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적인 것’은 무엇인가?
베트남 인민은 여전히 행복한가?
베트남 혁신의 길 ‘도이머이’를 이해하는 길잡이책
아시아문명연구원 총서 02, 『베트남 도이머이의 길』 출간
외세의 침략, 식민 지배,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어 버린 땅. 가까이는 프랑스와 미국의 침략을, 멀게는 청나라, 명나라, 원나라가 침략한 역사를 품고 있는 나라. 반만년 내내 자신들의 뜻을 품고 나라를 지켜낸 사람들. 우리의 이야기인가 싶어 발치를 쳐다보다가 ‘베트남’이란 나라를 발견한다.
베트남사회과학한림원 철학원 원장 응웬따이동과 아시아문명연구원의 대표이자 통일철학연구회 선임연구원 김성범의 공동 저서 『베트남 도이머이의 길』(아시아문명연구원 총서 2, 심미안 刊)이 출간되었다.
앞서 밝힌 것처럼 반만년 내내 외세의 침입이 끊이지 않았다는 역사, 유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은 아시아 국가, 냉전의 각축장인 아시아에서 남북으로 나뉘어 비극을 경험한 국가라는 점에서 베트남은 한국과 무척 유사하다. 그러나 마르크스와 레닌과 같은 사회주의사상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에 베트남은 한국과 엄연히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베트남적인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베트남의 정치와 경제의 결합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한국이나 서구적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베트남의 ‘도이머이’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베트남의 도이머이란 “애초 아래로부터의 인민의 요구, 현실 문제에 대한 개혁적인 당 지도부의 반응과 수용, 그리고 소통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길”을 의미한다. 이 길은 갑작스럽게 생겨난 게 아니다. 수많은 현실 상황을 각계각층에서 반영하여 1986년에 공식화한 것이다. 그리고 헌법 개정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흐름이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김성범은 베트남 인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며 연구하면서 “지금도 여전히 도이머이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거대 자본과 글로벌 시장이라는 물결 앞에 베트남 인민은 여전히 역사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행복한 길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한국의 현재 상황을 떠올렸다고 한다.
1978년 4월에 일어난 바축 마을의 비극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호치민을 불러오고, 1945년 ‘8월혁명’을 거쳐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근현대사를 두루 살핀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베트남사회과학한림원 철학원장 응웬따이동이 베트남으로 들어온 외래 사상들이 ‘어떻게 베트남화’가 되어 갔는지 설명한다. 유교와 불교가 베트남에 큰 영향을 끼쳤으나 베트남만의 색, 즉 토착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베트남화는 강한 실용성을 띠고, 개방적이고 문화적 다원성을 바탕으로 한 사상의 절대적 독점을 피한다. 어떤 한 틀에 고집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문화에 개방적이며 진보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고, 항상 비판적 정신으로 새로운 것을 대하는 것이 응웬따이동이 설명하는 ‘베트남화’다.
지난 2025년은 1945년 8월혁명으로부터 80년이 되었던 해였다. “독립-자유-행복”이라는 베트남 혁명 구호가 지금 다시 울려퍼지고 있다. 이제 베트남은 실험의 단계를 넘어서 자신의 독자적 노선을 가고자 한다. 호치민 사상을 토대로 본격적인 도약의 시대로 넘어가려는 길, 그것이 바로 도어머이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