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미국 우선주의의 트럼프 2.0 시대
국내 최고 외교 전문가 김준형이 제안하는
슬기로운 동맹 전략
2026년 1월 3일,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전격 침공하여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해 미국의 법정에 세웠다. 주권국가의 지도자가 자국 영토 안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강제로 축출되어 압송된 사건은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이러한 무법적 군사 공격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외정책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이름으로 오로지 자국 이익을 위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가치와 규범을 지속적으로 무너뜨리고 있다. 이 외에도 WHO 탈퇴 선언, 덴마크령 그린란드 강제 병합 의지 표명, 동맹국에 대한 일방적인 관세 부과와 투자 갈취 등 약탈적 제국주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세계 경찰 국가’와는 전혀 다른 ‘깡패 국가’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슬기로운 동맹 생활》은 연대와 협력이라는 ‘동맹’의 유효성이 사라진 시대, 한미동맹의 존재 가치에 대해 정면으로 의문을 던지는 책으로, 국립외교원장 출신의 국제정치학자인 김준형이 5년 전 출간했던 문제작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의 후속판이다. 당시 저자는 한미 관계를 미국에 의해 길들여진 ‘가스라이팅’ 관계라 언급함으로써 한국 사회 내부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저자는 이번 책에 전작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트럼프 2기 출범으로 말미암아 일어난 최근 사건들에 대한 분석과 대응 전략을 담아냈다. ‘팍스 아메리카나’가 무너진 시대의 복잡한 국제 정세와 한미 관계를 간단명료하게 정리하여, 외교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특히 이 책은 오늘날 국제질서를 ‘미중 신냉전’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경계한다. 미중 전략 경쟁은 과거의 미소 냉전 시대와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중 전략 경쟁은 과거의 냉전과 달리 이념 대립이나 명확한 진영 분리가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승자 없는 지속적인 소모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국의 금융위기 극복과 중국의 부상 과정을 살펴보면 미중은 따로 떨어뜨릴 수 없을 만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장기간 생존과 이익을 추구해나가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 책에서 김준형은 그 해법으로 양자택일의 ‘선택의 외교’가 아닌 ‘조율의 외교’ 전략을 제안한다.
트럼피즘의 시대,
시험대에 오른 한국 외교
한국은 대내외적으로 중대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안으로는 극우가 창궐하고 있으며, 밖으로는 우리가 이익을 얻어온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이에 올바르게 대응하기 위해 저자는 먼저 현재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트럼피즘’의 세 기둥, 즉 반세계화와 인종 혐오, 반민주주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2025년 9월 조지아주에서 벌어졌던 폭력적인 한국인 구금 사태, 반복되는 관세 인상 압박, 대미 투자 강요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 진영의 여섯 개 파벌의 각 속성과 주요 인물을 살펴봄으로써 2025년 8월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 직전 트럼프의 돌발 행동이 일어난 이유를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저자는 한국과 미국의 극우 네트워크가 생각보다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상호 간에 단순한 메시지 전파를 넘어 ‘자본-정치-종교’가 결합된 하나의 네트워크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한국 극우의 발호는 물론 한미 양국 관계와 국익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에,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김준형은 대미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제안한다. 한미동맹은 해방 이후 한국 사회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의존해온 근간이었다. 안보와 경제는 물론이고, 의식까지 지배해온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아성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은 동맹의 가치를 부정하고, 나아가 동맹국을 자국 이익을 위한 착취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저자는 동맹의 효용성은 줄어들고 있고, 오히려 리스크로 변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미국의 실체를 제대로 직시하고 한국이 스스로 일어설 기회를 만들어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동맹을 전면 부정하거나 찬반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현실적인 동맹 전략’이 무엇인지 천천히 되짚어 보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저자는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외교 전략은 모두가 알아야 할 생존 기술!
동맹을 대하는 한국 외교 3색 필살기
제1의 필살기: 느리게, 버팀의 미학
트럼피즘에 대항하는 최선의 방책은 ‘느리게’ 대응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각개격파 방식을 통해 개별 국가를 압박한다. 트럼프는 매우 즉흥적인 인물로 단기적인 정치 성과에 집착한다. 이런 인물에게 즉각적으로 반응하면 오히려 그 페이스에 말려든다. 또한 미국은 압도적인 힘을 가졌기에 빠르게 반응할수록 우리에게 더욱 불리하다. 그러므로 느리게 버티면서 먼저 고비를 넘긴 후, 부분적으로 양보하면서 이를 훨씬 더 크게 보이게 만들어 핵심 이익을 지켜내야 한다.
제2의 필살기: 함께, 연대의 미학
다음은 외교를 다변화해 미국에 다자 대응하는 것이다. 트럼프식 압박의 본질은 전형적인 ‘분할과 지배’ 방식이다. 상대 진영을 갈라놓고 각자도생의 제로섬 게임으로 몰아넣는다. 따라서 유사한 처지에 있는 미국의 우방국과의 횡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일본, 유럽, 캐나다, 멕시코, 호주 같은 나라들과 함께 대처하는 것이다. 아울러 미중 사이에서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한 ‘스윙 스테이트’ 전략으로 우리의 이익을 챙겨야 한다.
제3의 필살기: 당당하게, 자주의 미학
세 번째 필살기는 철저하게 자주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미국의 정책이 한국의 국익과 배치될 때는 우리의 이익을 우선하는 실용 외교를 보여줘야 한다. 이러한 당당한 외교는 역량에서 나온다. 이제 한국은 경제, 기술, 국방, 문화 등 다방면에서 그 역량도 충분하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감한 역제안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용 외교를 방법론으로 하되, 궁극적으론 자주와 연대를 추구하는 진보적 민족주의를 원칙으로 삼는 것, 그것이 최종 필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