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평면표지(2D 앞표지)
입체표지(3D 표지)
2D 뒤표지

프루스트 클럽


  • ISBN-13
    979-11-6210-259-6 (44800)
  • 출판사 / 임프린트
    바람의아이들 / 바람의아이들
  • 정가
    17,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1-31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혜진
  • 번역
    -
  • 메인주제어
    어린이, 청소년 소설: 일반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소설: 일반 및 문학 #어린이, 청소년: 소설, 실화 #어린이, 청소년 소설: 일반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청소년
  • 도서상세정보
    148 * 210 mm, 280 Page

책소개

길고 긴 소설과 천 개의 피스를 가진 지그소 퍼즐

그 시절 우리가 함께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꼽히는 작품이지만 좀처럼 완독하기 어려운 책으로도 악명이 높다. 모두 일곱 권인데 한국어 번역본으로는 무려 열세 권에 달하니 큰맘 먹고 시작해도 웬만해서는 책장을 훌훌 넘기기도 어렵고 잘 읽어나가다가도 한번 내려놓으면 영영 다시 집어들기 어려운 책인 것이다. 세상에는 그 가치와 중요성을 알면서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운 일이 얼마나 많은지. 따라서 김혜진의 청소년소설 『프루스트 클럽』이 이 길고 긴 소설의 완독을 목표로 모인 십대 독서 클럽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은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다. 열일곱, 열여덟 아이들에게 프루스트의 길고 난해한 소설을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야기는 갓 스무 살이 된 화자 윤오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일본 여행길에 들른 미술관에서 열일곱 살 여름에 몇 개월간 지속했던 독서 모임 ‘프루스트 클럽’을 떠올리는 윤오. 십대 시절을 떠올린다는 건 즐겁고 애틋한 기억과 눈을 질끈 감고 싶은 고통을 동시에 되새기는 일이다. 그 시절 윤오는 전학 온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하고 있다가 도서관에 가서 씩씩하고 당당한 학교 밖 청소년 나원을 만나고, 나원과 함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이름의 카페에 드나들게 된다. 그곳에는 소설 속 인물처럼 ‘오데뜨’라 불리는 신비한 여자 주인과 말 없는 알바생 제영군이 있고 여기에 어두운 비밀을 갖고 있는 모범생 효은이 합류하면서 이들은 금세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처럼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된다. 이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함께 읽는 프루스트 클럽은 어엿한 아지트까지 가진 나름의 동아리가 된다. 

얼마 전까지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던 사람들이 모여 시시껄렁한 농담과 진지한 대화를 오가며 이야기하고 웃고 함께하는 시간은 뜻밖의 큰 기쁨과 보람을 준다.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고 공부를 하며 의미 없이 살던 윤오에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란 살아가는 의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까마득히 긴 소설과 천 개의 피스를 가진 지그소 퍼즐 덕분에 그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우정과 친밀함이 깊어질수록 이들 사이에 놓인 거리와 틈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난하지만 알바를 하며 자기 길을 찾아나서는 나원이와 부유한 집안에 누가 봐도 성공적으로 학교 생활을 해나가는 효은이는 서로를 정말로 이해할 수 있나? 지금 학교로 전학 와서 모든 일을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윤오가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카페 창고에 전 남자친구의 책을 잔뜩 쌓아두고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는 오데뜨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20년 만의 개정판, 여전히 불안정하고 모호함으로 가득한 세계

그 안에서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

 

20년 만에 새로운 개정판으로 선보이는 김혜진의 『프루스트 클럽』은 2005년 출간된 이후 꾸준히 독자들을 만나왔으며 십대 시절 읽은 이 소설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다는 독자들의 감상이 지금까지도 당도하고 있는 작품이다. 2000년대 한국 청소년소설이 주로 사회적, 역사적 이슈에 천착하거나 흥미로운 소재와 유머 감각을 내세우는 경향이 있었다면 『프루스트 클럽』은 주류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진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가정 폭력이나 학교 내의 계급 문제 등도 다루고 있지만 이 작품에서 그리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영역에 있다. 당시의 젊은 작가 김혜진은 청소년들에게도 문학적으로만 이야기될 수 있는 내면의 삶이 있다는 것을 첫 청소년소설에 제대로 담아내었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국의 청소년 시기는 대학입시를 향해 모든 욕망과 낭만이 유예되는 때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여전히 교복과 두발 규제, 야간자율학습이 존재하고 학부모와 교사 등 어른들의 권위가 서슬 퍼렇던 시절의 십대들이란 지금보다 훨씬 더 억압당하고 움츠러들어 있었다. 십대 때 겪는 사소한 절망이나 슬픔 같은 것들은 대학에 가고 나면 모조리 잊혀질 거라고 온 사회가 윽박지르는 분위기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탐색하고 영혼의 허기를 채우는 일 같은 건 아예 문젯거리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른들이 쉬쉬하며 자기 잘못을 덮어줄 때 윤오가 고통받는 건 단순한 죄책감 때문이라기보다 온 세상이 부당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나원도, 효은도, 어쩌면 오데뜨나 제영 군도 세계의 어긋남을 예민하게 감지하며 서로에게 위안을 구하고 있었던 건지 모른다. 

