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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의 문화사

사물의 생김새로 읽는 인간과 문명 이야기


  • ISBN-13
    978-89-356-7914-0 (0390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도서출판 한길사 / (주)도서출판 한길사
  • 정가
    25,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1-12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서경욱
  • 번역
    -
  • 메인주제어
    사회, 문화: 일반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사회, 문화: 일반 #인문학 #교양인문학 #역사 #문명 #문화사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210 mm, 444 Page

책소개

인간이 만든 형태에는 인간의 몸과 감각의 흔적이 남는다

 

당연한 것은 없다. 사물을 낯설게 바라보는 순간 문명의 민낯이 드러난다. 왜 동전은 둥글고 지폐는 네모날까. 왜 반듯한 빌딩 숲 사이에 구불구불한 길이 있을까. 『형태의 문화사』는 이 사소한 의문들을 렌즈 삼아, 인간의 몸이 세계에 남긴 열여섯 가지 흔적을 추적한다.

영국 노섬브리아대 건축학과 서경욱 교수는 손과 발 등 신체에서 출발해 집과 길, 나아가 문화적 현상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궤적을 복원한다. 이 관찰기는 우리가 이룩한 문명이 결국 ‘몸의 확장’이며, 인간의 감각이 빚어낸 가장 물질적인 결과물임을 증명한다.

목차

형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 프롤로그

 

제1부 몸의 형태

1. 손: 다섯 개의 손가락이 만든 디지털 세상

2. 발: 싸움에 끼지 말고 걷기만 하라

3. 눈: 과거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창

4. 얼굴: 눈・코・입이 만드는 무한한 세계

5. 웨어: 몸에 걸치는 모든 것

6. 크기: 작아서 좋은 점, 커서 나쁜 점

 

제2부 세상의 형태

1. 동그라미와 네모: 세상을 지배하는 두 가지 모양

2. 집: 바닥에 새겨진 한국 주거의 역사

3. 길: 오솔길, 도로, 철도는 어떻게 생겨났나

4. 고개: 산은 다가갈수록 완만해진다

5. 껍데기와 알맹이: 겉과 속에 관한 다양한 관점

 

제3부 문화의 형태

1. 배열: 가지런함과 뒤죽박죽에 대한 고찰

2. 짝퉁: 카피와 오리지날의 차이

3. 첫인상: 사물은 최초의 이미지로 각인된다

4. 노이즈: 순수함을 망치고 싶은 욕구

5. 낡음: 허물어지고 소멸하는 모든 것

 

형태 너머의 가치를 찾아서 | 에필로그

참고문헌

본문인용

36쪽

다섯 손가락으로 쉽게 감싸 쥐고 세밀한 컨트롤을 하기 위한 공 크기는 야구공보다 크지 않아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쥐고 돌리는 문고리의 지름은 야구공 크기인 7.4센티미터보다 당연히 작아야 하고, 편하게 잡기에 너무 작은 골프공 크기 4.3센티미터보다 커야 한다.

 

76쪽

서양인은 작렬하는 여름의 태양을 선글라스 없이 견디기 힘들어한다. 우리가 유럽이나 북아메리카를 여행할 때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은, 건물 내부 조명이 어둡고 주로 간접조명이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서양인이 어두운 인테리어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옅은 색 눈동자와 큰 안구로 진화한 그들은 주변 빛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조도에서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

 

159쪽

달리기의 경우 하체가 길수록 무게중심이 더 위쪽에 위치하므로,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뛰어나갈 때 더 큰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반대로 수영의 경우 무게중심에서 머리끝까지 상체 길이가 더 길수록 물 위로 더 높이 솟구쳤다 떨어지게 된다. 높이 솟구칠수록 수면에 닿는 순간의 수직·수평 속도는 더 빨라진다.

 

196쪽

가시 영역 중앙에는 수평 방향 120도의 양안시 영역이 존재한다. 양쪽 눈이 동시에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이 영역은 가로로 긴 가시 영역과 달리 세로로 더 길다. 맥락보다 인물에 집중하는 초상화나 쇼츠 같은 영상이 양안시에 맞춰 세로로 구성되는 것은 광학적 관점에서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213쪽

동아시아 문화권 안에서도 특히 한국인과 일본인은 청결함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따라서 깨끗한 높은 공간과 더러운 낮은 공간에 대한 구분도 유별나다. 모든 집에 현관이라는 별도의 낮은 바닥 공간이 명확하게 구획된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260쪽

남성보다 여성이 실제보다 거리를 더 멀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수렵채집 이론에 의하면, 빙하 시대에 남성은 사냥을 통해 정확한 거리감과 공간감을, 여성은 식물 채집을 통해 배열된 물체를 파악하는 관찰력을 발달시켰다. 더 높은 감수성으로 주변의 시지각 정보를 파악하는 여성은 같은 거리를 더 멀게 느낄 가능성이 크다.

