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눈이 나쁘면 어떻게 해요? 안과에 가서 시력을 재고, 그에 맞는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지요? 오늘날에는 전혀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안경이 지금처럼 쓰이게 되기까지는 수백 년의 세월이 걸렸어요. 그 세월을 지나오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해서 더해졌고요.
고대 로마인들은 글자를 읽을 때 유리구슬을 사용했다는 기록을 남겼어요. 로마인들의 유리구슬은 지금의 돋보기안경과 비슷한 원리였던 듯해요. 그렇지만 상을 확대하기 위해 볼록 렌즈를 사용했다는 기록은 세월이 한참 더 흐른 뒤에 나타나요. 아랍의 과학자 알하산 이븐 알하이삼의 연구서에서였지요. 그 공로로 알하산 이븐 알하이삼은 ‘현대 광학의 아버지’로 불린답니다.
알하산 이븐 알하이삼의 연구서가 서구 유럽으로 전해져 번역된 뒤에야 ‘독서용 유리알’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거든요. 이 유리알을 이탈리아 사람들이 더 발전시켜서 1200년대 말에 최초의 안경을 만든 거예요.
새로운 재료가 등장하면서 안경테가 점점 더 가벼우면서도 튼튼해졌어요. 렌즈의 색깔에도 변화가 생겼고요. 특정 목적으로 제작된 선글라스도 처음 만들어졌어요. 태양 빛의 해로운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렌즈에 산화세륨(화합물)을 섞었답니다. 그 후 선글라스는 빠르게 유행하기 시작했어요.
--- pp.36-37 「최초의 안경은 언제 생겨났을까?」 중에서
“부분적으로는 사람, 부분적으로는 기계, 전적으로 스코틀랜드인!”
1982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신 로버트 캠벨 어드는 암을 진단받았어요. 그 후 암세포가 더 번지지 않도록 오른팔을 잘라 내야 했지요.
이 수술을 받고 16년 뒤, 어드의 삶은 다시 한번 달라지게 되었답니다. 1998년, 다섯 명의 의공학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에든버러 모듈러 팔 시스템’이라는 생체 공학형 의수를 만들었거든요.
그동안 시제품은 몇 차례 나왔지만,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체 공학형 의수는 이 에든버러 시스템이 최초였어요. 어드는 이 혁신적인 장치를 세계 최초로 사용하는 사람이 되었지요. 사람의 실제 피부와 거의 똑같은 인공 피부 아래로 다양한 첨단 전기 회로와 마이크로 칩, 동력 전달 장치, 모터, 도르래 등을 갖춘 덕택에 어드는 새로운 팔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었어요.
이 의수는 사람의 팔과 똑같이 어깨에서 돌아가는 데다, 팔꿈치에서 자유롭게 구부러졌답니다. 손가락을 이용해서 물건을 잡을 수도 있었고요. 이 새로운 팔로 어드는 항암 치료를 받은 뒤 처음으로 책장에서 책을 직접 꺼냈다지요.
어드는 책을 꺼내는 데서 그치지 않았어요. 잃었던 능력을 대부분 되찾았거든요. 비행 수업을 듣는 것은 물론, 놀랍게도 클레이 사격 대회에서 14번이나 트로피를 차지했다지 뭐예요.
--- pp.57-59 「에든버러 모듈러 팔 시스템」 중에서
“지금까지 생체 공학의 혁신적 기술은 어떤 이유로든 다쳤거나 잃어버린 특정 신체의 기능을 대체하기 위해 설계되고 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 몸에 뭔가를 ‘추가할’ 수 없을지 묻기 시작했답니다. 특별히 어디가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아도 말이지요.
이 아이디어는 이미 (우리 귓속의 에어팟이나 버즈, 손목의 스마트워치 등) 일상의 기술을 통해 실험 중인 단계지만, 그다음 단계는 말 그대로 어떤 장치가 단지 ‘필요’에 따라 우리 피부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어요.
이식형 전자 칩은 피부 속에 삽입할 수 있는 쌀알만 한 전자 회로판을 가리켜요. 1980년대부터 야생 동물을 추적하고 식별하는 데 쓰이고 있지만, 최근에는 사람들이 더 복잡한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삽입하고 있어요.
가장 많이 쓰이는 이식형 칩은 다른 전자 기기와 무선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무선 주파수 인식(RFID) 마이크로 칩입니다. 신용 카드를 태그해서 결제하는 서비스에 이미 널리 쓰이고 있지요.
RFID 칩을 몸에 삽입하면 물건 값을 결제하거나 출입문을 자유롭게 열 수 있어요. 칩에다 정보를 저장할 수도 있고요. 요즘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하는 일들과 똑같지요.
--- pp.97-99 「이제는 우리 몸속으로, 이식형 전자 칩」 중에서
이식형 전자 칩이 인류와 기계가 진정으로 통합하는 여정의 시작이라면? 사이보그는 그 여정의 도착지에 있어요. 단어 자체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살아 있는 유기체, 기계, 또는 조직 내에서의 소통과 제어에 관한 연구)’와 ‘오거니즘(organism, 유기체)’의 합성어로, 사이보그는 ‘서로 소통하는 유기 부분과 인공 부분을 모두 가진 살아 있는 것’이라는 뜻이에요.
과거에는 사이보그가 그저 공상 과학 장르에 나오는 미래 지향적 존재였다면, 오늘날의 기술은 사이보그가 더는 영화나 드라마, 소설 속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어요. 과학과 결합한 공학은 지금 아주 중대한 지점에 도착했어요. 공학자들은 이제 생물의 팔다리를 대체할 인공 팔다리를 만드는 능력을 넘어, 새로운 팔다리를 아예 온전히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거든요.
존재하지 않는 신체 기관을 만들어 인간에게 연결하는 것도 더 이상 공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인류가 기계와 완전히 통합하는 시대가 올 거예요. 즉, 우리가 사이보그가 되는 시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