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화가 오윤(吳潤)의 40주기
그의 삶과 예술을 조망한 최초의 단행본
『오윤, 얼굴을 응시하다』
그의 예술이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은 무엇이고
그의 예술 앞에 우리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1980년대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오윤의 40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예술세계를 새롭게 집대성한 『오윤, 얼굴을 응시하다』(배종민 저, 문학들 刊)가 나왔다. 한 시대에 한 획을 그은 오윤이지만 그의 일생과 작품을 전체적으로 조망한 책은 아직 없다. 그의 작품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도 그동안 전시도록 외에 이렇다 할 참고서가 없어서 목말랐던 이들에게는 이 책은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윤(1946〜1986)의 판화를 보면 ‘아하, 이 그림’ 하고 고개를 주억거릴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1980년대 시집이나 소설집 등 단행본의 표지에 그의 판화는 단골로 등장했다. 당시 그는 한국 민중미술운동의 상징적인 작가였다. 그는 ‘현실동인’(1969), ‘현실과 발언’(1979), ‘민족미술협의회’(1985) 등 대표적 민중미술 단체의 창립에 모두 참여한 유일한 작가로, 그의 궤적은 민중미술의 형성과 전개를 가늠하는 기준점이 된다.
이 책은 미술학자인 저자 배종민 씨가 10년을 훌쩍 넘긴 집념의 역작이다. 오윤의 삶은 짧았지만 그가 남긴 형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저자는 화가 오윤의 작품 곧 ‘얼굴’을 오래도록 응시해왔다. 그 시간 속에서 말하지 않는 그림, 침묵하는 선, 죽음을 죽지 못하고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형상을 읽어 내려고 노력했다. “질문하고, 다시 보고, 다시 질문하며 쓰기 시작한 글”이 이 책이다. 연구의 결과물로 쓴 논문들을 일반인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은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저자는 기존의 정치 이념 중심의 해석을 넘어 오윤의 예술세계를 ‘탈-해골-도깨비-칼노래-귀환하는 인간’이라는 도상 계보와 감응의 윤리라는 키워드로 새롭게 조망하고 있다. 개념으로 설명하지 않고 작품과 대화하듯 감응을 통해 전개하는 방식은 오랜 응시와 숙고의 시간이 없이는 불가능한 저술 방식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방식을 “도상으로, 윤리로, 조형 언어로 해독하려 했”다고 고백한다. “그림은 조용했고, 말은 늦었으며, 선은 진실을 향해 침묵 속에서 나아갔습니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1부는 오윤 예술의 형성과 전환을 검토하며 그의 인식론적·윤리적 기반을 살핀다. 제2부는 1970~1980년대 출판미술과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의 활동을 추적한다. 제3부는 대표작들을 통해 죽음과 기억, 침묵과 응시가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를 분석한다. 제4부는 후기 작품을 중심으로 귀환과 해원, 신명의 리듬으로 나아가는 감응의 구조를 조명한다.
각 장은 작품 해석에 충실하면서도, 오늘날 우리가 다시 묻고 들어야 할 윤리적 과제를 함께 제시한다. 그의 판화는 죽은 자와 산 자, 떠난 자와 돌아온 자, 말하는 자와 듣는 자 사이에 놓인 감응의 다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