, 세계적인 경쟁력, 그리고 AI가 학습할 수 있는 엄청난 데이터를 갖춘 서울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AI 수도로 거듭나야 합니다. AI를 ‘맛집은 어디야’, ‘내 과제를 도와줘’ 수준의 검색 장치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도전과 성장의 촉매제로 활용해야 합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_p.182
이제 서울은 단지 콘텐츠를 생산하는 도시가 아니라, 문화가 창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며, 다시 창작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갖춘 도시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의 무대가 일회성 방문지가 아니라, 머물고 연결되는 플랫폼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서울이 문화로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_p.199
자동차, 버스, 오토바이 등 내연기관 중심의 교통수단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강력한 공공의 의지를 발휘하여 차분히 긴 호흡의 계획을 가지고 점차적으로 숫자를 줄여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것은 대중교통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먼저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시내버스를 전면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하고, 택시 전량을 전기·수소차로 바꾸도록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죠. 대중교통 부문에서만큼은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_p.205~206
제로에너지건축물과 그린리모델링이 동시에 추진될 때, 서울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도시에서 에너지를 관리하는 도시로 전환됩니다.
서울은 복잡한 도시입니다. 미래 세대를 지키기 위해서, 서민의 가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 도시의 최저 안전망을 지키기 위해서, 한쪽 측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면적인 측면에서도 녹색도시가 되는 것은 서울에게도 가장 좋은 선택지입니다. 기후 친화도시 서울, 녹색도시 서울이 되는 것은 도시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며, 기후위기 시대에 서울이 경쟁력 있는 도시로 남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경로입니다. _p.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