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를 동시에 붙잡는 힘, 이질적인 것을 교차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내는 힘. 이렇게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것이 AI 시대의 혼란 속에서 문제를 풀고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사유의 방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디자인은 직업이 아니라 사유의 훈련이고, 디자이너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더 성장하는 직업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힘입니다._17쪽
그렇게 나는 점점 ‘생각하는 방식’을 다듬는 일을 디자인의 본질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감정과 직관으로 시작했던 질문들이 어느새 사고의 구조와 논리의 언어로 옮겨가고 있었고, 사업적으로 나온 수치를 디자인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은 더 이상 감각 혹은 논리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보이는 것 뒤에 숨어 있는 원리와 맥락, 그리고 사람의 움직임까지 함께 설계하는 일로 확장된 것이죠. 그 과정에서 좋은 디자인은 결국 ‘다양한 각도와 관점에서의 사유의 결과’이며, 생각의 질감과 치열함이 곧 결과물의 품격을 결정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_32쪽
문제는 단순히 툴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어떤 맥락에서 AI와 툴을 조합해 답을 만들어내느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일반인은 상상도 못 할 속도로 발전하는 AI로 인해 복잡성이 확대되면서 일상생활과 일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방식부터 풀어내는 과정까지 훨씬 다차원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분석이 약한 디자이너도 AI를 곁에 두면 데이터 해석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글쓰기에 자신 없는 엔지니어도 AI를 이용해 메시지를 구조화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AI는 ‘원툴의 종말’을 앞당기는 동시에, 한 사람을 ‘멀티플레이어처럼 보이게 만드는’ 촉매가 됩니다._81~82쪽
‘나는 이미 안다’라는 착각을 버리고, ‘나는 언제든 다시 배울 수 있다’라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도메인 지식은 언제든 바뀌고,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며, 고객은 늘 새로운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붙잡아야 할 건 ‘이미 가진 지식’이 아니라, ‘기꺼이 배우려는 마음’입니다. 실패는 피할 수 없지만, 배우려는 마음이 있다면 실패조차 성장의 발판이 됩니다._116쪽
AI가 퍼 올려주는 정보의 강물에서 빛나는 조각을 건져내려면 사고의 밀도를 지켜야 합니다.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잠시 멈춰 구조를 만들고, 본질을 추려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도구는 계속 발전하지만, 결국 남는 것은 사고 체계입니다. ‘관찰-구조화-메타인지-리뷰’라는 회로를 통해 우리는 판을 읽는 힘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습니다. 도메인 지식은 빠르게 사라지고, 전문성은 천천히 쌓이며, 판은 끊임없이 바뀝니다. 결국 끝까지 남는 무기는 추상화와 구조화라는 사고 도구입니다. 그것이야말로 AI 시대를 견뎌내고, 여전히 ‘사람이 일의 본질을 설계하는 주체’로 남게 하는 무기입니다._138쪽
업무에서 다루는 문제의 크기와 형태는 다양합니다. 단순한 일정 조율부터 시작해 사람 간의 갈등 조정, 부서 간 전략적 타협, 이해관계 조율 등 AI가 ‘결정’하기엔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들이 너무 많습니다. 빠르게 보고서를 쓸 수는 있어도, 그 보고서가 담고 있는 의미를 충분히 사유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인간의 사고력과 책임감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판단과 해석 속에서 늘 하나의 질문과 마주합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서 이 결정을 내리는가?”_1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