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차 이론’ 들어봤니? 봉고차. ‘연봉’이라고 하지. ‘연’출 ‘봉’고의 줄임말. 감독이 타는 차. 봉고차와 이론.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다. 봉고차에 무슨 거대한 이론까지 붙었나 싶지만,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형과 우리의 자랑 봉준호가 얘기했으면 또 달라질 거야. 뭔가 그럴싸한, 있어 보이는 이론이 되는 거지.
p. 16 / 현장에 첫발을 내디딜 때까지
봉준호 감독님의 《기생충》을 보면 이런 비슷한 대사가 나오잖아요. “무계획이 가장 훌륭한 계획이다.” 디렉터(Director)라는 단어를 해석하면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인데, 형은 늘 가야 할 방향을 아는 사람 같았어요. 모두가 우왕좌왕할 때 형은 심플하게 “이렇게 가자” 하셨죠. 그러면 어지럽던 현장이 정돈되고, 붕 떠 있던 현장이 차분하게 가라앉았어요.
p. 25 / 연출은 봉고를 타고 현장에 가네
너 시청률 1% 찍어봤어?
p. 48 / 악마와 거래를 해서라도 시청률은 무조건 잘 나오고 볼 일
《천원짜리 변호사》는 제가 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작가님과 배우에게 기대 가면 되겠구나.’ 연출이 숨을 곳이 보였죠. 《천원짜리 변호사》는 배우들과 작가님, 그리고 스태프의 등에 업혀서 올라간 등산이었어요. B팀 감독이었던 중훈이, 조감독이었던 현우와 소연이, 편집실의 영아 누나, 촬영·조명 감독들 그들이 아니었으면 전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예요. 그러고 나니까 ‘난 뭘 연출했지? 난 대체 뭘 한 거야?’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p. 59 / 점점 모르겠어요. 연출이 뭘까요?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 송혜교의 내레이션이 있어. 유년기, 사춘기를 노희경 작가 특유의 문학적 표현으로 유려하게 쓰다가 드라마 조감독 시기는 “내 인생의 암흑기”라고만 한마디하고 툭 지나가지. 나도 내 조감독 시절은 돌아보기 싫다. 재수 시절, 군대 시절, 조감독 시절. 내 인생의 3대 암흑기. 나는 조감독 시절 하도 욕을 먹어서 삐삐 끄고 잠수 탄 적도 있어. 일을 더럽게 못 하기도 했지.
p. 65 / 야구 감독하고 비슷한 게 드라마 감독
배우(俳優)의 ‘배’가 아닐 비(非)에 사람 인(亻)이잖아. 그럼에도 내가 늘 그랬거든. “배우도 결국 사람이다” 우리끼리 가끔 얘기하잖아. “어머, 걔 캐스팅했어? 근데 요즘 많이 변했대. 갑질 장난 아니래. 너 힘들겠다.” 하지만 촬영 환경과 분위기만 잘 만들어주고 인간적으로 리스펙한다는 느낌만 줘도, 사실 웬만한 배우들은 굉장히 우호적이거든.
근데 우주가 자기를 중심으로 도는 배우, 신인 때는 착했는데 톱스타가 되면서 변한 배우, 혹은 선천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배우는 힘들더라고. 그런 배우들은 결국 오래가지 않아. 대체 배우들이 점점 생기거든. 영원한 건 없다. 그래서 연출들도 잘나갈 때 주위 사람들 챙겨야 하는 법.
p. 110 / 최애 배우의 조건, 너의 최애 배우는 누구니?
모 제작 PD가 그러더라고. “감독님들은 연출할 때 ‘감독님, 감독님’ 하면서 여기저기서 모시지만, 막상 감독님 장례식 때 진심으로 슬퍼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간단히 이거 하나만 명심하면 돼. ‘오늘 만나는 사람이 죽기 전에 열 번 이상 만날 사람이라면 더 많이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열 번 이하로 만날 사람이라면 그 사람과의 만남을 줄여라.’
p. 162 / 삶과 드라마가 일치해야 한다
제목이 무려 《키스는 괜히 해서!》입니다. 《키스는 괜히 해서!》라니. 《키스 먼저 할까요?》 다음에 《키스는 괜히 해서!》 그거 아시죠? 제가 제대로 된 연출 행위를 처음 해본 게 《키스 먼저 할까요?》인 거? 그 바람에 인생이 여기까지 왔단 말입니다. ... 그리고 웃기게도요, 《키스 먼저 할까요?》가 ‘좀 살아본 사람들의 서투른 사랑 이야기’였다면, 《키스는 괜히 해서!》는 ‘아직 덜 살아본 사람들의 서투른 사랑 이야기’예요. 발랄하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딘데, 동시에 짠하고 쓸쓸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그게 정말 좋더라고요.
p. 200 / “자, 갈게요. 하나, 둘, 레디~ 리액션!”
드라마를 새로 하나 론칭하는구나. 제목이 《키스는 괜히 해서!》라고? 제목부터가 재밌네. 기대가 된다. 로코는 제목이 반은 먹고 들어가지. 자신감 갖고 임하길. 한창 캐스팅 때문에 힘들겠구나. 캐스팅이란 연애랑 비슷해서 처음부터 마음에 100% 다 드는 사람을 구하는 건 0.002%의 확률이야. 그 어느 시기에 만난 사람이 나에게 구원이 되듯 “저 정말 이 작품 너무 하고 싶어요” 손드는 배우가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지.
p. 212 / 완벽하게 하려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