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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가을

중국과 서양, 그리고 태평천국 전쟁의 역사


  • ISBN-13
    979-11-6909-479-5 (0390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식회사 글항아리 / 주식회사 글항아리
  • 정가
    4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6-01-0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스티븐 플랫
  • 번역
    임태홍
  • 메인주제어
    역사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태평천국 #제국주의 #개혁개방 #홍수전 #역사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5 * 205 mm, 720 Page

책소개

역사상 가장 거대한 내전 중 하나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

이 책은 잊을 수 없는 인물들과 대규모의 잔혹한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현대 중국의 운명을 결정지은 이 내전을 광활하면서도 세밀한 시선으로 조명한다.

 

감각적·도덕적·지적·감정적으로 말을 거는 역사서

각주로만 남아 있던 사건의 완벽한 복원

일류 역사가의 19세기 중국에 대한 포괄적 시각 제시

 

 ★컨딜 역사상 수상작  ★헨리 키신저, 조너선 스펜스 강력 추천

 ★매사추세츠 도서상 최종 후보작 ★『뉴욕타임스북리뷰』 편집자 추천 도서

 ★『포린폴리시』 “가장 좋아하는 책” ★『워싱턴포스트』 주목할 만한 책

 

 

현대 중국의 장막을 연 서사시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내전 

 

이 책은 역사학자가 중국의 태평천국에 대하여 한 편의 서사시처럼 쓴 것이다. 조너선 스펜스가 1996년 태평천국 운동에 관한 저서를 낸 뒤 이 주제에 관해서 주요 연구서가 16년 만(원서 출간 2012년)에 출간된 것이다. 그사이 중국은 많이 변했다. 톈안먼 사태 진압 이후 중국이 방어적 자세에서 벗어나던 시기에 스펜스가 태평천국 지도자의 기이함, 그 이념의 괴짜스러움, 사건들의 먼 과거를 강조했다면, 플랫의 대작 『천국의 가을』은 태평천국 반란에 관한 신선하고도 중요한 시각을 제시한다. 19세기 중국은 세계사에서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통념을 뒤엎고, 세계사적 시각에서 이 반란이 선교사부터 혁명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의 관심을 사로잡았음을 보여준다. 

1853년 카를 마르크스는 『뉴욕 데일리 트리뷴』의 런던 통신원으로서 태평천국의 반란이 “하나의 엄청난 혁명”이며, 바로 중국에서 서구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 1848년 유럽 혁명에 아직 취해 있었던 급진주의자들에게 이 봉기는 자신들이 일으킨 혁명의 메아리로 여겨졌던 것이다. 

미국에 있는 이들에게도 이 반란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선교사들은 이 운동을 통해 중국을 “순식간에 기독교 국가로 개종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태평천국 반란군을 인정하고 그들과 교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무엇보다 태평천국 사람들을 기독교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중국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차와 비단 생산 지역을 점령하고 있었다.

이 책은 태평천국 반란을 내전이라고 보며, 이들의 전쟁 경험이 유럽의 제국주의에 직면해 어떻게 지적·사회적·문화적 갈등을 풀어가는지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역사서들과 차별점을 지닌다. 이 중국 내전은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와 실타래처럼 얽혀 있었으며, 이들 외국인은 공포에 젖어 이 사태를 지켜보았다. 그동안 해외에서는 태평천국을 억압받는 다수 민족 집단이 소수 민족 지배층에 맞선 반란이나 외국 선교사들이 믿는 신에 대한 승인으로 인식했다. 반면 중국 공산당은 이 봉기의 주동자들을 유토피아적 선구자로 여겼고, 개혁주의자들은 기울어가는 제국을 근대화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 사건으로 보았다. 또 민족주의자들은 만주족 지배자에 맞선 중화 민족의 반란을 칭송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1851년부터 1864년까지 잔혹한 전투, 포위전, 전염병, 기근이 최소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쇠퇴한 청나라는 결코 이전의 힘을 회복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태평천국은 현대 중국사의 드라마를 위한 무대를 열어젖혔다.

