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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남자 남기묵


  • ISBN-13
    978-89-7973-660-1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전망 / 도서출판 전망
  • 정가
    1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1-1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이윤길
  • 번역
    -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소설: 일반 및 문학 #해양장편소설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0 * 200 mm, 304 Page

책소개

『부산남자 남기묵』은 부산 토박이로 바다와 함께 살아온 한 남자의 삶을 따라가는 해양장편소설이다. 선착장, 방파제, 비릿한 바람이 스미는 좁은 골목에서 성장한 남기묵, 그는 안정된 육지의 직장을 버리고 바다를 선택한다. 남기묵은 파도를 이겨내는 영웅이 아니라, 반복되는 항해 속에서 자신의 몸이 닳아가는 소리를 묵묵히 견뎌내는 원양어선의 노동자다. 그의 하루는 출항과 조업, 정박 사이에서 단순하게 반복되지만, 그 단순함 속에는 말로 옮길 수 없는 감정과 선택의 잔해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바다 위의 삶은 늘 죽음과 한 뼘 차이로 이어지며, 살아남았다는 사실조차 선택이 아닌 우연에 가깝다. 이 소설은 바다를 낭만이 아닌 생활로, 기억이 아닌 현재형의 무게로 그려낸다. 바다는 위로가 아니라 질문이 되고, 침묵은 회피가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 된다. 남기묵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자신의 내면에 묻혀 있던 선택과 체념, 그리고 끝내 말하지 못한 마음들과 마주하게 된다.

『부산남자 남기묵』은 한 개인의 이야기이자, 바다에서 일하며 누군가는 돌아오고 누군가는 남겨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선원들의 기록이다. 파도처럼 반복되는 날들 속에서, 인간이 죽음 가까이에서 끝내 붙잡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있는 소설이다.

목차

저자의 말

 

부산항

천마산 오막

505행복호

첫항해

마우스 투 마우스

싱가포르

말라카해협

인도양, 하이 씨!

수장된 뱃사람

마다카스카르

케이프타운

미나미 참다랑어

재계약

그린란드 그리고 피격

혼란의 벼랑

본문인용

-스테이션, 올 스탠바이

-올 스테이션, 올 스탠바이

드디어 황대복 선장의 출항 지시가 내렸다. 하지만 선원 가족들은 안벽과 연결되는 선미 갑판에 모여서 계속 웅성거렸다. 남편과 이별하는 아내, 아들을 바다로 떠나보내는 어머니, 아빠와 헤어지는 어린아이들은 자갈치 선착장으로 내려가지 않고 있었다.

“제505행복호는 곧바로 출항하겠습니다. 아직 선내에 머무르고 있는 선원 가족들은 빨리 하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잘 다녀오겠습니다. 여러분은 저희의 만선과 대어를 빌어 주십시오.”

그러나 선원 가족들은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선원 가족분들은 빨리 하선하여 주십시오.”

잠시 후 한 가족이 배를 향해 등을 돌렸고 이어서 다른 가족들도 하나둘 배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말투로 단호하게 재촉하는 황대복 선장의 목소리가 제505행복호 선내를 다시 울렸다. 가족들이 안전하게 하선을 끝내야 배가 출항할 수 있었다.

때를 맞추어 안벽에서부터 남외항까지 제505행복호를 예인하기 위해서 요청한 탁그보트 두 대가 좌현과 우현으로 재빨리 접선했다. 그리고 황대복 선장의 지시에 좌현의 탁그보트는 토잉라인을 제505행복호 선수에, 우현의 한 척은 선미에 토잉라인을 연결했고 토잉라인에 장력을 주면서 제505행복호를 안벽에서 떼어낼 준비를 마쳤다.

“올 라인 렛 고.”

황대복 선장은 1등항해사에게 이선을 지시했고 1항사는 시작하자는 의미로 갑판장을 향해 고개를 끄떡거렸다. 선수에서 대기하고 있던 갑판장은 1항사의 지시에 내려놓았던 닻을 감기 시작했다. 와르릉거리며 돌아가는 양묘기의 회전운동과 닻을 감아올리는 전진 타력으로 제505행복호는 자갈치 안벽과 천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황대복 선장은 뱃고동밸브를 힘껏 당겼다. 부웅거리는 뱃고동 소리가 자갈치 선착장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신호로 선원 가족들은 제505행복호를 향해 일제히 손을 흔들었다.

