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와 원자력에서부터 신재생에너지까지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가장 미시적인 동시에 거시적인 통찰력과 시각!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가스비, 미·중 패권 경쟁 속의 공급망 위기 등등 21세기 전 세계인은 누구나 에너지로 인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시대를 살고 있다. 스웨덴의 역사학자이자 작가, 스웨덴 왕립공과대학의 기술사 교수인 저자 페르 회그셀리우스는 이러한 위기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형성된 ‘에너지 시스템의 역사적 경로’ 위에 있음을 꿰뚫어 본다. 저자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에서부터 신재생에너지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정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파이프라인, 전력망, 유조선 항로 등 국가 간의 물리적 ‘얽힘(Entanglement)’이 어떻게 평화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치명적인 무기가 되기도 하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가장 미시적인 에너지 쓰임에 대한 통찰을 토대로 한 거시적인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시각을 통해 독자들은 세상을 꿰뚫어 보는 가장 시의적절한 프레임 하나를 얻게 될 것이다.
‘에너지’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우리가 쓰는 전기는 물리적으로 타국의 영토와 연결되어 있다. 책은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의 지리적 불일치가 어떻게 국제 무역과 인프라(송유관, 송전망)를 탄생시켰는지 추적한다. 또한 ‘서구 민간 기업’에서 ‘자원 보유국의 국영 기업’으로 이동해 온 에너지 패권의 역사를 통해, 누구도 완벽한 통제권을 쥐지 못한 복잡한 공생 관계를 밝혀낸다.
20세기 초 엑슨모빌이나 셀, BP와 같은 서구의 거대 민간 석유 기업이 전 세계 유전과 유통망을 장악했다. 저자는 그 권력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추적한다. 1960년~70년대를 기점으로 산유국들은 “우리 땅의 자원은 우리의 것”을 외치며 자원을 국유화했다. 그 결과 사우디 아람코, 러시아 가스프롬 같은 ‘국영 에너지 기업’이 새로운 에너지 권력의 주인으로 등장했다. 저자는 국영 기업들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이면을 파고든다. 자원은 그들이 가졌지만, 이를 캐날 첨단 기술과 글로벌 유통망, 그리고 막대한 자본은 여전히 서구 기업과 금융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의존은 무조건 위험한 것일까
글로벌 에너지 상호 의존의 주요 패턴과 그것이 종종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변해 온 과정을 개괄한다. 에너지에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관점은, 의존성을 단순한 통계 수치로 파악하려는 접근 방법의 한계를 보여주며, 국가 간 에너지 공급 자체보다는 에너지가 이동하고 변환되는 국제 시스템에 대한 의존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시각을 통해 통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에너지 의존의 지리적 구조가 드러난다.
또한 저자는 의존성이 국가의 경제적·환경적 이익을 위해 선택한 ‘기회’일 수 있음을 역설하며, 수입국들이 공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펼치는 치열한 전략(비축, 다변화, 시장 통합)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한 가지 사례를 들면,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을 수출국으로 떠넘기는 ‘오염의 외주화’를 통해, 수입국은 깨끗한 환경을 누리는 혜택을 얻기도 한다. 의존을 ‘선택’한 대가로 치러야 할 위험(공급 불안정)을 관리하기 위해, 수입국들은 치밀한 안전장치를 구축한다. 이를 단순한 정책 나열이 아닌, 국가의 생존을 건 ‘보험 시스템’으로 분석한다.
에너지, 외교의 무기이자 평화의 촉매제
에너지는 강력한 외교적 ‘도구’다. 정부가 가격과 공급에 있어, 에너지를 어떻게 외교적으로 ‘조종’하는지, 그리고 외교 당국이 민간 프로젝트를 어떻게 정책 도구로 ‘전유(appropriation)’하는지 그 은밀한 방식을 설명한다. 비즈니스 논리로 시작된 가스관이나 유전 개발 사업을 정부가 지원하거나 규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의 전략적 도구로 ‘가져다 쓰는(전유하는)’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에너지 지정학의 무대에 국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엑슨모빌이나 가스프롬 같은 거대 다국적 기업은 때로 본국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인 외교력을 행사하며, 국제기구와 환경 단체, NGO 같은 시민사회 역시 파이프라인 건설을 막거나 촉진하는 강력한 변수로 작용한다. 책은 에너지가 ‘초국가적(transnational) 네트워크’ 속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강조하며, 국가 대 국가의 대결 구도를 넘어선 새로운 협력과 갈등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에너지 90% 이상 수입국 대한민국
‘평화의 파이프라인’은 가능한가?
세계적인 제조 강국이자 에너지 빈국인 한국에게 이 책은 더욱 뼈아픈 통찰을 준다. 분단된 현실과 강대국과의 이해관계 속에서, 우리는 과연 에너지 안보를 지켜낼 수 있을까? “러시아에서 한반도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야말로 남북한의 정치적 통합을 촉진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저자의 이 도발적인 질문은 한반도의 에너지 문제가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평화와 생존이 직결된 고도의 정치·외교적 과제임을 시사한다.
특히 이 책을 옮긴 권효재 서울대학교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원은 옮긴이의 글 〈한국 에너지 안보가 나아갈 길〉을 통해 에너지를 90% 이상 수입하는 ‘에너지 섬’인 한국에서 ‘에너지 지정학’이 왜 중요한지를 비롯해 에너지 안보를 위한 시의성 있는 두 가지 제언을 들려줌으로써 한국에서 ‘평화의 파이프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타진한다. 한국의 에너지 지정학에 대해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