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의 질문에 담긴 리더십의 본질
전작이 13가지 역사적 사건을 복기하며 인물들의 실패 원인을 짚어냈다면, 이번 책은 그 두 배에 달하는 26개의 사건을 다룬다. 범위는 넓어졌지만 글은 짧고 속도감 읽게 전개되어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겼음에도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간다. 또 “결정적인 성공요인은 왜 치명적인 실패요인이 될까?”, “‘위험 감수’ 측면에서 전략의 고수는 누구인가?”와 같이 리더들이 한번쯤 고민해보았을 질문을 각 장의 제목으로 삼아 ‘내가 그 상황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상상으로 독자를 이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 저자는 역사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26개의 질문은 결국 ‘리더십의 본질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라는 하나의 주제로 향한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유비, 이순신, 도쿠가와 이에야스, J. P. 모건 등과 나란히 서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의리의 상징 ‘도원결의’가 사실은 담합?
이 책은 도발적 문제 제기로 독자를 놀라게 하지만 끝내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분석을 내놓는다. 대표적으로 저자는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유비·관우·장비의 ‘도원결의’를 게임이론 관점에서 ‘담합(collusion)’으로 새롭게 해석하는데, 초기에 폭발적 성과를 냈던 ‘도원결의’가 결국 자유경쟁을 가로막고 새로운 인재 유입을 차단해 촉나라를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K-pop의 성공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한다. 수많은 연습생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완전경쟁’ 시스템이야말로 K-pop이 세계적 경쟁력을 얻게 된 비결이다. 그런데 만약 이 과정에 담합이 끼어든다면 당장은 성과를 보장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활력을 잃고 시스템 자체를 쇠퇴시킨다고 강조한다.
결론은 명확하다. 유비는 어느 순간 ‘의리’를 접고 경쟁 시스템을 마련했어야 한다. 그 결단을 하지 못한 유비는 변방의 군주로 남았고, 실력 위주로 인재를 기용한 조조는 천하의 주인이 되었다. 리더는 자신을 성공으로 이끈 전략일지라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다.
이 외에도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맞서자는 주장을 끝까지 고집한 김상헌의 신념이 그의 후손들에게 존경과 지지를 안겨주어 안동 김씨 가문이 수백 년 권력을 유지하는 기반이 되었다는 해석 등 다각도로 펼쳐지는 저자의 과감한 시선은 독자에게 읽는 재미와 깊은 통찰을 선사한다.
게임이론 측면에서 본 최고의 고수는?
전작에서 게임이론의 대가로 탁월한 용인술의 소유자 한고조 유방을 꼽았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게임이론 측면에서 본 최고의 고수로 평가한다. 겁쟁이에 가까운 행보로 목숨을 부지해온 그는 아들을 스스로 희생시키고 조상의 땅을 버리며 살아남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일본의 향방을 가른 세키가하라 전투에서는 돌연 위험을 무릅쓰고 건곤일척의 결전을 감행했다. 저자는 바로 이 점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비범함을 읽어낸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위험 선호’ 혹은 ‘위험 회피’ 중 한쪽 성향에 머물지만 그는 상황에 따라 위험에 대한 태도를 바꾸었다.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조심스러웠고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과감했다. 바로 이 유연함이 센코쿠시대를 끝내고 일본을 통일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었다.
이는 현대 리더십에도 그대로 통한다. 모든 위험을 회피하거나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극단이 아니라, 상황을 읽고 유연하게 위험에 대처할 줄 아는 감각이야말로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역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값진 모의 테스트
이 책은 우리에게 역사를 읽는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인생이 어려운 이유는 모든 순간이 곧 실전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미리 연습할 수 없다. 그렇기에 역사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값진 모의 테스트이며,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오늘의 우리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리더들의 결단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과 조직에 적용될 수 있는 살아있는 통찰이다. 저자는 독자가 과거 인물들의 시선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해보고 이를 다시 현실에서 활용하여 불확실성 속에서도 길을 찾는 힘을 얻게 되길 바라고 있다. 물론 역사를 읽는 즐거움이 먼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