『프루스트 클럽』은 열일곱 어느 한 시기, 비밀스러운 시공간을 공유하며 우정을 나누고 자아와 세계를 탐색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프루스트의 소설을 함께 읽으며 서로에게 다가서는 아이들은 그 책처럼 길고 혼란스러운 성장기를 관통하는 중이다. 어른들 말처럼 결국은 다 지나가겠지만 십대 시절이란 끝을 모르고 헤매는 터널 속에 있는 시간 같은 것이다. 나는 누구일까,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불안정하고 모호함으로 가득한 세계와 그 안에서 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이들. 끝내 다 읽지 못한 책을 함께 읽고 머리를 맞대고 모여 있는 시간은 윤오에게 그 시절을 견딜 힘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취향과 감각, 윤리의식을 지닌 사람을 찾고 연결되고자 하는 소망은 보편적이라 할 만하다. 따라서 개정판 『프루스트 클럽』은 원작의 이야기와 분위기는 그대로 둔 채 오늘날의 독자들이 낯설게 느낄 만한 대목을 수정하여 20년간의 시차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개정하였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나눌 수 있는 가장 깊고 따스한 마음에 대하여, 우리 모두가 잃어버린 슬프고 아름다운 시절에 대하여 되새기게 되는 청소년소설이다. 

목차

일본, 겨울, 미술관으로 가는 길. . . 7 

 

1. 시작 이전. . . 14 

2. 두 개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 19 

3. 갑자기 시작된 진짜 여름. . . 40 

4. 푸르, 프르, 프루스트 클럽. . . 58 

5. 까마귀와 태양과 씨 뿌리는 남자. . . 74 

6. 효은. . . 84 

7. 더하기 하나. . . 103 

8. 제영 군. . . 119 

9. 아주 작은 균열. . . 133

10. 세상의 모든 상처. . . 150 

11.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너무 많은 것을 했던 개교기념일. . . 169

12. 돌이킬 수 없는. . . 179

13. 해야 하는 일. . . 196

14. 이백스물일곱 권의 책과 송년 파티. . . 216

15. 사라지다. . . 233

16. 마지막 모임. . . 245

17. 끝 이후. . . 257

 

일본, 겨울, 미술관에서 오는 길. . . 265

 

작가의 말. . . 271

두 번째 작가의 말. . . 277

본문인용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입속에서 중얼거려 보았다. 누구더라, 프랑스의 어떤 작가. 이미 죽은 사람. 그 사람이 쓴 소설 제목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시간은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던가. 시간을 잃어버렸다면 내 앞의 시간을 잃어버린 걸까, 뒤의 시간을 잃어버린 걸까. 과거를, 아니면 미래를? 시간을 잃어버리기도 했으니 찾을 수도 있는 것일까. 나는 내가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잃어버린 것을 도로 찾아 들고 이게 바로 내가 잃어버렸던 시간이야! 라고 외칠 수도 있는 것일까. 모모가 손에 쥔 시간의 꽃처럼. (p.22-23)

 

“나 이런 책 한번 읽고 싶긴 했거든. 아주 길고 지겹고 어려운 책.” 

풋, 나는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 

“길고 지겹고 어려운데, 왜 읽으려고?” 

“읽고 싶으니까!” 

나원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고, 물었다. 

“같이 읽어 볼래?” 

“같이?” 

“독서 클럽 같은 거 있잖아. 둘이서 해 보는 거지.” 

“독서 클럽?” 

나는 앵무새처럼 나원이의 말을 반복했다. 나원이는 꼬박꼬박 대꾸했다. 

“그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기 클럽이라든지……. 좀 길다, 근데.” 

“프루스트 클럽.” (p.146)

 

“퍼즐을 쉽게 맞추려면, 먼저 모두 그림이 있는 쪽으로 뒤집어. 그다음에는 이렇게, 한쪽이 직선인 테두리 조각들을 찾는 거야. 테두리를 둘러 맞춰 놓아야 안을 채우기가 쉽거든.”

“사는 거랑 비슷하네.” 

나는 중얼거렸다. 

“테두리를 정하고, 그리고 안을 잘 채우기. 테두리 밖의 퍼즐들이 있다면, 그것들은 어떻게 될까.” 

“테두리 밖에도 퍼즐 조각들이 있다고 생각해?” 

나원이가 물었다. 

“나는, 늘, 그런 기분이야.” (p. 80-81)

 

“넌 너무 강해 보여.” 

“뭐라고?” 

얼떨떨했다. 이유 같은 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냥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강해서라니. 

