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별일 있겠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는데. 우리 프로그램은 완벽해.”
평소라면 가장 먼저 반대했을 로건조차 이상하게 흔들렸다.
“그래…. 그동안 한 번도 문제가 없었잖아. 이번 한 번만이야….”
“만약 잘못되면?”
여전히 이 실험이 못마땅한 존은 미간을 찌푸렸다. 머릿속엔 ‘그래도’라는 가정이 맴돌았다.
“존, 너는 너무 걱정이 많아. 우리가 만든 시스템이잖아. 문제 생기면 우리가 해결하면 돼.”
웬디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솔직히 이게 성공하면 얼마나 큰 기회인 줄 알아?”
웬디가 이어 말하자 모두의 눈빛이 일제히 반짝거렸다.
팀원들은 프로젝트의 성공 말고도 각자 이 실험이 꼭 필요한 사정이 있었다. 분명 안전의 빗장을 스스로 하나둘 걷어차고 있었지만 아무도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P.53)
“지금부터 규칙을 바꾼다. 이제부터 모든 코어메모리는 다 같이 봐. 그래야 공평하잖아?”
존이 다른 팀원들을 돌아보며 선언했다.
웬디는 미친 듯이 날뛰는 존을 불안하게 바라봤다. 존의 눈빛은 사탕을 빼앗겼다고 발광하던 그 괴물의 눈빛과 똑같았다.
‘그래 바로 저 눈빛이었어. 드림캐처가 맞았어.’
웬디는 연신 중얼거렸다.
사실 존이 가장 확인하고 싶은 방은 ‘러브’의 객실이었다. 웬디가 날 정말로 사랑했는지 그것만 확인하면 되었다.
하지만 존은 가장 확인하고 싶은 걸 보지 못했고, 차마 묻고 싶은 걸 묻지 못했다.
날 사랑했느냐고.
날 정말 사랑했느냐고….
(P.101)
“저건 사람이 아니야!”
생각만으로도 다시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괴물이야. 우리가 괴물을 깨웠어.”
존이 몸서리치며 말했다.
“저건… 한두 번 해본 게 아닐 거야.”
에나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에나는 살인을 저지를 때의 프롬의 표정이 밟혔다. 지나치게 순수해 보였다. 사체를 훼손할 때, 오버킬과 과다공격의 흔적으로 보아 과시욕이 있었지만, 뒤처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프롬은 무슨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던 걸까?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프롬이 누군가를 살해할 때,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에나가 누군가에게 두려움의 감정을 느낀 건 아버지 다음으로 처음이었다.
(P.150)
“이건 프롬이 내게 보내는 메시지야. 내가 할게.”
에나가 단호히 말했다.
에나는 이 죽음의 대결에서 프롬이 자신을 선택했다고 믿었다. 그리고 프롬을 멈출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확신했다.
“프롬은 내가 가장 잘 알아. 우린 같은 지옥에 있었으니까.”
에나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모두가 프롬의 약점은 에나란 사실에 동의했다. 프롬은 자기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에나를 알아봤고, 동시에 뒤틀리지 않은 에나의 마음을 증오했다. 닮음과 어긋남. 그래서일 것이다. 프롬은 에나를 가장 괴롭히고, 농락하고, 시험하고 싶어 했다.
(P.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