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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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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함을 위하여

끝에서 시작으로


  • ISBN-13
    978-89-7973-658-8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전망 / 도서출판 전망
  • 정가
    17,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12-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전미홍
  • 번역
    -
  • 메인주제어
    소설: 일반 및 문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소설: 일반 및 문학 #예술철학소설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195 mm, 256 Page

책소개

『지극함을 위하여: 끝에서 시작으로』는 예술가들의 내면과 윤리, 존재의 흔들림을 탐색하는 여섯 편의 연작소설이다. 각 작품은 춤·그림·음악이라는 서로 다른 예술적 감각을 매개로, 감정과 윤리, 기억과 관계, 존재의 균열을 세밀하게 비춰낸다. 인물들은 창작의 절정과 침묵, 몰입과 소진의 사이에서 흔들리고, 그 흔들림은 예술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 또한 무엇을 불가능하게 만드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연작 전체는 ‘끝에서 시작으로’라는 구조적 리듬을 따라 흐르며, 소멸과 탄생, 단절과 회복이 교차하는 지점을 응시한다. 폐허처럼 보이는 순간에서 새로운 감각이 움트고, 사라진다고 여겨진 것들이 다른 형식으로 귀환하며, 존재는 늘 경계 위에서 다시 태어난다. 이 과정은 예술을 향한 인간의 충동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리고 그 충동이 삶과 윤리의 영역에 어떤 울림을 남기는가를 깊이 사유하게 한다.

소설은 예술가의 내면이 겪는 고독과 돌파의 순간, 기억이 만들어내는 정서적 풍경,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긴장들을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동시에 예술이 곧 존재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자, 세계와 자신을 다시 호명하는 언어임을 보여준다.

『지극함을 위하여: 끝에서 시작으로』는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예술과 인간 존재의 철학적 깊이를 탐색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예술의 의미와 삶의 방향을 새롭게 성찰하도록 초대한다.


 

「지극함을 위하여」는 무용가 후는 반복되는 움직임 속에서 예술이 아닌 생존을 기억한다. 그녀의 춤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통과하며 존재를 증명하는 행위다. 후를 둘러싼 화가 로와 시인 디는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과 감정을 탐색하지만, 후는 감정을 붙들기보다 흐름을 선택한다. 공항에서의 마지막 장면에 후는 기다림을 뒤로하고 무대로 돌아간다. 이 작품은 예술가의 몸을 통해 감정과 구조, 관계와 존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표현이 아닌 존재를 택하는 후의 결단은, 예술이 감동을 넘어 책임이 되어야 함을 조용히 선언한다.

「사라지는 것들의 울림」은 화가로는 그림 속 이미지가 사라졌다는 감각에 시달리며, 감정을 지우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미술관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제이는 연주 속 소리를 잃었다고 말하며, 로와 같은 상실을 공유한다. 두 사람은 예술과 감정, 기억과 존재 사이에서 흔들리며 서로를 비춘다. 제도화된 예술 환경 속에서 로는 점차 자신이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보다, 어떻게 해석될지를 고민하게 되고, 제이는 감정을 억제하는 공연 시스템 속에서 침묵을 경험한다. 모차르트의 K.333과 ‘신코페이션’이라는 음악적 개념은 기억과 감정의 구조를 상징하며, 로는 결국 흔들림 속에서 존재를 증명하는 예술을 선택한다. 사라지는 것들이 가장 오래 남는다는 믿음으로, 그는 지우며 그린다—닿기 위해.

「벽을 넘어서」는 화가 로와 무용가 후는 디라는 인물의 부재를 중심으로, 기억과 감정, 예술의 본질을 탐색한다. 디의 잔향은 음악과 시, 그리고 관계 속에 남아 있으며, 후와 로는 그 흔적을 따라 서로의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로는 신화 속 태초의 순간을 그리려 하지만, 그 안에 ‘기억’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잊히지 않는 감정을 붙잡기 위한 창조로서의 예술을 추구한다. 후는 그림 앞에서 몸짓으로 응답하며,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기억으로 남았음을 받아들인다. 귤 하나를 손끝으로 어루만지는 마지막 장면은,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서 감정을 잊지 않겠다는 조용한 선언이자, 존재의 여운을 담은 결말이다. 「벽을 넘어서」는 기억을 통해 존재를 다시 창조하려는 예술가들의 이야기이며, 감정과 철학이 교차하는 섬세한 서사다.

