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부모님이 내 걱정의 절반을 차지하고, 가족을 벗기 힘든 무거운 짐으로 여겼다. 어린 시절 삶의 굴곡을 대단한 훈장처럼 여기면서 말이다. 그러나 팔십이 된 어머니의 굽은 등과 작아진 키를 보면서, 어리석게도 나이 오십을 넘겨서야 가족이 짐이 아니라 나를 키운 요람이었음을, 그들의 사랑을 딛고 내가 자랄 수 있었음을 가슴 사무치게 깨닫게 된다.
_pp. 28~29, 「1장 내 인생을 꽃피운 씨앗들」 속 ‘부모님’에서
정직한 노동을 찾아 떠나신 선생님을 늙은 제자는 여전히 사랑하고 응원한다. 힘들 때면 꺼내 나를 비춰 보는 거울 같은 선생님. 나도 선생님에게 부끄럽지 않은 제자가 되고 싶다.
_p.34, 「1장 내 인생을 꽃피운 씨앗들」 속 ‘거울 같은 선생님’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행복했다. 깊이 있게 교감하고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보람이 전의 일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고 싶었던 일을 원 없이 하고 나니 그제야 다른 일을 쳐다볼 수 있는 여유가 찾아왔다. 왜 그토록 교사를 갈망해 왔는지도 알 것 같았다. 내가 돌보고 싶었던 건 아이들이 아니라 어쩌면 나 자신이었는지 모르겠다. 타인을 돌보면서 힘들었던 과거의 내가 치유됐고, 맑은내 생활 5년을 보내면서 자기연민도 옅어졌다. 맑은내는 내 인생 커다란 전환점이었고, 당시엔 상상조차 못 했던 정치인의 길로 이끌어준 지역 활동의 시작이었다.
_p.61, 「2장 활동가의 삶」 속 ‘철밥통이 아깝지 않았던 맑은내 교사’에서
나와 과천의 이웃들은 이 세상 부조리를 비장하게 주장하기보다 발랄하게 드러내기를 좋아했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나도 해볼까?’ 하고 부담 없이 끼어들 수 있도록 신나고 재미있는 방법을 찾았다. 과천발 아이디어가 전국으로 퍼진 대표적 사례가 광우병(미국산) 쇠고기 반대 현수막이다. 우스꽝스럽게 분장하고 제 아이가 다니는 학교 앞에서 학부모들과 벌인 일제고사 반대 퍼포먼스는 포털사이트 인기 사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내게 풀뿌리 운동은 이웃과 어울려 생활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일이었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 얼마나 마음 따뜻한 일인지도 알게 해준 시간이었다.
_p.68, 「2장 활동가의 삶」 속 ‘동네 활동가로 살기’에서
좋은 정치인을 뽑는 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시민의 요구를 모아 정치로 수렴하는 일상적 체계를 만들려 했던 〈과천시민모임〉의 실험은 지속되지 못했지만, 단체의 소멸이 곧 시민정치의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선거와 모임을 통해 정치를 가까이서 경험하게 된 이들의 마음에 직접 정치를 해보고 싶은 열망이 싹 트게 되었다.
_p.73, 「2장 활동가의 삶」 속 ‘지역정당을 시도하다’에서
“경기도 최대규모 과천 ○○○! 건립비 150억, 1년 예산 14억 원입니다.”
평가나 주장 없이 객관적 사실만 공유함으로써, 시의 부적절한 예산편성과 인사문제를 시민에게 알리고 환기하고자 했다. 현수막은 게시되고 얼마 안 돼 시청 건축과가 철거했다. (…) 전화가 울렸다. 부시장이었다. 고발 철회를 부탁하는 부시장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현수막의 원상 복구와 건축과장의 사과였다. 부시장은 현수막을 이미 폐기했다면서 대신 현수막 비용에 상당한 금액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건축과장을 불러 사과를 시켰다. 이 해프닝은 SNS상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여러 사람의 응원과 격려에 힘을 얻었고, 소기의 성과도 이뤄냈다. 단순한 정보를 그저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시민의 관심과 참여 속에 행정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
_pp.75~76, 「2장 활동가의 삶」 속 ‘예산알기 운동, 얼마예요?’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운영위원들이 일하는 분야와 가진 재능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렇게 얻은 정보는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무슨 일을 하든지 현장의 소리를 먼저 듣는 데서 출발한다는 원칙, 사람들의 필요에서 시작하고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풀뿌리 운동의 정신을 이음과 이호 소장님을 통해 배웠다.
_p.79, 「2장 활동가의 삶」 속 ‘선거의 후유증, 회복과 충전’에서
선거가 시작되었다. 낯간지럽게 나를 홍보하고, 종일 서서 굽실거리며 표를 구걸해야 하는 시간. 살면서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싫은 소리 안 듣고 살아왔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람들의 냉소를 마주하다 보면 괜히 억울한 심정이 들기까지 한다. 그래도 어쩌랴.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의 분노를 받아내고 선거 기간 을(乙)로서 시간을 잘 감당하는 일은 후보의 의무다. 또 달리 생각하면 선거처럼 귀한 시간이 없다. 살면서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듣고 지역과 정책을 고민할 수 있는 값진 시간, 이 또한 선거가 주는 기회다.