 

이 내전이 세계 역사에 미친 파장 

두 인물에 대한 전기는 어떻게 전체 중국사가 되는가 

 

이야기는 1852년 홍콩에서 시작된다. “불건전하고 습한 곳, 청나라 남쪽 해안에서 벗어나 있는 바위섬.” 태평천국의 천왕 홍수전의 사촌인 홍인간은 허름한 영국 식민지에 주재한 스웨덴 선교사 함베리에게 태평천국 반란에 대해 설명하려 애쓰고 있다. 이 장면은 플랫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상호 불신과 잘못된 신뢰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이때 중국과 서양의 역사적 궤적이 처음으로 크게 얽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850년대 초, 유능한 장군들이 이끄는 태평천국은 자신들 앞에 놓인 장애물을 모두 쓸어버리며 양쯔강을 따라 수천만 백성이 거주하는 부유한 여러 지방을 통합했다. 중국 중부 난징에 수도를 둔 태평천국의 천왕은 유교와 불교 사원을 파괴하고, 남녀가 따로 공동 주택에서 살게 했으며, 재산을 공유하고 개신교 예배를 드리도록 명했다. 이 모든 것은 청나라의 붕괴를 예고했고, 태평천국은 명나라를 위해 복수하는 애국자를 자처했다. 그중 은둔하는 태평천국 천왕의 최측근인 홍인간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 

그동안 서양인들은 중국 역사에 자신들이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해온 반면, 저자는 책 전체에 걸쳐 홍인간과 증국번이 각자의 정부를 위해 부상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조명해 이중 전기의 형식으로 구성했다. 즉 인물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경험을 통해 역사를 서술하는 것은 저자가 지닌 강점이다.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리려면 그 인물이 개인을 넘어 시대의 흐름이나 더 큰 집단을 대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부 묘사를 할 근거들도 모두 자료에서 정확히 찾아내 가령 반란군이 말을 타고 어느 방향으로 향했는지, 그날의 일몰 시각은 언제인지 묘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이런 디테일에서 매우 탁월하다. 

지배자들의 심리 묘사에 있어서도 저자는 뛰어난 면모를 보인다. 그 핵심은 영국과 청나라 정부 주요직에 있던 수많은 관리의 오만과 편견에 있다. 영국 대사 프레더릭 브루스는 태평천국인들을 그저 혐오하기만 하면서 야만인이라 불렀고, 청나라 장군 증국번은 유럽 기술의 유일한 가치가 시끄러운 소음에서 비롯된 공포심이라고 믿었다. 이런 사례를 분석적이고 냉정한 어조로 서술하면서 저자는 인간이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전 묘사에 이어 이 책은 시야를 국제적으로 확대해 새로운 서술을 시도한다. 가장 뛰어난 점은 태평천국을 19세기 중반 국제정세의 흐름에 놓고 미국의 남북전쟁과 동시에 다루는 데 있다. 마르크스의 사설, 영국 의회에서의 논쟁, 섬터 요새와 애퍼매턱스 같은 동시대 사건들을 인용하며 이 내전이 세계적 차원을 지녔음을 효과적으로 입증한다. 양쪽 내전에 모두 관여하고 있던 영국은 겉으로는 중립 정책을 고수했지만 오만함과 오해와 이기심으로 두 나라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중국인들은 이 내전으로 20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전쟁의 공포를 과장하지 않기 

사건 스스로가 말하도록 할 때 발휘되는 힘 

 

저자의 서술은 홍인간과 증국번 같은 주요 인물들의 군사 작전으로 초점이 옮겨간다. 양측의 무분별한 학살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양 개입의 터무니없는 역학을 해부할 때 이 책은 가장 빛을 발한다. 이를테면 상하이에서 관세 징수 감독관이었던 허레이쇼 넬슨 레이는 청나라 정부를 위해 최첨단 군함들로 구성된 함대를 편성했는데, 청국 정부는 이를 사용할 수도 없고, 비용을 지불할 수도 없었다. 