「오차의 방향」은 인도와 몽골, 서로 다른 길을 여행한 두 친구 디와 로는 편지를 통해 존재와 감각, 신앙과 죽음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눈다. 바라나시에서 죽음을 목격한 디는 명상을 통해 ‘제행무상’을 체험하고, 로는 몽골의 사막과 초원에서 환영과 울림을 경험하며 자신을 되돌아본다. 철학적 논쟁과 감성적 교류 속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지만, 결국 다시 만나 서로의 변화를 마주하게 된다. 「오차의 방향」은 여행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는 두 인물의 내면적 성장과 관계의 깊이를 그린 작품이다.

「흔들림의 도면」은 담연리 들판과 사랑방을 배경으로, 디와 로는 흔적과 흐름, 공간과 결에 대해 사유한다. 디는 견고함을 내려놓고 흔들림을 받아들이며 삶의 도면을 다시 그려나가고, 로는 장터의 변화 속에서 존재의 방향을 묻는다. 말보다 먼저 움직이는 몸의 리듬을 통해, 그는 지금이라는 시간의 결을 깨닫는다. 흔적은 지나간 것이 아니라, 새롭게 짓는 흐름임을 이해하며, 선택은 그 흔들림 속에서 시작된다.

「끝에서 시작으로」는 존재와 기억, 시간과 흐름을 몸과 예술을 통해 되묻는 서사이다. 디가 사유했던 ‘흔적은 흐름 속에서 재구성된다’는 인식은, 후의 움직임을 통해 감각적 방식으로 구현된다. 미륵사지의 궁성을 춤으로 되살리고, 폐허의 공간 바렐시아를 존재의 흐름으로 다시 호흡시킨다. 그녀는 음악 없이도 공기와 바닥의 결을 읽고, 몸으로 기억을 새기며 존재를 증명한다. 관계의 흔적을 품되, 그 안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완성해 가는 여정을 그린다.

목차

지극함을 위하여

사라지는 것들의 울림

벽을 넘어서

오차의 방향

흔들림의 도면

끝에서 시작으로

 

작품 별 설명

작품 해설

작가의 말

본문인용

아홉 명의 무용수가 꽃처럼 얽혀 무대를 채웠다. 팔은 유려하게 뻗어 공중을 가르고, 회전하는 선들이 음악에 실려 공간을 휘돌았다. 리듬이 가속되자, 무대는 팽창하듯 넓어지고, 춤의 궤적은 빛을 따라 흐르며 공간을 조율했다.

“Stop!” 단호한 외침이 스피커를 타고 무대를 덮쳤다. 떠 있던 손은 그대로 멈췄고, 꺾인 허리와 뒤틀린 몸들이 무중력 속에서 얼어붙었다. 흐름은 단숨에 끊겼고, 일사불란하던 균형은 기이한 형태로 전환되었다. 관객은 숨을 삼킨 채, 무대를 응시했다. 그 정적 속에 유령처럼 서 있는 무용수들의 자세는 우스꽝스럽고도 초현실적이었다.

그중 한 사람이 균형을 잃고 오케스트라 피트로 떨어졌다. 객석은 잠깐 술렁였지만, 이내 정적 속에 가라앉았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 다음 순간을 기다렸다.

“Continue!” 외침이 고요를 찢고, 다시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멈췄던 선들이 다시 이어지고, 무대는 숨을 되찾았다.

몇 번의 정지와 재시작이 지나고, 무대의 흐름은 예측 불가능하게 갈라졌다. 무용수들은 가속과 감속, 회전과 멈춤 사이를 넘나들며 몸으로 시공간을 재구성했다. 하나의 몸짓이 사라지기 전에 다른 동작이 스치듯 이어졌고, 관객은 각자의 호흡으로 그 끊김 없는 파열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무대 중앙에 단 하나의 몸이 조명을 받았다. 후였다. 그녀는 어떤 동작도 취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좁혀진 조명의 원 안에 고요히 선 그녀는, 그 자체로 무대의 중심이 되었다.

다시 음악이 흐르자, 후는 천천히 팔을 들어 올렸다. 공기를 더듬듯, 혹은 잊고 있던 선 하나를 따라가는 듯한 몸짓이었다. 그 움직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침묵했다. 숨소리마저 그녀의 리듬에 동화된 채 관객은 무언의 서사를 따라갔다.

