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마약은 나쁘니까 하지 마라’ 대신 ‘왜 나쁜지, 어떻게 위험한지’를 보여 준다.
공포가 아니라 공감으로, 두려움이 아니라 이해로 말한다.
내가 수많은 사람들을 상담하면서 얻은 가장 효과적인 예방은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분명한 이해’다. 이 책은 바로 그 ‘이해의 힘’을 빌려 마약이라는 어둠을 비춘다.
_양성관(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저자)
청소년과 마약에 대해 말하지 않는 사회
그 불편한 침묵과 금기를 깨기 위해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삶을 자신들의 어린 시절에 견주어 생각한다. “나 때는 말이야.” 하는 어른들의 말버릇은 사실 “내가 요즘 너희들 일은 잘 몰라서 말이야.” 하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요즘 아이들이 비교적 넉넉한 소비와 다채로운 대중문화, 디지털기술의 발달 덕분에 예전에 비해 즐거운 삶을 누리겠지만 대한민국 특유의 경쟁과 억압은 힘들겠거니 짐작만 할 뿐이다. 그래서 꾹 참고 학교 열심히 다니고 취미생활도 하라고 뻔한 격려를 늘어놓곤 한다. 지나고 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는 기대를 갖고. 그러나 어떤 일들은 어른의 상상력 너머에 존재한다. 당장 청소년과 마약 문제가 그렇다. 미성년 아이들이 마약을 한다고? 정말?
『던지는 아이』는 정명섭, 이옥수, 박진규 세 작가가 요즘 청소년들의 세계를 파고든 마약 문제를 다룬 앤솔로지 청소년소설이다. 청소년과 마약이라니 너무 센 주제 아닌가?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마약 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저자인 양성관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청소년들에게 마약에 대해 말하길 꺼리는 것이야말로 문제라고 힘주어 말한다. 자칫 호기심을 줄까 두려워 학교와 사회가 손 놓고 있는 사이, 클릭 몇 번이면 바로 문 앞에 마약이 배송되는 세상이 되었고, 실제 마약에 손대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닥쳐온 아이들의 현실을 모른 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태를 정확히 대면하고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다. 『던지는 아이』는 바로 마약에 대한 금기와 침묵을 깨는 책이다.
표제작인 정명섭의 「던지는 아이」는 ‘던지기’로 마약 배송 알바를 하게 된 중학생이 위험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현우가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은 그저 돈벌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알바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현우는 단번에 큰돈을 버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당장 내 앞의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일이 없는’ 일이라고 여겼기에 가능한 일이다. 주범 ‘이모’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로 지시를 받고 비대면으로 마약을 배송하는 일은 부담도 없고 손쉬운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우가 지하철 무인 보관함에 물건을 넣는 사람을 목격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한다. 던지기를 하러 간 산속에서 미행과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정체절명의 순간, 현우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과연 누구였을까?
중학생이 인터넷에서 마약 배달 알바를 구한 것처럼 마약 문제는 우리 주변 깊숙이 들어와 있다. 미성년 아이들은 법망을 비교적 쉽게 피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마약 유통에 이용당하기도 하지만 더 심하게는 마약 중독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 이옥수의 「헬게이트」는 별 고민 없이 친구의 권유에 따라 마약 중독에 빠지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전한다. 주인공 소율이 유치장에 갇힌 장면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여자 청소년의 마약 중독과 마약을 구하는 과정에서 겪을 법한 성폭력, 마약 사범으로 검거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 보인다. 놀랍게도 주인공이 마약을 접하는 것은 엄청난 상처와 불우한 환경 때문이 아니다. 중학교 동창을 만나러 나갔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큰 고민 없이 사탕 하나를 입에 넣었을 뿐이다. 마약은 영화에서처럼 위험하고 지저분한 뒷골목과 피폐한 마약 판매상으로부터 요란하게 덮쳐오는 것이 아니라 생글생글 웃는 붙임성 좋은 친구와 깔끔한 도심 오피스텔, 예쁘게 포장된 사탕의 모습으로 은근히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나 손쉽고 너무나 위험한 마약
우리가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던지는 아이』에서 평범한 아이들이 어쩌다가 마약이라는 위험한 영역에 발을 담그게 되는지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모든 일이 참 쉽고 간단하다는 점에서 오싹해진다. 누구나 마약이 나쁘고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 체중 감량을 위해 먹는 다이어트약이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남용하는 ADHD약이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헬게이트」의 소율이도 엄마가 성적을 높일 수 있다며 구해다 준 약 때문에 극심한 두통을 앓다가 마약에 손을 대게 된 것이다. 청소년의 마약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무거운 것은 분명하지만 청소년의 문제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진규의 「마약탈출방 ZERO」는 마약 중독 예방 교육을 받기 위해 모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방 탈출 게임에 참가한 아이들은 가상현실 속에서 마약 중독자가 어떤 상황에 놓이는지 경험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옆 친구들의 사정을 이해하게 된다. 마약이 주는 극한의 즐거움을 맛본 뒤에 〈빨간 구두〉의 주인공처럼 끝없이 춤을 춰야 하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는 식이다. 마약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스트레스와 고통, 슬픔을 손쉽게 해결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면 마약에 빠진 아이들을 함부로 손가락질하거나, 나는 절대 마약에 손댈 리 없다고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에 펜타닐 복용 경험이 있는 태민이는 스스로 방 탈출과 재활 프로그램 가운데 선택을 하게 된다. 과연 태민이는 자신의 문제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까?
『던지는 아이』의 세 작가들은 요즘 청소년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든 마약 문제를 다루기 위해 오래 고민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그리고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참고하고,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작품을 써냈다.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주겠다는 기획 의도와 목표가 분명한 소설들이지만 그렇다고 소설적 재미를 놓치지도 않았다. 「던지는 아이」에는 정체가 불분명한 마약상과 쫓고 쫓기는 서스펜스를 다루는 동시에 유머러스한 탐정과 조수를 등장시켜 범죄소설 장르의 재미를 주고, 「헬게이트」 역시 경찰 앞에서 진술하고 조서를 꾸미는 상황을 통해 형사물을 피의자 입장에서 경험하게 한다. 「마약탈출방 ZERO」는 마약 예방 교육이라는 따분한 소재를 방탈출 게임과 가상현실 체험 속에서 아이들의 심리와 관계를 흥미진진하게 전개한다.
마약은 끔찍하고 위험하다. 우리 아이들이 마약의 위험을 접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여러모로 쉽지 않아 보인다. 멸균실에서 살 수 없다면 면역력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마약 문제에 있어서도 쉬쉬하고 모른 체하기보다 정확히 바라보고 이해하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던지는 아이』는 허심탄회하게 마약의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은 책이다. 지금 바로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