영국, 프랑스, 미국은 중립 정책 표방과 달리 청나라 군대와 태평천국군 사이를 교묘히 조종하며 분란을 부추겼다. 상하이에 주둔한 선교사 집단은 ‘변덕스럽고 특이한’ 테네시 출신의 남부침례회 전도사 이서카 로버츠의 지휘 아래 태평천국을 적극 옹호하며 협상했다. 동시에 식민지 외교관, ‘중국 전문가’, 권력 있는 상인들로 구성된 엘리트 계층은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길 원하며 청나라를 지지했다. 특히 영국의 선택과 행동에 주목해야 하는데, 기독교적 성향을 지닌 태평천국군을 지지하는 대신 제2차 아편전쟁에서 적대시했던 부패하고 반근대적인 청나라를 지지한 점, 평화 협상 과정에서 극도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점은 역사의 큰 아이러니 중 하나다. 

외국 세력의 큰 오류와 잘못은 “고의적인 무지”에 있었다. 가령 중국 주재 영국 공사인 프레더릭 브루스는 태평천국군을 공격하기 전에 이들로부터 온 편지를 읽기를 거부했는데, 즉 정보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했던 게 아니라 “중국 문화는 불변하는 측면이 있어서 반란군의 승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평천국군은 기독교 형제들로부터 증기선과 암스트롱포를 기대했지만 결국 크게 실망한다. 그 무기들은 매사추세츠 용병 프레더릭 워드와 그의 ‘상승군’(탈함병과 실패자들 및 중국인 병사로 구성된 잡다한 무리)이 사용하다가 이후에는 영국 장교들이 사용하며 오히려 태평천국군을 겨누었다.

사실 이 반란은 1850년에 이미 시작되었다. 청나라 만주족을 몰아내고 평등주의적이고 도덕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태평천국군의 천왕 홍수전의 의지였다. 여기에는 재정적으로나 과학기술로나 현대성의 싹들이 이미 배태되어 있었다. 서양 선교사들은 중국인을 개종시키려는 목적으로 반란군에 합류하며 사회에 스며들었고, 이로써 태평천국 사람들은 혼종된 기독교 사상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1861년이 되자 미국이 내전에 휘말렸고, 이때 영국은 미국의 아메리카남부연합 편에 서는 대신 중국에 대한 개입을 선택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저자가 관점을 유연하게 바꿔가며 전략과 인물과 정치적 복잡성을 한꺼번에 조명하는 데서 매끄럽게 펼쳐진다. 가령 대규모 처형, 강간, 기아, 식인 행위와 같은 전쟁의 공포는 과장되지 않고 콜레라나 사회 전반의 타락과 같은 것도 그 사건 스스로 말하도록 내버려둔다. 그렇지만 이처럼 익숙한 사건들은 그러한 서술 방법 속에서 섬찟할 만큼 강렬하게 스며든다. 

 

***

 

무능한 청나라 선풍제의 만주족 후궁 서태후 역시 막바지에 등장하듯이, 난징에서 끌려간 수천 명의 젊은 여성 중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황수화에 대한 기록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열여섯 살 소녀 황수화는 청나라 병사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병사는 어머니와 여동생, 올케까지 모두 죽이고서 말했다. “나 너 좋아해. 너 안 죽여.” 그 병사의 마을에서 “이 여성은 자기 가족 전부를 살해한 남자의 아내로서 남은 인생을 보내야 하는 끔찍함에 직면하게 될 것이었다”라고 저자는 기록한다. 황수화는 곧 두 장의 종이에 자기 이야기를 적어 한 장은 몸에 지니고, 다른 한 장은 여관 벽에 숨긴 후 그 병사를 죽였고, 그다음 스스로 목을 맸다.

14년간 지속된 이 내전은 동시대 미국의 남북전쟁보다 30배나 많은 사망자를 내면서 막을 내렸다.

