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감정은 어떤 일이나 현상, 사물에 대하여 느끼어 나타나는 심정이나 기분을 가리킵니다. 누구나 좋은 마음이나 기분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자기 뜻과 상관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오락가락 변덕을 부려 마음을 다치기도 합니다. 조우연 시인은 그러한 마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시가 있으며, 마음을 읽는 것이 바로 시를 읽는 거라고 말합니다. 시를 많이 읽으면 공감하는 마음이 커지고, 공감하는 마음이 커지면 배려와 사랑이 커질 거라고 단언합니다. 자! 그럼, 함께 ‘겉바속촉’ 감정 여행을 떠나 볼까요?
부엉아,
이제 그만
달 전등 끄고
빨리 자
그러다 밤새겠다
그러나
부엉이는 잘 수가 없었어
토끼가 아침 일찍 깨워 달라고 했거든
학교 가는 첫날
토끼가 지각이라도 하면 어떡해
- 「말똥말똥 보름밤」 전문
이 동시는 ‘두려운’ 감정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부엉이는 밤이 새도록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토끼가 아침 일찍 깨워 달라고” 부탁을 했기 때문입니다. “학교 가는 첫날/토끼가 지각이라도 하면 어떡해”에서 보듯이, 혹시나 잠이 들어 토끼를 깨우지 못할까 싶은 두려운 마음에 꼬박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학교 가는 첫날 지각이라고 할까 봐 두려워하는 토끼와 그런 토끼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까 싶어 노심초사하는 부엉이의 마음이 잘 느껴집니다. 이 동시를 읽다 보니 학교에 입학하던 첫날, 직장에 출근하던 첫날이 생각납니다. 뭐든지 처음은 늘 두렵고 설레기 마련입니다. 아마도 이 작품에 공감하는 독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빠 코 고는 소리가
아빠 따라 출장을 갔어
들썩이던 창문도
오늘 밤에는 잠잠해
코 고는 소리가 없으면
잘 잘 줄 알았는데
아빠 코 고는 소리가
자장가였다니
- 「잠잠한 밤」 전문
이 동시는 ‘허전한’ 마음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형용사 ‘허전하다’는 의지할 곳이 없어지거나 무엇을 잃은 것 같이 서운한 느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아이들도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있지만, 막상 그것을 설명하려고 하면 쉽지 않습니다. 이 동시는 “코 고는 소리가 없으면/잘 잘 줄 알았는데” “아빠 코 고는 소리가/자장가였다니”에서처럼,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예 즉, 출장 간 아빠의 부재를 통해 허전한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감정 표현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작품입니다.
◎ 시인의 말
시는 마음이 있는 곳 어디에나 있어요. 그러니까 마음을 읽는 것이 시를 읽는 거예요. 바람의 마음, 구름의 마음, 지렁이의 마음, 풍뎅이의 마음, 풀잎의 마음, 아빠 엄마의 마음, 선생님의 마음, 친구의 마음, 동생의 마음을 읽는 것이 시를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거예요.
그런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감자튀김처럼 때때로 마음들은 겉과 속이 다르게 보일 때도 있어요. 저도 속으로는 걱정과 쑥스러움으로 가득 찼으면서 화를 내며 토라졌던 적이 있었거든요. 마음은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해요. 시를 그렇게 읽는 것처럼요.
시를 많이 읽으면 공감하는 마음이 커지고, 공감하는 마음이 커지면 배려와 사랑이 커질 거예요. 정말 그럴 거예요! 자, 이제 가까운 곳에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시를 찾아볼까요?
2025년 11월
조우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