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들깨이빨’ 작가님이신가요?”
자기만의 장르를 구축해나가는 만화가 들개이빨
마감과 사투하며 끝끝내 완성해낸 산문집 『진짜진짜최종』
『먹는 존재』와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뮤지션』으로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두 차례 수상한 만화가 들개이빨의 신작 산문집 『진짜진짜최종』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과 기고를 통해 탁월한 ‘글발’을 증명해온 그는 이번 책에서 15년간 만화가로 살아남기 위해 고투한 경험과 업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써 내려간다.
『진짜진짜최종』은 치열한 웹툰업계에서 자리 잡은 창작자의 성공담이라기보다 마감에 허덕이고 의욕은 들쑥날쑥하고 자신감은 바닥을 치는 불완전한 인간이 통과해온 생생한 삶의 기록이다. 만화가 들개이빨은 반복되는 자기혐오, 타인을 향한 질투심, 비교에서 오는 열패감 등 자신을 구성하는 모난 감정들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이러한 감정들은 자신과 타인, 나아가 사회에 대한 집요한 관찰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반복해 당면하는 문제 앞에서 매번 흔들리면서도 자기 방식대로 돌파하는 모습, 불완전한 채로 버티며 나아가는 태도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 산문집은 독자에게 보내는 한 통을 제외하면 모든 글이 편집자를 수취인으로 상정한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번번이 마감에 늦어 자책하는 읍소는 애처롭기까지 하지만, 적재적소에서 허를 찌르는 만화가 들개이빨 특유의 유머와 비유가 저항 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편지의 형식을 빌려 말을 건네듯 편편이 보내온 글들은 독자가 대화의 상대로 이 책을 마주하게 이끌 것이다.
그래도 들깨이빨 정도면 상식적인 오타에 속합니다. ‘늑대치아’라고 한 분도 봤어요. 굉장하지 않습니까? 모든 글자가 다 틀렸죠. 더 놀라운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네 글자가 저를 지칭한다는 걸 어찌저찌 알아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요.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뜻만 통하면 되지. _본문에서
자학은 일상, 질투는 체질
불편한 진심을 웃음으로 승화하다
만화가 들개이빨은 자학과 질투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주간 연재 시기의 작업 일기에서는 마감 전날까지 “나 진짜 그림 너무 못 그린다. (…) 스토리도 못 써, 그림도 못 그려. 도대체 만화가로서 내 장점은 뭘까? 역시 재능이 없는 것 같다”라며 자학하고, 『진짜진짜최종』을 쓰면서는 “정신적 기저귀를 끝도 없이 갈아줘야 하는” 습관성 자학자라고 스스로를 칭한다. 그러나 이는 잘하고 싶다는 욕망과 못하고 있다는 자각이 교차하는 상태에서 자학을 생존 전략으로 채택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질투라는 감정에 있어서는 “누군가를 질투하느라 한 글자도 쓰지 못했습니다”라고 털어놓을 만큼 일가견이 있다. 그는 평생 ‘질투의 노예’로 살아오면서 질투를 다루는 기술에 대해서도 터득했다.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웹툰 플랫폼 메인 화면을 쳐다보지 않는 ‘타조 권법’을 연마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면서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기형도 시의 제목처럼, 질투를 추하다고 평가 절하하기보다 생활의 동력으로 삼는다. 무엇을 부러워하는지 알게 되는 순간 어디로 향해야 할지도 알게 되듯, 비교에서 시작된 질투가 삶을 움직이는 연료로 쓰이는 것이다.
아아, 정말 큰일입니다. 같이 있기 진짜 짜증 나는 인간 중 하나가 습관성 자학자잖아요. 제대로 된 대화가 불가능하고 “아니야…… 그런 소리 마…… 너 정도면 괜찮은데 왜……” 따위의 리액션으로 계속 기를 살려줘야 하니까요. 정신적 기저귀를 끝도 없이 갈아줘야 하는 거죠. 죄송해요. 제가 좀 그런 스타일이에요. 면목이 없습니다. _본문에서
만화가 들개이빨의 진가는 ‘죽는소리’를 하면서도 시종일관 유머로 글을 장악하는 데서 발휘된다. 의도적으로 설계한 개그가 아니라 생활 반경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유머는 스스로를 견디며 장착한 필살기이다.
실패에서 출발해 오늘까지
불완전한 상태로 굴러가기
『진짜진짜최종』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만화가 들개이빨의 집요하고도 인간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웹툰 장수’가 되고 난 후 순수한 오락으로 즐길 수 없어 웹툰을 보지 않고, 점잖은 말투로 속을 뒤집는 악플의 유형을 분석해보고, 인공지능이 만든 스토리가 수준 미달인 데 괜한 자신감을 얻고, 쓸데없는 심판관에 빙의해 강연 제안을 걷어찬다는 일화들이 진진하게 이어진다.
그는 성공보다 실패를 출발점으로 삼고 나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산문집은 이루어낸 것 대신 오늘을 어떤 상태로통과했는지 들여다보고 기록한 동시대 창작자의 생생한 ‘상태 보고서’이다.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상태로 똑같은 고민을 거듭하면서 여전히 쓰고 그리는 만화가 들개이빨의 메시지는, 멈추지 않는 태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