목차

서문

들어가는 말: 천국의 아이들

 

제1부 황혼

1장 선교사의 조수

2장 중립

3장 간왕

4장 탐색

5장 북방 임무

 

제2부 질서의 재건

6장 다루기 힘든 장군

7장 교리의 힘

8장 문명의 위기

9장 인내

10장 하늘과 땅

11장 교차

 

제3부 위대한 평화

12장 배수의 진

13장 뱀파이어

14장 꽃이 비처럼 쏟아지는 곳

15장 피와 명예

16장 산을 넘다

 

맺는말

본문인용

내가 이 책을 쓰는 목적 중 하나는 중국을 19세기 세계에서의 제 위치로 돌려놓는 데 도움이 되려는 것에 있다. 중국은 폐쇄된 사회가 아니었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세계화는 그렇게 최근의 현상이 아니다. (…) 결과적으로 중국의 내전은 유럽과 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로 이어지는 실들에 얽혀 있었고, 외부 세계는 긴박하게 이 사건을 지켜보았다._29쪽

 

처형장은 도자기가 가득한 어떤 좁은 골목길이었는데, 응고된 피로 악취를 풍겼다. 그는 “수천 명이 칼에 찔렸고, 수백 명이 12명씩 묶여 강에 던져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혐의자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공포에 질려 지켜보았다. 한 집행자가 묶인 채 무릎을 꿇은 죄수의 머리를 붙잡으면 다른 집행자가 칼로 목을 베었다. 비좁은 공간이었음에도 그 팀은 역겨운 효율성을 발휘했고, 이 증인은 4분 만에 63명의 남자가 참수당하는 것까지 본 뒤 지켜보기를 멈춰야 했다._74쪽

 

홍인간의 예상치 못한 도착은 그의 사촌에게는 신이 보낸 신호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전쟁이 시작된 이래 태평천국 운동에 헌신해온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 어두운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난징 방어를 지휘하는 이수성이라는 젊지만 야심찬 군 장교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문맹의 가난한 농민이었던 이수성은 종교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단지 중국 남부에 만연한 빈곤과 공포의 아수라장 때문에 태평천국에 합류했고, 이런 혼란이야말로 청나라에 대한 반란에 놀라운 힘을 불어넣는 것이었다._133~134쪽

 

배가 전쟁 지대로 더 깊이 들어가면서 선교사들의 성급한 낙관은 공포의 역류에 부딪혔다. (…) 그들이 탄 작은 배의 속도가 느려진 그날 밤 부패의 악취가 진동하며 점점 심해졌고, 결국 그들은 멈춰 섰다. 땅거미가 내린 가운데 은은한 등불로 어둠을 밝히고 있던 그들이 자신들 앞의 수백 미터에 걸쳐 검은 물의 고요한 수면에서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죽은 자들의 시체뿐이었다. 차가운, 이름 없는, 셀 수 없는 그 시체들이 마치 수많은 통나무인 양 운하를 막고 있었다. 하지만 길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선교사들의 배는 그 암울한 덩어리 속으로 나아갔고, 어둠 속에서 노가 느릿느릿 덜컹거렸다. 그러다가 마침내 지쳐버린 그들은 그 군중의 거친 포옹 속에서 잠을 자야 했다._171~172쪽

 

확산되는 큰 화재로 첫 연기 기둥이 하늘로 올라갈 때, 그날 일어난 일을 좀더 깊이 돌아본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파괴와 방화의 고삐 풀린 기쁨이 누그러지면서 두려움과 후회가 뒤섞인 이상한 기분이 싹텄다. 어떤 이의 표현에 따르면, “대체할 수 없는 것을 파괴해놓고 기뻐하는”, 자신들 내면의 본성이 보여준 어두운 면에 대한 불안 같은 것이었다. 붉은 화염 속에서 춤추는 악마들은 바로 그들 자신이었다. 그러나 황제, 청 왕조, 중국에게는 그것이 참으로 불길한 순간이었다. 형언하기 어려운 착잡한 기분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한 왕조의 종말을, 그리고 어쩌면 한 문명의 종말을 목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_220쪽

 

19세기의 청나라 군대는 너무 많은 평화와 너무 적은 번영의 치명적인 조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_234쪽

 

파머스턴의 전쟁에 대한 그 비판자들 중 누구도 태평천국이 만주족의 대안으로서 가능성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상하이의 영국인들은 불과 300여 킬로미터 떨어진 난징에서 반란군들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에 대해 뚜렷한 인식을 갖기가 어려웠다. 하물며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사는 영국 정치인들에게는 그것이 더 어려웠다. 그들에게는 두 달의 연락 지연이 있었고, 멀리 떨어진 중국 문제 말고도 처리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았다._330쪽

