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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아뜨뜨 아따따따!”
돌아온 나를 보자 녀석이 그 통통한 손가락을 뻗어 팔을 흔들고 어찌나 좋아하는지 몰라.
“캉 카강 캉!”
나도 녀석을 향해 풀쩍 뛰어오르고 꼬리를 흔들었어.
“카누야, 네가 안 보이니까 율이가 집안을 두리번거리고 자꾸 칭얼거려서 말야. 널 찾는 것 같길래 할머니한테 말씀드렸어. 널 데려오면 좋겠다고.”
엄마가 내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어.
“크아앙 캉!”
역시 너는 내 동생이구나! 나는 녀석에게 다가가 몸을 비비고는 등을 대줬어.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또 내 털을 움켜쥐는 거야. 까짓거 털 좀 뽑혀도 괜찮아.
“카앙 왈왈!”
(23쪽)
‘이때다!’
초록이 아이의 손등을 타고 하늘 높이 뛰어올랐어요.
‘난 가족을 모두 잃고 여기까지 와서 살아 남았어. 나까지 인간의 손에 죽기는 싫어!’
통에서 벗어난 초록은 텃밭을 향해 뛰고 또 뛰었어요.
“초록아! 조금만 더 힘내!”
고구마밭에서는 대장 갈색 메뚜기와 친구들이 뛰어오는 초록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어요.
그때 초록을 이곳 텃밭으로 안내해 주었던 잠자리가 마당을 돌다가 초록을 발견하고 응원하는 듯 낮게 날았어요. 마침 빨간집에 들른 바람 시원이와 서늘이도 초록을 보고 텃밭을 한 바퀴 더 돌아 주었어요.
덕분에 초록은 한껏 힘을 냈어요. 결승선을 눈앞에 둔 달리기 선수처럼요.
(41~43쪽)
소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못난이라는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그러다가 점점 아득하게 들렸다. 교실 바닥에 구멍이라도 뚫고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자자. 그만 웃어!”
선생님이 교탁을 탁탁 두드렸다. 그사이 소희는 비틀비틀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팔수가 소희의 손에서 잉잉을 채갔다.
“얘들아, 이것은 울고 있는 진소희다.”
또다시 교실에 웃음소리가 퍼졌다.
“이리 내놔!”
허공에서 소희의 손이 팔수의 손과 엉켰다. 그 순간 팔수가 잉잉을 교실 뒤쪽으로 휘익 던졌다. 날아가는 잉잉을 향해 소희도 몸을 날렸다.
우당탕탕.
책상과 함께 소희가 넘어졌다.
(52쪽)
갑자기 고모가 목소리를 내리깔고 입술을 비죽거리면서 검도 할아버지의 말투를 흉내냈다.
“그 노인네 넉살도 좋아. 차림새하고는. 야구 모자에 찢어진 청바지라니. 엄마가 그런 날라리 같은 영감탱이를 사귄대. 나는 당신 보고 싶지 않으니까 이 집에서 나가라고 했어.”
그때 할머니가 방문을 열고 나오더니 베개를 고모 얼굴에 냅다 던졌다.
“야! 주둥이 닥치고 너나 이 집에서 나가! 시집도 안 간 것이 뭘 안다고 지껄여 시방. 애비도 에미랑 너희들 집으로 가. 다 꼴도 보기 싫어!”
“엄마! 지금 뭐하는 거야!”
고모가 베개를 치우며 소리질렀다. 하지만 할머니는 방문을 ‘쾅’ 닫고 다시 들어갔다.
나는 그렇게 화내는 할머니 얼굴을 처음 보았다. 식구들은 할머니가 들어간 방문을 멍하니 바라만 봤다.
(108~1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