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생태계에서 책의 근대와 마주했던 일본 작가들의 도전
책은 그 기원부터, 읽기 위한 도구·기계(機械)였다. 도구·기계를 만들어 냄으로써, 사람은 그때마다, 자신이 사는 공간과 시간을 조금씩 바꿔갔다. 사람과 기계가 그렇게 역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은 책이라는 장치에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그 경계에서는 끊임없이 외적인 여러 조건에 의한 힘의 개입과 갈등이 있었다.
책은 단지 그 물질적인 변형을 계기로, ‘읽기’만을 재편성한 것이 아니다. 그때까지 모든 시대, 사회도 그랬지만, 그 이상으로, 근대라는 사회 시스템은 정보의 일원화와 신속화, 광범위한 곳에 이르는 전달을 반드시 필요로 했다. 그 근대에서 언어를 비롯한 여러 가지 담론의 체계를 대량으로 복제하고, 배포하는 책은 그 기능을 수행하며, 극히 정치적 역할을 떠맡게 되었다. 책이 출현한 뒤에 나타나서, 책을 위협했던 신문·잡지처럼 전달 속도가 빠른 미디어는 자칫하면 정보를 주고받는 데 비중을 두는 데 비해서, 책은 많은 정보량과 함께,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고,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말하고, 읽고 쓰는지를 가르쳐주는 미디어로서도 작동했다. 근대사회의 일원으로서 일상적인 생활의 실천이 교육된 것이다. 그 단적인 표현으로, 책 자신과 어떻게 만나는지 알려주는 책이 있다.
‘읽기 위한 기계’ 또는 ‘읽히는 기계’로부터, 더 나아가서는 ‘읽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기계’로. 이런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 책의 근대사를 모두 개관할 수는 없지만, 신체적인 ‘읽기’ 행위와도 연결되는 소설에 한정함으로써, 그 때문에 보이는 광경이 있을 것이다. 책 만들기의 변형은 소설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장정과 지면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각각의 소설가들은 자기의 소설을 어떤 책으로 만들려고 했을까? 그리고 소설 속에서 책에 대한 접촉의 회로는 어떻게 지도되었을까? 자신이 쓴 언어가 인쇄되고, 책이 되어 독자에게 다가가기까지 일어나는 과정을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읽기’는 필연적으로 ‘쓰기’와 함께 움직인다. 인쇄술의 발명을 전후해서, 소설이라는 장르가 생겨났다. 한번 문자를 익히면, 쓴다는 행위는 암벽에서도 대지 위에서도 이루어지는데, 그 축적 위에 만들어지는 소설은, 활자화되고, 복제된 책이 되어 손에서 손으로 건네짐으로써, 사회적으로 인지되었다. 책은, 소설을 뒷받침하는 생태계로 존재한다.
여덟 개의 장은, 책과 관련된 일본의 근대소설을 역사적으로 다시 파악해 보려는 작은 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