 

증국번은 자신의 경력을 돌아보면서 실패했다고 여겼다. 그는 아들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근본적으로 군대를 이끄는 것은 내가 잘해낸 일이 아니다. 전쟁은 극단성을 요구하지만, 나는 너무 안정적이다. 전쟁은 속임수를 요구하는데 나는 너무 솔직하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 이런 극악무도한 반란군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_370쪽

 

증국번은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이렇게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마음속으로는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10월의 일기 한 편이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데, 그것은 고통의 연대기였다._549쪽

 

그러나 용굉은 도저히 꿰뚫을 수 없을 것 같은 장군의 겉모습 뒤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특히 자신의 명성이 과분하고 자신의 권력이 환상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그의 개인적인 두려움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용굉이 방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증국번은 이홍장에게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_573쪽

 

7월 28일 증국번이 심문을 넘겨받았을 때, 마침내 내전의 두 총지휘관, 비바람을 견뎌낸 백발의 두 총지휘관이 처음으로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한쪽에는 떡 벌어진 어깨의 증국번이 있었다. 그는 피곤한 눈의 학자였고, 그의 긴 수염은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다른 쪽에는 강단 있어 보이고 안경을 쓴 이수성이 있었다. 그는 숯 굽는 일을 하다가 한 나라의 군대를 지휘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의 남북전쟁이 끝나던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 이 대등한 두 인물 사이에는 회한과 존중의 애틋한 분위기가 감돌지 않았다. 패배자에게 그것은 화해의 서곡도, 굽이치는 농장에서의 황혼기의 서곡도 아니었다. 이 전쟁은 항복이 아니라 전멸로 끝났다. 증국번은 이후 저녁마다 이수성의 5만 자에 달하는 자백을 편집하는 데 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자신의 군대를 좋게 말하지 않는 대목은 삭제했고,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서 그 기록을 복제해 실로 묶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이 반란군 장수를 청나라의 수도에 산 채로 보내라는 명령이 베이징으로부터 내려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심하게 이수성의 처형을 명했다._616쪽

 

홍인간은 누더기 옷을 입은 행렬의 맨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말과 병사들이 지쳐 있었기에, 그들은 걸음을 멈추고 야영을 했다. 본능적으로 그는 좁은 시골길을 따라 어둠 속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길을 안내해줄 현지 안내자가 없었다. 공격은 자정 무렵에 예고 없이 닥쳤다. 초병은 잠이 들어버렸을 것이다. 그들이 갑옷을 입거나 말에 오를 시간도 없이 청국군 병사들이 그들을 덮쳤다. 홍인간은 도보로 혼자 어둠 속으로 도망쳤고, 나무들 사이를 맹렬히 달려 어두운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결국 그는 더 나아갈 길이 없는 곳에 이르렀다. 뒤에도 더 이상 길이 없었다._619~620쪽

서평

플랫은 거의 잊힌 중국 역사의 중추적 장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천국의 가을』은 일류 역사가이자 탁월한 작가의 매혹적인 작품이다._헨리 키신저

 

정교하게 조율된 역사 서사의 훌륭한 사례다. 플랫은 풍부하고 생생한 세부 묘사를 통해 중국 통치자들과 수백만 백성의 운명이 영국의 외교·상업적 이익에 의해 어떻게 조종되었는지, 그리고 반란군 자체의 비정통적 종교·정치적 신념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보여준다. 비극적이면서도 강렬한 이야기다._조너선 스펜스, 『현대 중국을 찾아서』 저자

 

플랫의 태평천국운동에 대한 역사는 지금까지 서양에서 각주로만 치부되곤 했던 세계사적 사건에 대한 권위 있고 포괄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성과다._로버트 캐플런, 『지리의 복수』 저자

 

최고 수준의 역사 서술이다. 이야기 자체가 강렬하고, 등장인물들은 잊을 수 없으며, 놀라울 정도로 서사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_『필라델피아인콰이어러』

 

스릴러의 구조를 띤다. 역사를 즉각적이고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어 감각적·도덕적·지적·감정적 차원에서 우리에게 말을 걸게 한다._제라드 마르티네즈, 『샌안토니오익스프레스뉴스』