마지막 자세를 취했을 때, 조명이 서서히 꺼졌다. 정적이 다시 무대를 감쌌다. 이번 정적은 끝이 아니라, 막 시작된 울림이었다. 사라지지 않고 남은 어떤 감각—후의 몸짓은 말보다 먼저, 감정보다 깊은 층위에서 관객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무대 밖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내 길고 묵직한 박수가 터졌고, 환호가 객석을 채우기 시작했다. “Bravo, Encore” 외침이 벽을 타고 번졌다. 흔들림 없이 중심을 이룬 그 한 사람이, 이제 관객들의 숨결 속에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커튼콜이 끝나고도, 후는 조명 아래 멈춰있었다. 그 무대는 단순한 미학적 공간이 아니었다. 몸으로 사회를 밀어내는 자의 자리였으며, 그녀의 침묵은 가장 깊은 발언이었다.

후는 관객을 바라보며 무용수들의 동작을 머릿속에서 되짚었다. 그들 모두의 몸은 불확실한 현실과 싸우고 있었다. 소속이 사라진 팀, 짧은 계약, 연습 없는 극장, 그리고 무대 위에 오르기까지의 불투명한 과정들.

처음 이 공연을 준비하던 때도 떠올랐다. “가장 새롭고, 가장 깊이 있는 춤을 보여달라.” 몇 달 전 감독의 제안이었다. 여느 때의 안무와는 달랐다. 그녀는 그 제안을 하나의 서사로 받아들였고, 새로운 도전으로 여겼다.

움직임, 멈춤이란 상반된 상태에서 동일성을 찾는 춤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화려하게 흐르던 율동이 갑작스레 멈추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을 마주했다. 내면 깊숙한 곳에서 묻혀 있던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감각과 그 너머의 나—그 둘이 하나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시간. 그 찰나의 충돌은 그들 안에서 새로운 감각을 열었다.

어떤 이는 연민을 느꼈고, 어떤 이는 벅찬 기쁨에 휩싸였다. 눈물이 차오른 이도 있었고, 명료함에 침묵하는 이도 있었다. 감정의 파편들이 하나로 모이며, 그 자각은 잠시 평화라 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후는 알았다. 그 평화는 잠시였고, 그들이 돌아갈 일상에는 다시 침묵과 속도가 뒤엉켜 있다는 것을. 무대는 세상의 리듬을 잠시 멈추게 했고, 그 틈에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잠깐 확인했을 뿐이었다.

처음엔 확신하지 못했다. 관객에게 내면의 각성을 일으키게 하는 것—그건 안무의 경계를 넘어선 일이었다.

명상 수련자들이 말하는 자아의 본질에 닿는 것, 그 감각을 움직임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춤은 예술을 넘어 존재의 근원으로 향하는 통로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후는 그 통로를 찾은 듯했다. 관객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그녀는 비로소 숨을 길게 내쉬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울리는 안도였다.

―「지극함을 위하여」 일부

서평

작품집의 전부를 응축해 활짝 열어젖히는 소설의 시작은 마치 불교에서 깨달음에 이르는 ‘돈오(頓悟)’의 경지와 비슷한 무게감을 가지며 독자에게 죽비처럼 내려꽂힌다. (⋯) 주요 인물들이 각자의 예술세계를 구축해가는 과정이 어떤 각성과 깨달음의 단계를 거치면서 성숙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마디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구축하고 해체하는 공동체적 감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등을 여섯 편의 단편 속에 다양한 시공간의 얽힘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불교의 또 다른 깨달음의 경지인 ‘점수(漸修)’의 과정을 떠올리게도 한다. (⋯) 삶과 예술이 만들어가는 흔적과 흐름의 결을 이토록 치열하게 탐색하고 있는 전미홍의 작품세계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 또한 예술을 예술이게 하는 것이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갖는다.

― 이희원 문학평론가 해설 중

저자소개

저자 : 전미홍
부산에서 태어났다. 계명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졸업, 2011년 ≪강원문학≫ 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창작활동을 시작했다. 흔들림과 예술에 관한 글들을 써오고 있으며, 소설책으로는 연작소설 『누구십니까』 소설집 『아내의 폴더』 2025년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작품에 선정된 연작소설 『지극함을 위하여: 끝에서 시작으로』를 출간했다.

출판사소개

1992년 설립된 부산 소재 출판사.
* 시, 소설, 수필, 문학평론 등 문학 중심 서적 발간.
* 그 외 문화비평, 인문학, 번역서, 사진집 등 단행본 다수 발간.
* 1999년부터 시전문계간지 <신생> 발간(현재 통권 95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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