_pp.85~86, 「2장 활동가의 삶」 속 ‘선거, 넘어야 할 산’에서
그러다 힘들 땐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렇게 사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이때 마음을 잡아주는 것이 초심이다. 누구나 각자의 이유로 정치를 시작할 텐데, 정치하는 자기만의 이유를 한 번쯤 정리해 보기를 권한다. 쓸데없는 정쟁에 시달릴 때, 정치에 대한 회의감이 찾아올 때 초심을 밝혀 주는 등불이 될 것이다. _p.97, 「2장 활동가의 삶」 속 ‘정치를 하는 나만의 이유’에서
나는 이곳 아이들에게도 차별 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평소 피력해 왔는데, 그날 간담회를 하면서 처음으로 민주당에 들어가서라도 정치를 계속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꼈다. 사람들은 내가 풀뿌리를 나온 이후에도 필요한 일이 있을 때면 나를 찾았다. 여전히 지역사회에 필요한 내 역할이 있었고,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_pp.169~170, 「4장 정치의 세계로 한 발 더 깊이」 속 ‘비례대표를 주신다면’에서
기초부터 탄탄한 교육과정, 좋은 정치를 위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학습의 장을 만들 수 있을까? 놓고 싶지 않은 소망이다.
_p.180, 「4장 정치의 세계로 한 발 더 깊이」 속 ‘정당은 사람을 어떻게 키우는가?’에서
바람 쐬러 나오신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요. 평생 닭장사 해서 5남매 키우신 어머님의 이야기, 어지간히 속 썩인 남편과 결국 헤어진 이야기, 아픈 몸과 병원비 걱정, 그래도 예쁜 손주 이야기……. 힘든 인생 이야기지만 신나게 털어놓습니다. 헤어질 땐 활짝 웃는 얼굴로 손까지 흔들어 주셨는데요. 그렇게 오늘 만난 어르신들, 제 이름은 기억하실는지 모르겠네요. 다시 의원이 되면 종종 이런 시간을 갖자 다짐합니다.
_p.248, 「스폐셜 노트, 투표일을 앞두고」에서
손님을 대하는 일은 거짓말 조금 보태면 식은 죽 먹기였다. 아무리 까다로운 손님이 오셔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랫동안 대민 업무에 단련된 덕분, 시의원은 더없는 서비스직이고 난 잘 훈련된 일꾼이었다. 원래 내성적인 성격인데 그동안 많이 달라진 모습도 깨달았다. 사람들에게 편하게 말을 걸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했다. 얼마나 친절했는지, 어떤 아기 엄마 손님은 가게에 오기 전 매장에 내가 있게 해달라고 기도까지 한다는 말도 들었다. (…) 새롭게 경험한 자영업 세계의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열 평 남짓한 작은 가게는 일곱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간이었고, 거기서 연결된 배달 라이더, 식자재 납품업체 등 실핏줄처럼 돌아가는 실물경제의 부분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먹고사는 일을 가능하게 돕는 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영업자나 기업을 뒷받침하는 책무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_p.256, 「5장 진짜 대한민국」 속 ‘몸이라도 움직여서’에서
다음 날 퇴근 시간을 막 넘긴 시각에 입금됐다는 카톡을 딸에게서 받았습니다. 제 자식만 구제한 것이 미안해서였을까요? 기분이 그리 개운하진 않았습니다. 자기 목에 칼이 겨누어져야 움직이는 사람들, 소리 내지 않는 이들에겐 함부로 대해도 되는 줄 아는 야만의 사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여린 한숨이 어느 때보다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이번 일을 거치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꿈도 하나 얻었습니다.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겠지만, 말할 곳 기댈 곳 없어 막막한 젊은이들에게 좋은 어른, 든든한 언니누나가 되고 싶다는 꿈을요.
_pp.266~267, 「5장 진짜 대한민국」 속 ‘체불임금 받아내기’에서
예나 지금이나 나라를 구하는 건 국민이다. 상식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깊은 수렁에서 구해냈다.
_p.284, 「5장 진짜 대한민국」 속 ‘빛의 혁명과 민주주의’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숱한 누명의 굴레를 버티고 죽음의 고비를 넘은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 안보와 외교 분야에 성과를 내면서 무너진 국민의 삶을 일으키기에 오늘도 여념이 없다. 이제 지역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철학과 비전을 국민 삶의 실핏줄에 불어넣는 일은 246개 지방자치단체에게 주어진 몫이다. 나는 언제나처럼 시민과 함께,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기 좋은 마을, 따뜻한 공동체, 더 좋은 정치를 위한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_p.290, 「5장 진짜 대한민국」 속 ‘진짜 대한민국으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