 

287쪽

모든 스마트폰 업체는 경쟁적으로 물리적 버튼을 없애고, 배터리 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모든 슬롯과 포트를 숨기거나 없애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딱딱하고 견고한 덩어리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완벽한 봉인은 돌로 만든 모노리스의 축소판과도 같다. 마치 선사 시대 사람들이 거석을 숭배했던 것처럼, 현대인은 스마트폰의 미스터리한 완결성을 숭배한다.

 

312쪽

개방형 사무실은 오늘날 대학 졸업자들이 꿈꾸는 최고의 근무환경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은밀한 규칙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불특정 다수의 시선에 항상 노출되는 이곳에서는 감시를 피할 수 없고 프라이버시를 갖기 힘들다. 결과적으로 개방형 사무실은 대표나 임원들처럼 파워를 가진 사람에게 유리한 공간이다.

서평

■손과 발이 설계한 도시

문명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는 인간의 말단 기관인 손과 발의 요구를 반영한다. 동전의 동그란 모양은 ‘생활의 물리학’이다. 어느 방향으로도 모나지 않고, 주머니 속에서 걸림이 없어야 한다. 반면 지폐는 쌓고, 접고, 넘기기 위해 직사각형을 택했다. 한국 지폐의 짧은 변 6.8센티미터는 인간의 손아귀가 허락하는 가장 완벽한 수치다. 동그라미와 네모는 돈의 상징이기 이전에, 인간의 손이 선택한 최적의 형태다.

발이 남긴 흔적도 선명하다. 직선이 종이 위에 설계된 ‘권력의 질서’라면, 곡선은 토박이들이 발로 디뎌 만든 ‘삶의 궤적’이다. 뉴욕 맨해튼의 격자를 대각선으로 찢고 나가는 브로드웨이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걷던 야생의 길이다. 효율을 앞세운 직선의 공세 속에서도 인간의 발은 기어코 제 편한 길을 남긴다.

 

형태에 길들여진 몸

사물에서 시작한 관찰은 점차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관습으로 이어진다. 형태는 몸이 만들지만, 어느 순간 형태가 몸을 길들인다. 바퀴가 지나간 자리가 길의 폭을 정하고, 그 폭은 다음 바퀴의 크기를 제한한다. 우연은 표준이 되고, 표준은 다양성을 거세한다. 우리가 느끼는 ‘편안함’은 사실 오래전 굳어진 형태에 길들여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온돌과 마루는 형태가 인간의 습관을 재조직한 결정적 사례다.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바닥은 사람을 앉히고 눕힌다. 바닥이 생활의 무대가 되자 신발은 자연스럽게 금기가 되었다. 이 금기는 ‘안’과 ‘밖’을 가르는 위생 관념을 낳았고, 집에서 맨발로 생활하면서 화장실에 들어갈 때는 슬리퍼를 신는 독특한 문화가 탄생했다. 한국인에게 안팎의 구분은 벽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아니라, 몸의 동작으로 확인하는 심리적 경계다.

 

■우리 몸의 미래

옷은 피부의 연장이고 안경은 인공 시각이며 자동차는 강철 다리다. 문명은 인간이 몸을 바깥으로 뻗어내며 스스로를 재구성해온 과정이다. 하지만 기술이 몸의 기능을 대신할수록 인간의 몸은 무력해질지 모른다. 정교하게 세계를 움켜쥐던 손은 이미 화면을 터치하고 버튼을 누르는 단순 명령 기관으로 변화했다.

저자는 이 흐름이 충분히 누적될 경우, 먼 미래의 인간 손이 지금처럼 정교한 조작 능력을 잃고 가장 단순한 작업에 최적화된 기관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물건을 움켜쥘 수 있었던 인간 조상의 발이 땅을 딛고 달리기 위한 도구로 변화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어떤 동작을 기계에 맡기고 어떤 동작을 계속하느냐가 인류 신체의 미래를 다시 쓸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형태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시대에, 질문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 형태는 누구의 몸에 맞춰졌는가? 평균과 표준은 다수에게 편리함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다른 몸과 다른 삶을 ‘예외’로 밀어낸다. 『형태의 문화사』는 우리가 숨 쉬듯 당연하게 여겼던 사물과 공간의 민낯을 들추고, 우리가 사는 세계의 기본값을 의심한다. 그 기원은 언제나 인간다움의 가장 노골적인 토대, 몸과 감각에 닿아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서경욱
지은이 서경욱(徐京煜)
고려대학교 건축공학 학사, 미국 조지아텍 건축학 석사, 영국 UCL 바틀렛 건축형태학 박사를 취득하고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 쿠알라룸푸르, 버펄로, 런던에서 건축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영국 정부지원 말레이시아 저소득층 주거개발 연구책임자, LH 제3기 신도시 가이드라인 해외 연구책임자, 일본 과학진흥재단 초청 간사이 관광네트워크 활성화 연구책임자 등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현재 일본 국제 관광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동서양 주거 및 도시의 형태적 진화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썼으며, 저서로 『건축적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이 있고 번역서로 『건축물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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