자갈치 외항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했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탁그보트는 제505행복호의 닻줄을 확인하며 남외항으로 배를 끌어냈다.

멀어져가는 자갈치의 풍경을 바라보며 기묵은 슬픈 마음이 들었다. 이제 부산이란 곳에서 기묵의 흔적은 희미해질 것이다. 아니 20년이나 살았다는 증거는 고사하고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들마저도 이리저리 흩어지며 사라질 것이다. 기묵이 남부민동에 살았고 해양고등학교에 다녔으며 전기통신공사 직원이었다는 걸 누가 궁금해하기나 하겠나. 이제 부산은 기묵의 가슴에서 후회로만 남을 것이며 차원을 달리하여 이동할 수 있다는 우주의 웜홀처럼 기묵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질 것이다.

기묵은 자신을 향해 여전히 손을 흔들고 있을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요즘 들어 이웃집에 마실도 가고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며 노년을 보내고 있지만, 언제 또다시 쓰러질지 모르는 지병을 지니고 있었다. 기묵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빨리빨리!”

갑판장보다 더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는 1갑원 한 씨는 허리에 두 손을 척 갖다 붙인 채 선원들을 향해 으름장을 놓으며 뱃고동 소리가 무슨 신호인 것처럼 선원들을 재촉했다. 기묵은 1갑원의 지시로 선원들과 함께 선미 데크에 쌓인 정박용 밧줄을 선미 창고로 옮겼다. 손에 닿는 밧줄의 느낌이 거칠었고 바닷물이 흠뻑 배인 밧줄의 말라버린 소금기가 손안에서 버석거렸다. 밧줄은 무겁기도 했다. 기묵은 밧줄을 힘주어 끌어당겼다. 순간 기묵은 자신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뱃놈이 되는구나라는 자괴감으로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그러자 눈앞이 갑자기 뿌예지더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기묵은 눈물을 감추려 용두산 부산탑을 쳐다보았다. 그래도 고개를 쳐든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선미 밧줄을 끄르기 전까지도 담담했던 마음이었다. 기묵은 힘을 내어 다시 밧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찌된 일인지 눈물은 그쳐지지 않았다. 그냥 슬펐다. 기묵은 선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눈을 끔뻑이며 눈물을 훔쳐보았지만, 온몸에서 힘이 좍 빠져나가기만 할 뿐 소용이 없었다.

“어이, 실습통신사. 서둘러라.”

선미 핸드레일에 몸을 기댄 1갑원 한 씨가 목청을 높였다.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배를 오래 탄, 자칭 뱃놈이라는 사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제505행복호가 안벽에서 벗어나자 순한 아저씨에서 뱃사람으로 돌아온 1갑원이다. 인제 와서 그딴 것이 중요한가 싶었지만 2년이란 시간을 함께 지내야 할 사람이었다.

기묵은 호들갑을 떠는 1갑원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지만, 이제는 세상 밖으로 자신이 도망을 친다고 생각하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기묵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배는 쿵쾅거리며 수평선을 향해 달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갈치 안벽에 묶여 있던 뱃머리는 기묵이 살아온 그동안의 흔적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기묵은 바다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배가 정박용 밧줄을 풀고 수평선을 향해 달려가며 흔들리자 미래에 관한 걱정과 바다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슴이 일렁거렸다.

-이제 떠난다. 세상이여!

-「첫항해」 부분

서평

-

저자소개

저자 : 이윤길
주문진 수산고, 강원도립대학 해양산업학과 졸업.
한국해양대학교대학원 국제지역학 박사.

해양시집 『진화하지 못한 물고기 한 마리』 『대왕고래를 만나다』 『파도공화국』 『바다, 짐승이 우글우글하다』 『더 블루』 『파도詩편』 『주문진』 『흰점무늬파란바다물뱀』
해양창작집 『배타적경제수역』 『하선자들』
해양중편집 『쇄빙항해』 『남태평양』
해양장편집 『남극해』 『부산남자 남기묵』
해양산문 <바다 위에서>
해양논문 「선상 문화접변 연구」 「천금성 문학을 통해본 한국원양어업의 발전 양상」
박사논문 「해양작가 천금성 연구」

출판사소개

1992년 설립된 부산 소재 출판사.
* 시, 소설, 수필, 문학평론 등 문학 중심 서적 발간.
* 그 외 문화비평, 인문학, 번역서, 사진집 등 단행본 다수 발간.
* 1999년부터 시전문계간지 <신생> 발간(현재 통권 95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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