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일상 틈 너머에 자리한 소박하고 잔잔한 순간들에 관하여
이경선 시인의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개정증보판 출간!
누구나 바쁜 하루를 살아간다. 때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그래서 ‘살아간다’기보다 ‘살아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소란스러운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시집,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은 그런 우리에게 너른 곁을 내어준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소란한 일상이 계속될 테지만, 그 틈 사이 사이에 느리지만 따뜻한 호흡을 불어넣으며 살자고 제안한다.
“꽃신이었겠다, 울 할매 봄 여름 꽃망울 따라 봉긋하였겠다”(27p. 「꽃신」 중에서). 시인은 사랑하는 이의 어여뻤던 지난날을 추억하며 일상에 쉼을 더한다. 쌓여있는 일들을 제쳐 두고 가만히 앉아 아끼는 이의 고왔던 시절을 떠올리다 보면 느낄 수 있다. 마음에 봄기운이 웃돈다는 것을. 사랑하는 이의 고운 순간을 상상하고, 대리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풍만하게 차오른다는 것을. 나아가 이경선 시인 특유의 소려하고 나긋한 문체는 그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초록색 크레파스가 부러진 적 있다. 원하지 않는 건 꼭 일부가 되었다.
캔버스에 숲을 그렸다.”(시인의 말 중에서)
산다는 건 뭘까. 시인의 말처럼 어쩌면 삶을 산다는 건, 삶을 알아간다는 건 원하지 않는 것들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건 아닐까. 시인이 부러진 초록색 크레파스로 기꺼이 숲을 그렸듯, 우리 또한 어지럽게 비틀린 일상에서 추억을, 낭만을, 희망을, 꿈을 그릴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의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일상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