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자키 교코는 만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영향력은 만화라는 장르의 용적을 가볍게 초과한다. 1980~1990년대의 도시적 감수성, 여성 정체성, 욕망·폭력·패션·음악·젊음의 불안과 부패를 예민하게 포착해낸 그는, 만화의 언어를 장악한 동시에 문학·음악·패션·서브컬처 전체를 뒤흔든 ‘현상’에 가까웠다. 그의 작품이 끊임없이 호출되는 이유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광속의 세계를 가장 부지런하고 적나라하게 담은 기록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카자키 교코가 남긴 유일한 이야기집, 즉 순수한 문장으로 구성된 이야기·에세이·시·동화 모음을 『우리는 모두 잊어버리네』라는 제목으로 소개한다.
『우리는 모두 잊어버리네』는 오카자키 교코 만화 작업의 기저에 흐르던 낙하, 소멸, 추락, 망각, 균열과 같은 주제를 문장으로 출력하면서, 지금껏 보지 못한 생생한 ‘그때 거기’의 말을 듣게 한다. 세계가 주체를 어떻게 지우는가, 거기 속한 우리가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증언하는 것임을 알리는 책이다. 도시와 시대가 한 개인의 몸과 생활로 침투하는 방식을 기록한 『우리는 모두 잊어버리네』를 통해, 이 세계의 폭력성과 아름다움이 조각내고 자극하는 창작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