 

매혹적이면서도 치밀한 기록이다. 저자의 문장은 서구의 개입이 종종 초래하는 터무니없는 역학관계를 해부할 때 가장 빛을 발한다._로스 펄린, 『데일리비스트』

 

외부 세력이 내전에 휘말리는 과정과 서양이 중립을 유지하며 상업적 이익을 동시에 보호하려 애쓴 이유를 생생하게 조명하는 신선하고 긴장감 넘치는 기록이다. 강력하고 극적이며 잊을 수 없다._페이 민신,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저자는 통찰력 있는 인물 묘사와 증국번의 최종 승리로 이어진 군사 작전을 쉽게 설명함으로써, 자신의 학식을 세계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내전일지도 모르는 사건에 대중적인 접근으로 탁월하고도 능숙하게 전환했다._길버트 테일러

 

군사 작전, 생생한 인물들, 무엇보다 외교적 오해로 가득한 복잡하고 매혹적인 역사 서사. 1861년 남부연합군이 섬터 요새를 포격했을 때 태평천국은 이미 10년째 격렬하게 진행 중이었으며, 반군의 보급선이 붕괴된 1864년까지 계속될 운명이었다. 플랫은 뛰어난 이야기 솜씨로 두 갈등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권위 있고 매혹적인 그의 책은 중국이 근대 세계로 진입하는 데 전조가 된 사건을 알고 싶어하는 전문가와 대중독자 모두의 관심을 끌 것이다._톰 젤만, 『미니애폴리스스타트리뷴』

 

1850년대 중국에서 잔혹한 태평천국 내전이 발발해 1864년 반란군이 점령한 난징 함락까지 계속되었다. 이 유혈 사태는 미국의 남북전쟁과 유사했으나 사상자 수, 지리적 범위, 세계적 파장 면에서 훨씬 더 규모가 컸다. 저자는 통치 중인 만주족의 청나라와 태평천국 후난 반란군의 상반된 이념 및 지도자들을 통찰력 있게 대비시킨다. 영국의 음모를 정교하게 녹여낸 이 책은 시신들로 양쯔강의 흐름이 여러 번 막힐 정도로 참혹한 전투의 모습도 그려낸다._조너선 라자루스, 『뉴어크스타레저』

 

훌륭하다. 같은 시기에 벌어진 미국 남북전쟁을 압도하는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격변은 더 널리 알려질 가치가 있으며, 플랫은 내란과 서구의 약탈적 침략에 직면한 19세기 중국에 대한 탁월한 서술을 통해 이를 성취했다._『퍼블리셔스위클리』

 

야심 찬 규모와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플랫의 이 책은 세계사적 전환점을 이해하는 탁월한 입문서가 된다._『초이스매거진』

저자소개

저자 : 스티븐 플랫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작가로 매사추세츠대학 에머스트 캠퍼스 중국사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예일대학에서 19세기 청나라의 대외관계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인 「후난 민족주의와 왕부지의 부흥, 1839~1923」으로 2004년 시어런 록웰 필드상을 수상했다. 2007년에는 『지방의 애국자들: 후난성 사람들과 근대 중국』을 출간했으며 2012년 대표작인 『천국의 가을』을 펴냈다. 이 책으로 쿤딜 역사상을 수상했다. 2018년에는 『제국의 황혼』을 펴냈는데 19세기 중국의 동서 관계를 조명하며 제1차 아편전쟁에서 태평천국운동으로 이어지는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작품으로 베일리 기퍼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최근에는 연구 범위를 20세기 서구 사회로 넓혀 2025년 『레이더: 제2차 세계대전 중 반역 해병대원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미 특수부대 탄생』을 펴냈다.
번역 : 임태홍
성균관대 동아시아 학술원 수석연구원. 성균관대 중어중문과를 졸업하고, 타이완 정치대학과 성균관대에서 석사 학위를, 도쿄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 『동아시아의 자국인식: 신화와 근대종교로 본』 『일본 사상을 만나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쌍전』 『논어징』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홍수전의 종교적 성공과 그 사상적 배경」 「동아시아 신종교에 보이는 신비체험과 그 사상」(박사 논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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