“너무 뚜렷하고 튀고 굽힐 줄을 모르니까.” 

“내가 어디가 그래?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해.” 

“남들이 생각하는 걸 네가 다 알기라도 해?”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 네가 어떻게 다 알아?” 

내가 말하자 효은이는 물러섰다. 

“하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네. 근데, 난 그렇게 생각했어. 너 처음 봤을 때 말이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 얘랑은 무지 친해지거나 아주 원수가 되겠구나. 그러니 친구가 될 수밖에 없잖아. 인생 모토를 지키려면.” 

“인생 모토?” 

“적을 만들지 않는다.” (p.88)

 

“우리 엄만, 말을 안 해.” 

효은이가 내뱉듯 말했다. 툭, 효은이의 말이 내 가슴 위에 떨어졌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말을, 안 해.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진 않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모른 척할 수가 있지. 내가 일찍 잠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텐데.” 

“……알아도, 말 못 할 때가…….” 

“나, 안방 열쇠 가지고 있어. 엄만 안방 문을 꼭 잠그고 다니거든. 일하는 아줌마도 안방엔 안 들어가. 나는, 낮에, 아무도 없을 때, 동생들도 없을 때 들어가 본다. 깨끗해. 따뜻해 보이기도 해. 근데, 있어, 이상한 냄새 같은 게. 꽃병은 일주일에 한 번씩 바뀌고 화장대 거울도 마찬가지야. 왜 엄마는 굳이 꽃병을 두려고 할까? 또 깨질 텐데. 꽃도 늘 생화로만 꽂아 두고.” (p.162)

 

“아직은 도망쳐도 좋을 때야, 윤오.” 

도망? 나는 도망치고 있는 거야? 나는 물잔을 잡았다. 차가움. 습기. 

“언젠가는 마주해야만 하는 때가 오는 것이지만.” 

오데뜨는 손으로 공중에다 선을 그었다. 

“여기. 여기까지 왔을 땐, 더 이상 도망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어져. 정면으로 부딪쳐야만 하는 곳이야, 여기는.” 

나는 숨을 죽이고 보이지 않는 선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디까지 온 것일까. 이미 그 선에 닿은 건 아닐까. 울고 싶은데 눈물이 나지 않았다. 눈물은 눈꺼풀 뒤에 걸려, 울음은 목 아래 걸려 도저히 나 올 것 같지 않았다. 

“……나는, 내가 무서워요.” (p.176)

 

죄책감을 가지고도, 행복해지면 안 돼? 

잘못한 사람은 더 나빠지는 것 외에, 나아질 방법은 없어?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차갑고 건조한 겨울 공기. 기침이 나왔다. 

변명할 때가 아니야. 제발. 

시작했으니까, 계속할 수 있다. 지금은 나를 생각할 때가 아니 야. 상처 입고 싶지 않다고 말할 때가 아니야. (p.211-212)

 

“너, 미안하다고 했지.” 

“그래.” 

“내가 불쌍해 보였니?” 

“아니야!” 

말이 세게 튀어나왔다. 그런 게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다면……. 

“난 불쌍하지 않아.” 

“…….” 

“잘 살아. 나는 정말 잘 살 거니까.”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 내 말은 메말라 가슴 바닥에 붙어 있는 것 같다. 

“다시 보지 말자.” (p.243)

 

“왜 하필 그 책이었어?”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침묵을 끌었다. 왜 그 책이었지. 창가에 선 효은이의 머리카락이 햇빛에 거의 주황색으로 보였다. 반짝였다. 

“몰라.” 

그냥 그렇게만 대답했다. 어렵고 지루하고 긴 책. 하지만 왜 그래야 했을까. 효은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 교실로 들어갔다. 나는 나중에야 대답을 발견했다. 그 책은, 약속의 담보 같은 것이었다고. 무엇도 걸 수 없고 무엇도 믿을 수 없었기에 우리는 그 책을 읽기로 한 것이었다고. 아주 어렵고 길고 읽기 힘든 것을 다 읽을 때까지 곁에 있자는 약속. 아주 어렵고 길고 힘든 때에 함께 있자는 약속.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 

효은이와 둘이 이야기한 것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p.259-260)

서평

-

저자소개

저자 : 김혜진
느슨하게 풀어진 나사와 벽돌 틈에서 자라난 이끼, 쓰다 만 문장과 막 깎은 연필을 좋아한다. 흔하디흔해서 도리어 희미한 이야기들을 그러모아, 종이 뒷면에 자국이 남도록 꾹꾹 눌러쓰고 싶다. 『완벽한 사과는 없다』 『우리는 얼굴을 찾고 있어』 『어스름 청소부』 등의 청소년소설과 『아로와 완전한 세계』 『가느다란 마법사와 아주 착한 타파하』 『일주일의 학교』 등 여러 동화를 썼다.
상단으로 이동
  • (54866)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중동로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