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마음 위로 따뜻한 소리가 스며들 때, 그것은 파동이 아니라 손길이 된다. 목소리는 마음을 담고 삼켜내지 못한 감정을 소화하게 하는 그릇이 된다.
그리고 그 끝에 남는 것은 언제나 온도이다. 차갑지도, 지나치게 뜨겁지도 않은, 사람을 다시 숨 쉬게 하는 적당한 따뜻함. 나는 그 온도를 전하고 싶다.
- p.16~17
눈물은 단순히 슬픔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분노, 안도, 희망, 절망, 용기 같은 상반된 감정들이 서로 부딪치며 녹아내린 복합적인 감정의 결정체다. 눈물 한 방울에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서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감정이 자신을 온전히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며, 마음이 아직 살아 있다는 징표다.
- p.34~35
자율성이 지나치게 낮고 연대감이 높을 때, 사람은 자신보다 타인의 기대를 우선하며, 거절이나 자기표현을 두려워하게 된다.
반대로 자율성만 강조될 때는 고립과 냉담으로 흐르기 쉽다. 결국 성숙한 관계는 두 축이 서로를 지탱하는 구조 위에서만 가능하다.
결국 진짜 다정함은 타인에게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자기 안의 중심을 잃지 않는 힘에서 비롯된다.
- p.61
어떤 내담자는 이런 말을 했다.
“제가 힘들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요. 저는 늘 침착하고, 괜찮은 줄 알았다고요.”
우리는 흔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성숙하다’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 차분함 속에는 억눌린 외로움과 피로가 켜켜이 쌓여있다. 완벽한 사람의 얼굴 뒤에는 누구보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내면의 목소리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늘 이렇게 속삭인다. “나도 괜찮지 않을 자유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 p.97~98
멈춤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마음이 다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피로의 밑바닥에 닿아야만 보이는 풍경이 있다. 조용한 오후의 빛, 느리게 끓는 물의 소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의 온기. 그 고요 속에서야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의지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탱할 여백이다.
- p.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