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작가의 세대 공감 그림책
“아빠, 아빠는 겨울 방학 때 뭐 했어?”
아빠의 앨범 속으로 떠나는 추억 여행!
겨울 방학을 맞은 아이는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댁에 갈 채비를 합니다. “아빠, 우리 내일 할아버지 집에 가서 몇 밤 자고 와?” 하고 묻는 것부터가 그리 달갑지 않은 눈치입니다. “두 밤 자고 올 건데, 왜?” 아빠가 되묻자, 아이는 슬그머니 속마음을 내비칩니다. “거긴 내가 볼 책도 없고, 만화 채널도 안 나오고 심심한데…….” 아빠는 큰아빠네도 올 거니까 사촌 지유랑 놀라고 합니다. 아빠가 어릴 때 사촌들이랑 하던 놀이를 알려 준다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사촌’이라는 말에 아이의 눈이 동그래집니다. “아빠도 사촌이 있었어?” 큰아빠야 명절 때라도 보지만 아빠의 사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사진 보여 줄까?” 앨범을 꺼내는 아빠는 어쩐지 좀 들뜬 얼굴입니다. “여기 찾았다! 아빠 사촌 승환이!” 아빠는 낡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날의 추억 속으로 빠져듭니다.
설 다음 날, 서울에 사는 고모네가 찾아옵니다. 고모 아들 승환이는 못 본 사이에 키도 훌쩍 크고 안경도 척 걸친 것이 좀 멋져 보입니다. 승환이와 동갑내기인 아빠는 살짝 심통이 납니다. 왕딱지로 딱지치기에서 승환이를 이겨 먹나 했더니, 승환이가 만화 잡지 《아이큐 챔프》를 꺼내 복수를 합니다. 동갑내기 두 아이는 엎치락뒤치락 사흘을 함께 보내는데…….
그렇게 어린이는 자라 어른이 된다
《아빠의 겨울 방학》은 오래된 앨범처럼 독자를 30년 전쯤으로 데려가 줍니다. 오늘날과 같은 듯 다른 풍경 속에서 어린이는 어린 엄마 아빠를 만나고, 어른은 그리운 풍경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늘 긴장하거나 정색하고 찍는 앨범 속 사진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풍경을 말이지요.
김유진 작가가 수채화로 재현해 낸 그 시절 풍경은 독자가 쉬이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만듭니다. 한 장면 한 장면 오래오래 머무르며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지난 추억을 불러내 지금 곁에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고 싶어지는 까닭이지요.
《아빠의 겨울 방학》은 어른 독자들에게 그런 추억들 속에서 ‘내 안의 어린이’와 재회하는 기쁨을 선사합니다. 나아가 그 어린이의 눈으로 ‘내 옆의 어린이’를 바라보게 하지요. 사실 우리 옆의 어린이가 지금 경험하는 일, 느끼는 감정을 우리도 똑같이 겪고 느끼며 자라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그 모든 것들을 까맣게 잊고, 어린이에게 공감하기보다는 무언가 그럴듯한 충고부터 늘어놓으려 하지요.
《아빠의 겨울 방학》에서 어린 아빠와 사촌 승환이가 서로에게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은 우리 어른들을 단숨에 그 시절로 데려갑니다. 아빠와 승환이가 함께 하는 그 시절 놀이, 함께 걷는 그 시절 풍경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시절 우리가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한번 생생하게 마주하는 일입니다. 우리 옆의 어린이를 더 깊이 이해하고 어린이의 마음에 더 깊이 공감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작가의 전작 《엄마의 여름 방학》이 세대를 이어오는 관심과 사랑, 돌봄에 대한 감사와 책을 보는 어린이에게도 같은 것이 주어질 것이라는 약속을 담은 책이라면, 이번 《아빠의 겨울 방학》은 양육자와 어린이가 함께 양육자 안의 어린이를 만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쪼록 그 만남이 양육자와 어린이 모두에게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