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처음 발붙이고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 인류는 하늘에 떠 있는 것들에 매혹되어 왔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천체들이 저마다 밝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몇몇은 무리 지어 별개의 집단을 이루기도 하고, 대부분이 서로 다른 시간에 서로 다른 위치에서 뜨고 지며 모양새를 바꾼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가 계절의 흐름과 일치하여, 씨를 뿌리고 추수할 시기를 알려준다는 사실 또한 알아차렸다. 천체는 땅과 바다에서 중요한 길라잡이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계절에 따른 하늘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은 곧 생존의 문제였다. _13쪽
페르세우스는 험준한 바위에 두 팔이 묶인 공주를 보자마자 그 아름다움에 홀려서는 말문이 막히고 정염의 불길에 휩싸이고 말았다. 공주의 머리카락이 미풍에 나풀거리지 않았던들, 공주의 두 뺨이 눈물에 젖어 따스하게 반짝이지 않았던들, 페르세우스는 그녀를 숨 멎을 듯 황홀한 조각상으로 여겼을 것이다._41쪽(안드로메다자리)
크레타 섬에 도착한 오리온은 여신 아르테미스와 어울렸다. 오리온과 아르테미스는 전원을 누비며 사냥을 즐겼지만, 이 관계 역시 악연으로 끝나고 말았다. 사냥 실력이 높은 경지에 오르자 자만한 오리온이 대지의 모든 짐승을 죽일 수 있노라 큰소리를 떵떵 쳤기 때문이다. 신들, 특히 야생 동물의 수호신인 아르테미스로서는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고대에 사냥은 순수 스포츠가 아니라, 사냥감에 대한 공경과 존중이 전제되어야 하는 행위였다. 그래서 짐승을 잡을 때마다 기도와 감사 인사를 올렸다. 오리온의 허세에 분노한 대지의 신 가이아는 오리온이 자신의 입으로 예고한 잘못을 저지르기 전에 거대한 전갈을 보내어 독침으로 그를 찔러 죽이게 했다._50쪽(오리온자리)
그는 위험한 동굴 속으로 뛰어들어가 돌벽에 바짝 붙은 채, 쉭쉭 소리를 내는 헝클어진 머리칼을 시작으로 마치 곡식을 수확하듯 고르곤의 버둥대는 목을 베어내 낫을 붉게 물들였다._55쪽(페르세우스자리)
목동자리의 주인공으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아테네 사람 이카리오스다. 디오니소스는 나이도, 성별도, 신분도, 인간과 짐승의 구분도 따지지 않고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는 민주적인 신이었다. 하지만 성별을 분간하기 힘든 외모나, 신도들을 일상의 근심과 제약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능력 때문에 디오니소스를 아니꼽게 보는 자들도 있었다. 디오니소스는 충실한 신봉자인 이카리오스에게 포도주를 양조하는 귀한 기술을 전수했고, 고마움을 알고 너그러운 이카리오스는 새로 얻은 지식과 선물을 이웃들에게도 나누어 주려 포도주 부대를 소달구지에 실었다.
이카리오스가 처음 만난 양치기 일행은 난생처음 접한 포도주를 과음하고 통증이 심해 술에 독을 탔다고 오해할 지경이었다. 고주망태가 된 그들은 가여운 이카리오스를 몽둥이로 때려죽인 뒤 달아났다. 이카리오스가 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된 딸 에리고네는 아버지를 찾아 나섰고, 비운의 현장에 있었던 충견 마이라가 그녀를 아버지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에리고네는 아버지의 죽음에 절망한 나머지 나무에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비탄에 잠긴 마이라는 우물에 뛰어들어 죽었다. 이 셋의 가혹한 운명을 가엾이 여긴 제우스는 밤하늘에 그들의 모습을 남겼고 그리하여 이카리오스는 목동자리, 에리고네는 처녀자리가 되었다._89쪽(목동자리)
페가수스의 어머니 메두사가 처음부터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고르고네스라 알려진 세 자매 중 한 명이었다.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셋 중 유일하게 죽을 수 있는 존재였다. 다시 말해, 그녀의 자매들은 죽지 않았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메두사에게 반해 쫓아다니다 아테나의 신전에서 그녀와 정을 통했다. 아테나는 성스러운 공간을 더럽히는 불경을 저질렀다며 메두사를 벌했다. 아름답게 물결치던 머리칼은 뱀으로 변해 꿈틀거리고, 얼굴은 누구나 살짝 쳐다보기만 해도 돌이 되어버릴 만큼 흉측해졌다._137쪽(페가수스자리)
위대한 사냥꾼 오리온이 세상의 생물이란 생물은 모조리 죽일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다니자 정말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과 분노 속에 아르테미스가 행동에 나섰다. 한때 오리온과 함께 사냥을 다니며 정을 나누었던 아르테미스는 이젠 그의 천적이 되고 말았다. 아르테미스(혹은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지하 깊은 곳에서 조력자를 불러냈다. 땅이 갈라지고 거대한 전갈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독침으로 오리온을 찔러 죽였다.
