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자신의 체험담을 주요한 제재로 삼으며 심경을 토로하는 글이다. 좋은 수필을 읽으면 인생의 어떤 예지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주 수필가는 좋은 소재가 생각나면 섬광처럼 지나가는 영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하여 메모한다. 먼먼 옛날의 추억들을 마치 엊그제인 양 생생하게 풀어나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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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수필가는 유년 시절, 유달리 외가를 좋아하였다. 어린 나이에 오 리나 되는 길을 타박타박 걸어서 자주 가곤 했다. 외할머니가 사랑을 듬뿍 주셨기 때문이다. 지난날 할머니한테서 받았던 사랑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의 행동들을 재연해 보기까지 한다. 많은 세월이 흘렀으나 〈나는 오늘도 외가에 간다〉는 수필을 발표하면서 여전히 잊지 못하며 추억하고 있다. 이제 유년 시절은, 그리워할 수는 있지만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곱고 아름다웠던 추억은 가슴속에 담아두고 가끔씩 꺼내보면 될 일이다. 대신 손주들에게 좋은 외가를 만들어 주면 되리라 싶다. 주 수필가의 외할머니가 그랬듯 손주들이 자주 찾아오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외할머니가 될 수 있는지 연구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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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45편을 다 읽고 나니, 주 수필가는 참 잘 살아오신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주변인들한테서 사랑을 듬뿍 받으신 분이라는 것도 눈치챌 수 있다. 근데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고 보면 주 수필가도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다는 답이 바로 나온다. 주영기 수필가는, 사람에겐 인격이 있듯이 문장에도 문격이 있음을 안다. 그래서 많은 언어 중에서 ‘언어 고르기’를 잘한다. 그의 글에서는 비어, 비속어 등 천박한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살아오면서 가슴속에 쟁여놓았던 사람, 사물, 생각들을 불러내어 아름다운 꽃동산 같은 글을 쓰고 있다.
—강현순(수필가·한국수필가협회 이사 및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