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친정을 간다》는 한 생의 기억과 땅의 시간이 긴 호흡으로 스며든 시집이다. 문장의 결은 담백하지만 그 안에는 한 세대가 지나온 때와 장소, 노동과 숨결, 가족의 온기와 사라진 풍경이 촘촘히 깔려 있다. 시인은 화려한 수식 없이도 오래된 삶의 결을 있는 그대로 길어 올리며 누구에게나 마음속 깊이 자리한 ‘돌아가고 싶은 자리’를 조용히 환기한다. 이 시집의 세계는 고향이라는 단어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다. 뒤안의 연기와 장날의 붉은 소란 겨울 저녁의 아궁이 불빛, 농사와 노동의 리듬, 상주의 들판과 골짜기 이름들, 오래된 어른들의 체온, 그리고 나이를 거듭하며 다시 자기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마음의 움직임까지—모든 것이 한 생의 풍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삶의 기억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몸에 새겨진 시간’으로 되살아나며 자연은 배경이 아니라 화자의 존재를 비추는 거울처럼 작동한다. 특히 이 시집이 남기는 인상은 근원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다. 늙은 친정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마음, 잊혀졌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문득 되살아나는 감각, 사라진 사람들과 사라진 풍경이 바람의 결로 되돌아오는 장면들이 시 전편에 깊은 울림을 만든다. 과거는 회상으로만 머물지 않고 현재의 삶을 다시 부드럽게 길들이는 힘이 된다.
《늙은 친정을 간다》는 한국적 정서, 삶의 의지, 자연의 숨결이 잔잔하게 이어지는 시집이다.
각 편은 고요하지만 결코 약하지 않으며, 사라진 것들을 애도하는 동시에 살아 있는 것들을 따스히 끌어안는다. 한 사람의 생애가 어떻게 땅의 기억과 맞물려 자라고 흔들리고 다시 단단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이 시집은 읽는 이에게 오래도록 남아 천천히 마음의 온도를 바꾸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