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한가운데에 도로가 난다면?
내가 자동차로 먼 거리를 여행하기 시작한 건 내비게이션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이다. 내비게이션은 인공위성으로 현재 위치를 알아내어 실시간으로 길을 안내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가족들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여덟 살이었던 나는 차를 오랫동안 타고 여행할 만큼 참을성 있는 아이는 아니었다. 출발한 지 5분도 안 되어서 “얼마나 더 가야 해요?” 하며 보챘다고 한다.
아버지는 종이 지도 보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래서 여행할 때마다 지도를 챙기셨다. 아버지는 지도를 보며 남은 거리를 알아내는 방법을 나에게 가르쳐 주셨다. 지도에는 여행 경로를 따라 마을 위치가 점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점들 사이에는 작은 숫자가 적혀 있다. 이 숫자들을 모두 더하면 남은 거리를 알 수 있다.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또 회색 선들이 지도 위에서 얽히고설켜 있던 것이 기억난다. 도시들을 에워싼 고속 도로망은 무척 어지러워 보였다.
나는 지도에 있는 표시는 모두 정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선과 점선, 색깔 선은 각각 포장된 길, 포장되지 않은 길, 여러 차선이 마련된 넓은 길이나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뉘는 길을 나타낸다. 또한 갈색과 초록색, 파란색의 배경색은 산이 많은 곳, 풀과 나무가 우거진 곳, 물이 있는 곳을 가리킨다. 고속 도로는 구불구불하게 표시되어 있다. 고속 도로는 숲을 가로지르고 강을 건넌다. 또한 해변까지 닿아서 배 선착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지도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도로는 지도에서는 자연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아스팔트 띠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야생 동물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서식지를 갈라놓기 때문이다. 또 도로를 지나는 차량 때문에 오염 물질이 생긴다.
도로 때문에 빚어지는 문제를 풀려면 전문가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여러분의 도움도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도로 때문에 동물들이 받는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 이제부터 그 방법을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