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은 먹은 겨?”
강아지와 고양이, 산새와 들새가 먼저 자리를 잡고
사람은 그 곁을 어슬렁거리며 살아간다
안부는 소박하고, 관계는 소란스럽지 않다
남한강가 작은 마을에서
인간과 동물, 뭇 생명과 공동체에 전하는 따뜻한 안부
남한강가에서 태어나 다시 남한강가로 돌아가 농사지으며 사는, 교사이자 농부인 임덕연의 신작 시집이다. 텃밭과 텃논을 손수 일구며 살아온 삶의 자리에서, 시인은 교사로 하루를 보내고 농부로 계절을 건너며 시를 써 왔다. 《남한강 편지》 이후 13년 만에 펴낸 시집에는 삶의 터전인 여주 ‘수리실’ 마을과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시집은 1부 ‘봄, 마실 한번 와라’, 2부 ‘여름, 습기가 너무 많다’, 3부 ‘가을, 헤어지기로 했다’, 4부 ‘겨울, 고립되어도 좋겠다’, 5부 ‘다시 봄, 눈물 떨어진다’로 구성되어 있다. 계절과 농사일의 순환을 따라 배치된 시편들에는 자연의 질서와 함께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통찰이 담겨 있다. 그리움과 쓸쓸함이 배어 있으나, 감정을 앞세우거나 의미를 밀어붙이지 않고 담담하게 두는 태도가 시 전반에 배어 있다.
시집의 배경은 집과 마을, 논밭 등이다. 강아지와 고양이, 산새와 들새, 고라니 같은 존재들이 오가는 풍경 속에서 이웃의 안부를 묻고 몸을 써 일하는 하루가 이어진다. 인간과 동물을 가르지 않는 애정이 시집의 바탕을 이룬다. 집과 밭 사이에는 연못 하나가 놓여 있다. 이 연못은 농사와 일상이 이어지는 생활의 한가운데에 마련된 공간으로, 시인이 자신과 마주하기 위해 선택한 자리다.
임덕연의 시는 편안하게 읽힌다. 오랜 교직 생활 속에서 길러진 감각, 먼저 바라보고 귀 기울이는 태도가 시의 언어를 간결하고 친근하게 만든다. 사소한 풍경과 일상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관찰이 시 전반에 배어 있다. 일상어로 쓰인 시편들은 독자를 재촉하지 않는다. 농촌의 삶과 계절의 흐름이 겹쳐지며 시집은 천천히 읽히고 오래 남는다. 삶의 터전에서 켜켜이 살아온 시간이 낮고 단단한 서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 ‘벗들’은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들이 삶의 이야기, 경험, 지혜를 나누기 위해 함께 생산하고 나누는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