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부터 탈북민, 귀화인까지,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의 삶을 기록하다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게 되는 관광객이나 유학생부터 잘 알지 못하는 고려인, 탈북민, 귀화인까지…. 이 책은 ‘외국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왔던 사람들을 서로 다른 삶의 위치에서 다시 호명한다. 한국에 오게 된 이유도, 머무는 방식도, 그 시간도 각기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 안에서 외국인이 어떻게 살아가고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말하는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을 평가하기보다 경험한 그대로를 솔직하게 말한다. 빠른 시스템과 우리에게 익숙한 관습들은 외국인의 눈에는 낯설어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 사회의 모습을 통해 익숙한 풍경을 한 발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한국을 새롭게 규정하거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짚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서로 다른 시선을 나란히 놓아 오래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이 책은 외국인의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어도 체류 자격, 직업, 언어에 따라 일상은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한국을 ‘방문한 사람’과 ‘살아가는 사람’ 사이의 거리, 잠시 머무는 삶과 뿌리내린 삶의 차이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 책은 여러 외국인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 안에 겹겹이 놓인 현실을 잘 보여 준다.
‘외국인’과 ‘우리’ 사이,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사람들
읽다 보면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지점이 몇 군데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혼혈, 고려인, 탈북민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기는 하지만 일상에서 그리 자주 마주할 일이 드문 사람들이다.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접해온 문화가 다른 외국인이기도 하지만, 같은 줄기를 가진 동포이기도 하다. 국적이나 혈통, 언어와 문화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쉽게 답하기 참 어렵다.
이 책은 그러한 이들의 삶과 사례를 아주 특별한 모습으로 담지 않는다. 그들이 보고 들은 것, 그리고 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들려준다. 혼혈, 고려인, 탈북민은 뉴스나 교과서 속에만 존재하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한국 사회 안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이들이며, ‘도움’이나 ‘해결’이 필요한 존재들이 아니다. 그저 한국 사회 속에서 이곳을 이루는 구성원이 되어 함께 잘 살아가기를 원할 뿐이다.
《내가 만난 외국인들》은 이러한 이들의 삶을 함께 듣고 이야기할 장을 마련해 준다. 그래서 이 책에는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이름을 붙이며 영역을 구분하기보다, 삶의 양식 속에서 그어져 온 경계 자체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말이 휘발되기 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 ‘인터뷰의 힘’
이 책은 인터뷰의 진솔함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단순히 소비되는 가십으로 다루지 않는다. 영상과 숏폼 콘텐츠가 빠르게 뜨고 지는 환경 속에서, 이 책은 말과 글이 끝까지 전달되는 방식을 선택한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미처 명쾌하지 않은 부분도 있고, 망설임이나 반복 역시 그대로 실려 있다. 이 책에서 인터뷰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형식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그대로 듣고 옮기는 기록에 가깝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아주 담백하다. 더 과장하거나 화제성을 모으기 위해 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열 명의 외국인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며 겪은 경험들을 그저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다. 우리가 ‘외국인’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스테레오타입이 있지만, 이 책은 그들을 하나의 이미지나 집단을 대표하는 존재로 묶지 않는다. 각자의 시간을 살아온 사람으로, 자신의 삶을 이어 가는 ‘개인’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 책은 그들이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이 모두 사라지거나 휘발되기 전에 붙잡아 둔 기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한국 사회를 비추는 하나의 지표가 되어 준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 다시 펼쳐 보아도,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이야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