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우의 동시는 독특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 시인의 개성이 무척 돋보입니다. 일상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부터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까지 소재는 물론 내용과 형식이 다양합니다. 하루하루 겪은 소소한 사건들을 때로는 일기 쓰듯 담백하게, 때로는 독백하듯 진솔하게, 때로는 놀이하듯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힘든 날 아빠는
할아버지 숟가락으로 밥을 잡수시고
천천히 잘 닦아 찬장에 올려놓는다
- 「숟가락 기도」 전문
전체가 3행으로 이루어진 아주 짧은 동시입니다. 그렇지만 시적 감동은 그 어느 동시보다 큽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빠는 힘든 날이면 “할아버지 숟가락”으로 밥을 먹고, 그 숟가락을 “천천히 잘 닦아 찬장에 올려놓”습니다. 시적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지만, 행간에 숨겨진 의미나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고단한 가장의 모습과 가족의 소중함이 오롯이 느껴집니다. 시의 본질은 ‘함축’과 ‘울림’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훌륭하단 말을 달고 살아
과자를 나눠 먹을 때도
수다를 떨고 난 다음에도
넌 정말 훌륭해!
조금 전 지우개를 빌려주고 나서도
나 훌륭하지?
웃기기도 하지만
어른이 말하는 훌륭한 사람 아니어서 좋아
나를 쓰다듬게 되고
왠지 내가 점점 훌륭해지는 것만 같아
그래서 말했어
예지야 너 정말 훌륭해!
응, 나 훌륭하지? 넌 오늘도 훌륭해!
우린 복도가 울리도록 웃어 훌륭하게!
- 「훌륭해를 좋아하는 예지」 전문
이 동시에서 화자가 노래하는 시적 대상은 친구인 “예지”입니다. 제목에서 보듯이 예지는 “훌륭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친구입니다. “과자를 나눠 먹을 때도/수다를 떨고 난 다음에도”, “지우개를 빌려주고 나서도” 언제나 “훌륭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화자는 그런 예지에 대해 “웃기기도 하지만/어른이 말하는 훌륭한 사람 아니어서 좋아”라고 말합니다. “나를 쓰다듬게 되고/왠지 내가 점점 훌륭해지는 것만 같”다고 말합니다. 별것 아닌 일에도 따뜻하고 용기를 주는 말로 상대방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예지와 같은 친구가 곁에 있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너끈히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 시인의 말
가까운 곳곳에서 주문을 걸어 주는 이상한 예언자를 만나곤 합니다. 비둘기 목소리에서 빵집에서 시장에서 골목 안에서 선생님과 책과 꽃과 하늘과 친구와 이야기 나누면서도요. 빨리 보고 빨리 알아듣게 되는 예언도 만나고, 천천히 보이고 찬찬히 듣게 되는 예언도 만나게 되는데요. 그럴 때면 어떤 다정한 힘이 차올라 쓸쓸하고 힘든 아픔이 스르르 사라지곤 해요. 우리 서로의 꿈에 주문을 걸어 주는 사람이 되기로 해요. 그러면 더 힘차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사람이 될 거라 믿어요.
2025년 가을
이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