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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크, 첫 키스, 재회


  • ISBN-13
    978-89-5586-855-5 (03850)
  • 출판사 / 임프린트
    세창출판사 / 세창미디어
  • 정가
    14,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1-3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슈테판 츠바이크
  • 번역
    윤순식 , 원당희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소설: 일반 및 문학 #슈테판츠바이크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13 * 188 mm, 272 Page

책소개

슈테판 츠바이크 소설시리즈 6권. 이번에는 세 편의 작품을 한 권에 묶었다. 각 작품은 광기, 첫사랑, 회상 등 상이한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인물이 내면의 욕망과 집착에 사로잡힌다는 점에서 맞닿는 지점이 있다. 

 

충동과 죄책감으로 현실과 유리된 채 한곳으로만 향해 가는 광기를 비롯해, 착오와 자기기만 속에서 그릇된 대상으로 커져만 가는 첫사랑의 감정, 간절히 그리던 이와 재회했음에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지연되는 욕망까지.  

 

세 작품은 하나의 물음을 공유한다. 인간은 과연 자기 감정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충동은 합리적 판단에 앞서고, 사랑은 오해 속에서 비대해지며, 기억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욕망을 불러낸다. 츠바이크 특유의 정묘한 심리 묘사와 절제된 문장으로 극적인 사건, 그 이면에서 불안하게 흔들리는 인물의 감정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목차

차 례

 

 

아모크 Der Amokläufer

 

첫 키스 Geschichte in der Dämmerung

 

재회 Widerstand der Wirklichkeit

 

역자 후기 

본문인용

26면 아마 당신은 저를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군요. 아니면 술에 취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은 아닙니다. 단지… 당신이 방금 한 그 말이 이상하리만큼 저를 건드렸습니다. 너무나 이상하리만큼. 바로 그것이 지금 저를 괴롭히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의무’… 정말 우리는 의무를 다해야 하는 걸까요?

 

44-45면  그리고… 저는 그것이 바로 제가 두려워했던 얼굴임을 깨달았습니다. 불투명한 그녀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철저히 통제된, 단련된 얼굴이었습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얼굴,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

 

94-95면 새벽이 가까워지자 그녀는 다시 한번 깨어났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이제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그 고상하고 차가운 냉담함이 없었습니다… 대신,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는 열병에 젖은 희미한 광채만이 깜빡이고 있었을 뿐, 그녀의 시선은 마치 낯선 공간을 헤매듯 주위를 살폈습니다… 그러다가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135면 이때 돌연 하얀 형체가 계단을 스치듯 아주 빠르게 내려와서, 그는 그것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달빛 같기도 하고, 아니면 나무 사이를 스쳐 가는 면사포가 바람에 빠르게 펄럭이며 사라지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이 하얀 형체는 소년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소년은 급하게 달려와 거칠게 두근거리는 육체를 팔로 우악스럽게 꽉 껴안았다.

 

153면 그러다가 그의 시야가 더 뚜렷해지자, 마치 미지근한 바람이 그들을 나무에서 날려 보내기라도 한 것처럼 애절한 슬픔이 그의 마음을 놀랍도록 사로잡았다. 가슴으로부터 따뜻한 뭔가가 눈물을 자아내었고, 그가 얼마나 마르고트를 사랑하는지 조금 전 얼마 동안 몸을 떨며 

포옹하던 순간보다 훨씬 강렬하고 분명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제까지 있었던 모든 일은 그에게서 사라지고 말았다.

 

212면  그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시간이 무기력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두 사람의 감정은 변함이 없다고 되뇌었다. 헤어진 지 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그녀의 목소리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신경을 집중하고 들어도 그녀의 목소리는 다르게 들리지 않았다. 그 긴 세월 동안 잃어버린 것도, 사라진 것도 전혀 없었다. 그녀와 함께 있어서 예전처럼 달콤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242면 두 사람은 승강구에 잠시 나란히 서 있었다. 그는 이 순간 난처하면서도 낯설고 고통스러운 느낌이 들었고, 그러자 그의 손에 들린 작은 트렁크가 크게 흔들렸다. 이때 돌연 그들 옆에 있던 기차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증기를 내뿜었다. 이에 놀란 그녀가 몸을 움츠렸다가 창백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두 눈은 혼란스럽고 불안정해 보였다. 