제우스는 전갈을 하늘로 올리고 별자리로 만들어 인간들에게 경고했다. “모든 생명은 귀하고 소중하거늘, 살아 있는 것을 함부로 죽이지 말지어다.” 전갈의 단단한 집게발은 천칭자리라는 독자적인 이웃 별자리가 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고대에 일부 있었다). 아르테미스는 오리온이 생전에 여러 차례 용맹함을 보였으니 이를 기려 그도 하늘로 올려달라고 청했다. 제우스는 승낙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달았으니, 오리온이 영원토록 전갈에게 쫓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전갈자리가 하늘에 뜨면 오리온자리는 지평선 아래로 저문다._192쪽(전갈자리)
인간들이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신을 경시하며 행실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소식에 제우스와 헤르메스는 인간들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들은 유달리 악명이 높은 리카온을 찾아갔다. 리카온은 다른 모습으로 둔갑한 제우스가 자신의 정체를 밝혔을 때 믿지 않았다. 그래서 제우스가 과연 진짜 신인지 시험할 심산으로, 자기 손자 아르카스를 토막 내어 끓여서 식탁에 내놓았다. 물론 제우스는 음식을 맛보지 않고도 재료를 알아챘다. 아르카스는 곧장 되살아났고 최후에는 작은곰자리라는 별자리가 되어, 별자리가 된 어머니 칼리스토 곁에 자리했다. 반면 리카온은 이리가 되어 숲속으로 달아났다._188쪽(이리자리)
비둘기자리는 플란시우스가 16세기 후반 천체도와 천구의에 표시한 별자리다. 라틴어 이름인 ‘콜룸바’는 ‘콜룸바 노하에(Columba Nohae, 노아의 비둘기)’의 축약형으로, 노아가 홍수 물이 빠졌는지와 근처에 땅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 유명한 방주에서 날려 보냈다는 비둘기를 상징한다. 비둘기는 올리브나무 가지를 문 채 돌아왔고, 비둘기자리는 바로 그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_235쪽(비둘기자리)
봉황자리는 플란시우스가 탐험가들과 함께 발견한 12개의 별자리 가운데 가장 크며, 고대 그리스 로마 사람들이 아라비아의 황야에서 산다고 믿었던 전설의 불사조를 형상화한다. 불사조는 빨간색, 황금색, 파란색, 자주색 깃털이 어우러진 대단히 아름답고 큰 새로, 500년 넘게 살았다고 전해진다. 향긋한 유칼립투스와 향료(유향, 몰약, 계피)로 직접 장작더미를 쌓아 몸을 태우면 그 잿더미에서 새끼가 태어나 날아올랐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불사조는 부활했다._240쪽(봉황자리)
시계자리의 라틴어 이름 ‘호롤로기움’은 ‘시간을 세는 장치’라는 뜻인데, 드 라카유가 이 별자리에 원래 붙였던 이름은 ‘진자와 초침이 달린 시계’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로를로지 아 팡뒬 & 아 세콩드(l’Horloge à pendule & à secondes)’였다. 시계자리는 진자를 통해 시간과 분뿐만 아니라 초까지 잴 수 있는 진자시계를 형상화한다. 드 라카유는 별들의 움직임을 추적할 때 바로 이 기구를 사용했다._2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