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멸종 시대에 나로, 둘째 딸로, 친한 친구로, 에세이스트로
연결된 감각을 잊지 않으려 부단히 탐색하고 고민한 이의 이야기
유튜브 채널 〈김은하와 허휘수〉로 구독자 23.6만 명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활발히 활동 중인 창작자 허휘수, 그가 신작 『어떻게 내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로 돌아왔다. 허휘수는 첫 개인 에세이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출간 이후 『우리 대화는 밤새도록 끝이 없지』(공저), 『완전 (망)한 여행』(공저)을 출간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이후 예술, 여행, 우정, 운동 등에 관한 콘텐츠를 통해 다채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해 왔다. 『어떻게 내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는 일밖에 몰랐던 이십 대의 그가, 수많은 삶의 변화를 겪고 삼십 대에 들어서기까지 한결 유연해진 태도로 나의 ‘세계’를 면밀히 들여다본 이야기를 전한다. 그 안에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분명히 하고, 책임을 다하며 함께 잘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이 짙게 묻어 있다.
이를테면 ADHD인 자신의 약한 점을 외면하지 않고, 누군가는 읽지 않는다고 하는 에세이를 두고 에세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딸과 싸운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재밌겠다던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소설 수업을 듣고, 무작정 화를 내던 한 사람을 음료수 한 병으로 다독이는 일들. 이런 발자취는 결국 작가의 연대 의식에서 비롯된다. 누군가가 밉고, 나와 다르다고 해서 쉽게 손 놓아버리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직면하고 부딪히면서 그들과 연결되어 있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 하나 대충 생각하지 못하는 그의 집요함과 일단 내 것으로 들였으면 쉽게 놓지도 포기하지도 않는 진중함이 만들어 낸 결과이기도 하다.
허휘수는 기분 나쁠 법한 일도, 속상한 일도, 두려운 일도 용감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끌고 가 마침내 에세이적 소재로 승화시키는 사람이다. “유머를 사랑하고 해학을 삶의 철학으로 둔다”라는 그의 말마따나 때로는 블랙 코미디처럼, 때로는 한 편의 소설처럼 의도된 유머와 몰입감이 이 책 곳곳에 묻어 있다. 이로써 『어떻게 내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는 무슨 얘기하는지 들어나 보자 하는 독자의 날 선 마음마저도 무장해제시키고 만다.
〈멸종위기사랑〉이란 노래가 보여주듯 사랑을 위한 노력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다. 이제는 그동안 오래 잊고 있었던 감각을 되찾고, 주변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결코 타인에 대한 애정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다정한 투쟁이 지금 우리에겐 꼭 필요하다.
연약한 나의 세계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에 본 영화를 다시 볼 때 새롭게 보이는 장면들이 있다. 분명 같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시절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우리가 제각기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다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게 있기 마련이다.
『구의 증명』에서는 뭐든 그 자리에서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하는 주인공을 두고 이런 문장이 나온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 문장은 우리 삶에 필연적으로 뒤늦게 깨닫고 마는 사실이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어떻게 내 사랑을 표현해야 할지』는 이처럼 유년기부터 삼십 대까지 허휘수가 한 시절을 보내고 또 다른 시절들로 들어설 때마다 새로이 발견하고, 기억해 낸 지난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를 통해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이해하거나 해결할 수 없었던 일, 자신의 잦은 내적 방황,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사회와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던 시간은 나도 모르게 하나둘 쌓여 결국 저마다의 성장에 풍족한 밑거름이 된다는 메세지를 책에서 전하고 있다.
나를 사랑하라던가, 혹은 내 삶을 사랑하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한 문장으로 제안하기는 쉽지만 당장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현실은 자주 모호하고, 그 안에는 늘 감정의 동요가 있기 때문”이다. 즉, 연약할 수밖에 없는 이 세계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단계를 건너와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매 순간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