 

257면 시에 나타난 저 그림자는 길 위에 어른거리는 두 사람의 그림자였다. 두 사람의 그림자는 그들만의 고유한 언어를 다루면서 그 이상의 뭔가를 일깨워 주고 있었다. 그는 전율하면서 불현듯 그 인식의 두렵고 참된 의미를 깨달았다. 시는 예언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두 그림자는 과거를 찾아 헤매던 그림자가 아니었을까? 

서평

열대의 숨 막히는 공기를 헤치며 

한 사람이 숨 가쁘게 달려간다 

 

이성적인 판단은 작동을 멈췄고, 

남은 것은 막을 수 없는 충동뿐이다

숨은 더 가빠지고 시야는 좁아든다

사건은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다 

 

「아모크」는 내면이 기울어진 채 폭주하는 한 인물의 감정을 따라간다. 감정은 차츰 고조되는 음악처럼 조급한 속도와 과잉된 반응으로 서사 전체를 잠식하고, 독자 역시 자연히 그 리듬에 보조를 맞추게 된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배 위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 열대 식민지에서 의사로 일하던 그는 한 냉담한 귀족 여성의 부탁을 거절하고, 그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 번의 어긋난 판단을 시작으로 잇따른 오판이 거듭되며 인물은 자신을 멈추지 못한 채 끝을 향해 밀려간다. 독자 역시 저항할 틈 없이 끌려가고 이야기는 점점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혼란한 착각에서 시작되어

끝내는 아릿한 감각으로 남는 첫사랑처럼

 

「첫 키스」에서도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번의 강렬한 접촉이 소년의 감각을 한껏 부풀리고, 소년은 저 혼자 오해 속에서 사랑을 완성한다. 하지만 그 감정은 착오와 자기기만 위에 세워진 것이었으므로 거기에 순수한 설렘은 없었다. 

황혼 무렵의 숲에서 소년은 정체 모를 누군가로부터 기습적인 포옹과 첫 키스를 당한다. 다음 날 그는 동일한 장소에서 어제와 같은 열기를 기다린다.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시작된 감정은 이윽고 한 소녀를 향한 확신으로 굳어지지만 그것은 착오였다. 오해가 밝혀지는 순간 사랑은 끝이 나고, 달콤한 여운과 함께 쌉싸래한 뒷맛이 소년의 마음 깊은 곳에 감돈다. 

 

“얼어붙고 눈이 내린 오래된 공원에서

두 그림자가 흘러간 과거의 흔적을 찾고 있네”(257면)

 

앞선 작품이 오해가 해소되며 금세 사그라지는 사랑을 그린다면, 「재회」는 시간과 현실에 짓눌렸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사랑을 다룬다. 오랜 시간 후에 다시 마주한 얼굴 앞에서 감정은 형태를 바꾸어 모습을 드러낸다. 반가움보다 먼저 찾아오는 것은 망설임이며, 그사이에 축적된 시간은 관계를 조용히 그러나 소란스럽게 압박한다. 

구 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이 기차에 오른다. 흔들리는 객차 안에서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간다. 가난한 청년이었던 그는, 한 기업에 채용되어 사장의 집에 기거하며 사장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곧 그의 출장으로 이별을 맞는다. 재회 후에도 서로의 감정이 이전과 다름없음을 알아채지만 두 사람은 끝내 넘지 못할 선 앞에 머무르고 만다. 재회는 욕망을 불러오지만 현실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거창한 사건이나 외부적 드라마보다, 

인간 내면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충돌에 집중한다.”(268면)

 

세 편의 작품은 각기 다른 소재를 가지고 서사를 전개하지만, 인물이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바로 그 지점에서 무너진다는 점에서는 꼭 닮아 있다. 충동은 합리적 판단을 앞서고, 사랑은 오해 속에서 비대해지며, 기억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금 욕망을 불러낸다. 작품 속 인물들은 자신이 감정을 선택했다고 믿는 듯싶지만, 실상은 감정에 의해 자신이 선택된 채 끝을 향해 한없이 밀려나는 것 같다. 

