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거대한 내전 중 하나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
이 책은 잊을 수 없는 인물들과 대규모의 잔혹한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하며,
현대 중국의 운명을 결정지은 이 내전을 광활하면서도 세밀한 시선으로 조명한다.
감각적·도덕적·지적·감정적으로 말을 거는 역사서
각주로만 남아 있던 사건의 완벽한 복원
일류 역사가의 19세기 중국에 대한 포괄적 시각 제시
★컨딜 역사상 수상작 ★헨리 키신저, 조너선 스펜스 강력 추천
★매사추세츠 도서상 최종 후보작 ★『뉴욕타임스북리뷰』 편집자 추천 도서
★『포린폴리시』 “가장 좋아하는 책” ★『워싱턴포스트』 주목할 만한 책
현대 중국의 장막을 연 서사시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내전
이 책은 역사학자가 중국의 태평천국에 대하여 한 편의 서사시처럼 쓴 것이다. 조너선 스펜스가 1996년 태평천국 운동에 관한 저서를 낸 뒤 이 주제에 관해서 주요 연구서가 16년 만(원서 출간 2012년)에 출간된 것이다. 그사이 중국은 많이 변했다. 톈안먼 사태 진압 이후 중국이 방어적 자세에서 벗어나던 시기에 스펜스가 태평천국 지도자의 기이함, 그 이념의 괴짜스러움, 사건들의 먼 과거를 강조했다면, 플랫의 대작 『천국의 가을』은 태평천국 반란에 관한 신선하고도 중요한 시각을 제시한다. 19세기 중국은 세계사에서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는 통념을 뒤엎고, 세계사적 시각에서 이 반란이 선교사부터 혁명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의 관심을 사로잡았음을 보여준다.
1853년 카를 마르크스는 『뉴욕 데일리 트리뷴』의 런던 통신원으로서 태평천국의 반란이 “하나의 엄청난 혁명”이며, 바로 중국에서 서구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 1848년 유럽 혁명에 아직 취해 있었던 급진주의자들에게 이 봉기는 자신들이 일으킨 혁명의 메아리로 여겨졌던 것이다.
미국에 있는 이들에게도 이 반란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선교사들은 이 운동을 통해 중국을 “순식간에 기독교 국가로 개종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태평천국 반란군을 인정하고 그들과 교역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무엇보다 태평천국 사람들을 기독교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중국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차와 비단 생산 지역을 점령하고 있었다.
이 책은 태평천국 반란을 내전이라고 보며, 이들의 전쟁 경험이 유럽의 제국주의에 직면해 어떻게 지적·사회적·문화적 갈등을 풀어가는지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역사서들과 차별점을 지닌다. 이 중국 내전은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와 실타래처럼 얽혀 있었으며, 이들 외국인은 공포에 젖어 이 사태를 지켜보았다. 그동안 해외에서는 태평천국을 억압받는 다수 민족 집단이 소수 민족 지배층에 맞선 반란이나 외국 선교사들이 믿는 신에 대한 승인으로 인식했다. 반면 중국 공산당은 이 봉기의 주동자들을 유토피아적 선구자로 여겼고, 개혁주의자들은 기울어가는 제국을 근대화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 사건으로 보았다. 또 민족주의자들은 만주족 지배자에 맞선 중화 민족의 반란을 칭송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1851년부터 1864년까지 잔혹한 전투, 포위전, 전염병, 기근이 최소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쇠퇴한 청나라는 결코 이전의 힘을 회복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태평천국은 현대 중국사의 드라마를 위한 무대를 열어젖혔다.
이 내전이 세계 역사에 미친 파장
두 인물에 대한 전기는 어떻게 전체 중국사가 되는가
이야기는 1852년 홍콩에서 시작된다. “불건전하고 습한 곳, 청나라 남쪽 해안에서 벗어나 있는 바위섬.” 태평천국의 천왕 홍수전의 사촌인 홍인간은 허름한 영국 식민지에 주재한 스웨덴 선교사 함베리에게 태평천국 반란에 대해 설명하려 애쓰고 있다. 이 장면은 플랫의 주요 주제 중 하나인 상호 불신과 잘못된 신뢰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로 이때 중국과 서양의 역사적 궤적이 처음으로 크게 얽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850년대 초, 유능한 장군들이 이끄는 태평천국은 자신들 앞에 놓인 장애물을 모두 쓸어버리며 양쯔강을 따라 수천만 백성이 거주하는 부유한 여러 지방을 통합했다. 중국 중부 난징에 수도를 둔 태평천국의 천왕은 유교와 불교 사원을 파괴하고, 남녀가 따로 공동 주택에서 살게 했으며, 재산을 공유하고 개신교 예배를 드리도록 명했다. 이 모든 것은 청나라의 붕괴를 예고했고, 태평천국은 명나라를 위해 복수하는 애국자를 자처했다. 그중 은둔하는 태평천국 천왕의 최측근인 홍인간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
그동안 서양인들은 중국 역사에 자신들이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해온 반면, 저자는 책 전체에 걸쳐 홍인간과 증국번이 각자의 정부를 위해 부상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조명해 이중 전기의 형식으로 구성했다. 즉 인물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경험을 통해 역사를 서술하는 것은 저자가 지닌 강점이다.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리려면 그 인물이 개인을 넘어 시대의 흐름이나 더 큰 집단을 대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부 묘사를 할 근거들도 모두 자료에서 정확히 찾아내 가령 반란군이 말을 타고 어느 방향으로 향했는지, 그날의 일몰 시각은 언제인지 묘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이런 디테일에서 매우 탁월하다.
