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반짝이니까, 루시가 좋겠어.”
마음속 깊은 곳을 비추는 공감의 힘
깊고 어두운 밤하늘, 이름 없는 별 하나가 떠돌고 있습니다. 빛을 잃고 방황하는 별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내면과 어딘가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감당하기 벅찬 감정들을 숨기거나 억누르고, 그러다 보면 자신이 어떤 빛을 지녔는지조차 잊어버리곤 하지요.
《루시의 노래》는 이렇듯 우리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길을 잃은 작은 별이 우연히 고양이 레오의 집 창문으로 들어옵니다. 외롭고 지친 별에게 레오는 “무슨 일이야?”, “왜 그랬어?” 섣부르게 묻지 않아요. ‘루시’라는 이름을 불러 주고 루시의 감정 속에 함께 머물러 줍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일에서 비로소 사랑은 싹틉니다.
레오가 별에게 ‘루시’라는 이름을 지어 주던 순간, 별의 마음속에서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잊고 있던 불씨가 되살아나고, 멈췄던 빛이 다시 ‘반짝’ 켜진 거예요. “너는 반짝이니까”라는 레오의 말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루시를 일으켜 세우는 든든한 힘이 되어 줍니다. ‘사랑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 주는 사소한 행위에서 비롯된다’는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장면이지요.
모두가 잠든 밤, 루시와 레오는 꽃의 정원을 찾아갑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춤추며 노래하는 꽃들을 바라보며 루시는 비어 있던 마음 한편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찬란하게 퍼져 나가는 루시의 빛이 레오와 정원의 꽃들을 환하게 비추지요. 상처 입은 ‘한 사람’의 치유와 회복은 때로 ‘우리’의 기쁨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회 안에서, 혹은 세계 안에서 우리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기쁨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처럼 함께하고 나누는 삶 속에서 사람들은 더 큰 가치를 만들어 갑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 주고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하는 까닭이지요.
《루시의 노래》에는 음악과 그림책이 만난 특별한 그림책입니다. 책 속에 삽입되어 있는 QR 코드를 통해 루시의 노래, 레오의 노래, 꽃들의 합창을 실제로 들어볼 수 있습니다. 글과 그림이 음악과 공명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리지요. 그림책에서 받았던 감동이 음악을 들으면서 더 가슴 깊은 곳까지 나아갑니다. 뮤직디자이너이자 아트테라피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도경희 작가는 그림책의 글뿐 아니라 따뜻하고 아름다운 노랫말을 빚어 독자를 상상의 세계로 이끕니다.
《루시의 노래》는 자존감이 낮아진 아이들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 살아가지만, 정작 나의 깊은 감정을 들여다보고 공감해 주는 이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 곁에는 이름을 다정히 불러 줄 누군가가 있나요? 혹은 당신은 누군가에게 레오가 되어 줄 준비가 되었나요?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의 감정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루시가 되고 또 누군가의 레오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서로를 비추는 빛입니다. 루시가 자신의 빛을 되찾고 레오와 함께 노래하듯, 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의 마음에도 작고 반짝이는 별 하나가 켜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빛이 모여 세상의 어둠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루시의 노래》가 전하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잊고 있던 빛을 다시 찾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