감정을 거의 해부하다시피 하는 정묘한 심리 묘사와, 상황을 냉정한 시선으로 분석해 장면을 문장 속에 고정하는 츠바이크 특유의 절제된 글쓰기는, 사건 자체보다 그 직전에 스치는 불안, 망설임, 자기기만, 그리고 균열이 생겼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들을 파고든다. 파국은 두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 이미 기울어진 내면이 인물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움직였을 뿐이다. 인물들이 미처 통제하지 못한 감정은 이내 독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저자소개

저자 : 슈테판 츠바이크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1881–1942)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슈테판 츠바이크는, 20세기 유럽 문학의 가장 빛나고도 섬세한 목소리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시로 시작해 소설과 희곡, 전기와 산문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로지르며 끊임없이 글을 써냈고, 「아모크」, 「감정의 혼란」, 「모르는 여인의 편지」, 「체스 이야기」 같은 작품들로 인간 내면의 열정과 불안을 음악처럼 맑고 격정적으로 그려 냈다. 츠바이크는 또한 발자크, 도스토옙스키, 니체, 마리 앙투아네트, 마젤란 등 역사와 사상의 인물들을 불러내어, 그들의 삶 속에서 인간 정신의 극적인 순간을 포착한 전기 작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글은 언제나 섬세한 공감과 비극적 통찰로 가득 차 있었다. 또 고리키, 롤랑, 베르하렌, 보들레르 등과 교류하며 번역과 편집에도 힘썼다. 그러나 그가 살았던 시대는 파괴와 추방의 시대였다. 나치즘이 유럽을 휩쓸며 그의 책은 불태워졌고, 그는 유랑하듯 여러 나라를 떠돌았다. 끝내 1942년, 브라질 페트로폴리스에서 아내 로테와 함께 스스로 생을 거두었다. 그의 마지막 작품, 자서전 『어제의 세계』는 황금빛 문화의 절정과 파멸로 가라앉은 시대를 기록한 애가(哀歌)이자, 한 작가가 남긴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이별의 편지이다.
번역 : 윤순식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공군사관학교에서 독일어 전임교수를 역임했고,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박사후 연수(Post-doc) 과정으로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에서 현대독문학을 연구하였고, 오랫동안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였으며, 한양대학교 연구교수, 덕성여자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교양과(독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 한국토마스만학회 회장이다. 제18회 한독문학번역상(제11회 시몬느번역상)을 수상하였고, 대중을 위한 공개강연도 자주 하고 있다.(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5079) 『병과 문학』, 『문학과 정치』, 『문학과 음악』, 『근대독일문학 작품에 나타난 자본주의 경제』 등 30여 편의 논문을 위시하여, 저서에는 『토마스 만의 《마법의 산》 읽기』, 『아이러니』, 『토마스 만』, 『전설의 스토리텔러 토마스 만』, 『토마스 만의 생각을 읽자』, 『헤르만 헤세의 생각을 읽자』, 『프란츠 카프카의 생각을 읽자』, 『이해와 소통 글쓰기』, 『최강독일어』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교양』(공역), 『정신병리학 총론』(공역, 전4권), 『역사의 지배자』, 『작약등(芍藥燈)』, 『아이 사랑도 기술이다』, 『마의 산』(전3권), 『변신』, 『괴테, 토마스 만, 니체의 명언들』, 『로스할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토니오 크뢰거』,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독일 전설』(공역, 전2권),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 예술, 광기, 운명』 등 다수가 있다.
번역 : 원당희
고려대학교 독어독문과에서 토마스 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잠시 독일 에얼랑엔대학에서 수학하며 독일 문예학과 철학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후 고려대학교와 한양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독어독문과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주로 독일 문학과 철학에 관한 문헌을 번역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토마스 만에서 독일적 유미주의의 정치적 현실화 문제」, 「현대소설의 시간 현상: 토마스 만을 중심으로」, 「루카치의 문예비평과 총체성」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천재, 광기, 열정』, 『환상의 밤』, 토마스 만의 『마법의 산』, 『쇼펜하우어, 니체, 프로이트』, 힐레브란트의 『소설의 이론』, 위르겐 슈람케의 『현대소설의 이론』, 프로이트의 『토템과 터부』, 한스 레만의 『프로이트 연구 I, II』, 한스 큉의 『안락사 논쟁의 새 지평』, 마르틴 루터의 『독일 기독교 귀족에게 고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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