지배자들의 심리 묘사에 있어서도 저자는 뛰어난 면모를 보인다. 그 핵심은 영국과 청나라 정부 주요직에 있던 수많은 관리의 오만과 편견에 있다. 영국 대사 프레더릭 브루스는 태평천국인들을 그저 혐오하기만 하면서 야만인이라 불렀고, 청나라 장군 증국번은 유럽 기술의 유일한 가치가 시끄러운 소음에서 비롯된 공포심이라고 믿었다. 이런 사례를 분석적이고 냉정한 어조로 서술하면서 저자는 인간이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전 묘사에 이어 이 책은 시야를 국제적으로 확대해 새로운 서술을 시도한다. 가장 뛰어난 점은 태평천국을 19세기 중반 국제정세의 흐름에 놓고 미국의 남북전쟁과 동시에 다루는 데 있다. 마르크스의 사설, 영국 의회에서의 논쟁, 섬터 요새와 애퍼매턱스 같은 동시대 사건들을 인용하며 이 내전이 세계적 차원을 지녔음을 효과적으로 입증한다. 양쪽 내전에 모두 관여하고 있던 영국은 겉으로는 중립 정책을 고수했지만 오만함과 오해와 이기심으로 두 나라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중국인들은 이 내전으로 20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전쟁의 공포를 과장하지 않기
사건 스스로가 말하도록 할 때 발휘되는 힘
저자의 서술은 홍인간과 증국번 같은 주요 인물들의 군사 작전으로 초점이 옮겨간다. 양측의 무분별한 학살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양 개입의 터무니없는 역학을 해부할 때 이 책은 가장 빛을 발한다. 이를테면 상하이에서 관세 징수 감독관이었던 허레이쇼 넬슨 레이는 청나라 정부를 위해 최첨단 군함들로 구성된 함대를 편성했는데, 청국 정부는 이를 사용할 수도 없고, 비용을 지불할 수도 없었다.
영국, 프랑스, 미국은 중립 정책 표방과 달리 청나라 군대와 태평천국군 사이를 교묘히 조종하며 분란을 부추겼다. 상하이에 주둔한 선교사 집단은 ‘변덕스럽고 특이한’ 테네시 출신의 남부침례회 전도사 이서카 로버츠의 지휘 아래 태평천국을 적극 옹호하며 협상했다. 동시에 식민지 외교관, ‘중국 전문가’, 권력 있는 상인들로 구성된 엘리트 계층은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길 원하며 청나라를 지지했다. 특히 영국의 선택과 행동에 주목해야 하는데, 기독교적 성향을 지닌 태평천국군을 지지하는 대신 제2차 아편전쟁에서 적대시했던 부패하고 반근대적인 청나라를 지지한 점, 평화 협상 과정에서 극도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점은 역사의 큰 아이러니 중 하나다.
외국 세력의 큰 오류와 잘못은 “고의적인 무지”에 있었다. 가령 중국 주재 영국 공사인 프레더릭 브루스는 태평천국군을 공격하기 전에 이들로부터 온 편지를 읽기를 거부했는데, 즉 정보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했던 게 아니라 “중국 문화는 불변하는 측면이 있어서 반란군의 승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평천국군은 기독교 형제들로부터 증기선과 암스트롱포를 기대했지만 결국 크게 실망한다. 그 무기들은 매사추세츠 용병 프레더릭 워드와 그의 ‘상승군’(탈함병과 실패자들 및 중국인 병사로 구성된 잡다한 무리)이 사용하다가 이후에는 영국 장교들이 사용하며 오히려 태평천국군을 겨누었다.
사실 이 반란은 1850년에 이미 시작되었다. 청나라 만주족을 몰아내고 평등주의적이고 도덕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태평천국군의 천왕 홍수전의 의지였다. 여기에는 재정적으로나 과학기술로나 현대성의 싹들이 이미 배태되어 있었다. 서양 선교사들은 중국인을 개종시키려는 목적으로 반란군에 합류하며 사회에 스며들었고, 이로써 태평천국 사람들은 혼종된 기독교 사상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1861년이 되자 미국이 내전에 휘말렸고, 이때 영국은 미국의 아메리카남부연합 편에 서는 대신 중국에 대한 개입을 선택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저자가 관점을 유연하게 바꿔가며 전략과 인물과 정치적 복잡성을 한꺼번에 조명하는 데서 매끄럽게 펼쳐진다. 가령 대규모 처형, 강간, 기아, 식인 행위와 같은 전쟁의 공포는 과장되지 않고 콜레라나 사회 전반의 타락과 같은 것도 그 사건 스스로 말하도록 내버려둔다. 그렇지만 이처럼 익숙한 사건들은 그러한 서술 방법 속에서 섬찟할 만큼 강렬하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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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청나라 선풍제의 만주족 후궁 서태후 역시 막바지에 등장하듯이, 난징에서 끌려간 수천 명의 젊은 여성 중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황수화에 대한 기록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열여섯 살 소녀 황수화는 청나라 병사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병사는 어머니와 여동생, 올케까지 모두 죽이고서 말했다. “나 너 좋아해. 너 안 죽여.” 그 병사의 마을에서 “이 여성은 자기 가족 전부를 살해한 남자의 아내로서 남은 인생을 보내야 하는 끔찍함에 직면하게 될 것이었다”라고 저자는 기록한다. 황수화는 곧 두 장의 종이에 자기 이야기를 적어 한 장은 몸에 지니고, 다른 한 장은 여관 벽에 숨긴 후 그 병사를 죽였고, 그다음 스스로 목을 맸다.
14년간 지속된 이 내전은 동시대 미국의 남북전쟁보다 30배나 많은 사망자를 내면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