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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이 좋을 리가 있나

고립과 은둔의 시절 넘어가기


  • ISBN-13
    979-11-7274-071-9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파람북 / 파람북
  • 정가
    1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12-03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햅삐펭귄 프로젝트
  • 번역
    -
  • 메인주제어
    사회복지 및 사회사업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사회복지 및 사회사업 #은둔 #고립 #청년 #방구석 #행복공장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5 * 200 mm, 252 Page

책소개

배우 유연석, 방송인 김대호, 영화감독 임순례 등 각계의 추천!

 

은둔·고립 청년 50만 시대,

청년 지원 활동가, 은둔·고립 청년 가족 및 관계자, 

그리고 청년 당사자의 눈물과 희망의 이야기!

 

대한민국 은둔·고립 청년은 50만 명을 넘어섰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결과다. 방문을 닫고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그들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비영리단체 행복공장과 청년 활동가들이 주도한 ‘햅삐펭귄 프로젝트’를 통해 만난 여러 청년의 말 못 할, 또는 이제야 말할 수 있는 깊은 속마음. 그 진솔한 이야기들이 『방구석이 좋을 리가 있나』에 담겼다.

책의 무엇보다 특별한 지점은 은둔 경험이 있는 청년들 다수가 직접 집필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청년 지원 활동가, 은둔 청년 가족, 그리고 당사자의 목소리로 완성된 이 책은 청년들의 생생한 육성을 있는 그대로 전하면서도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책의 1장에서는 은둔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어린 펭귄의 여행’이라는 비유를 통해 은둔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펭귄 새끼가 혹독한 추위 속에서 잠시 웅크리고 눈보라를 버티듯, 은둔 청년들도 살아남기 위해 멈출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2장에서는 은둔·고립의 시간을 겪은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펼쳐진다. 자신의 경험을 ‘불편해할 용기’, ‘기다림은 열린 문’과 같은 표현으로 풀어내며, 은둔이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선택이었음을 보여준다.

3장에서는 청년들을 응원하는 기성세대의 글이 담겼다. 「세상에서 제일 멋진 풍경」, 「그대, 다채롭게 빛나는 섬이기를」이라는 제목처럼, 은둔 청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이 아로새겨져 있다.

4장에서는 행복공장의 노지향 원장이 지난 5년간의 프로그램 성과와 활동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은둔·고립 청년의 재고립률이 50%를 넘는 현실 속에서 행복공장과 꾸준히 관계를 이어온 청년들의 재은둔율은 확연히 낮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김기석 목사, 금강 스님, 임순례 감독, 유연석 배우, 김대호 방송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추천사로 “낮은 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 “걱정보다는 신뢰를, 비난보다는 침묵을”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임순례 감독은 자신도 1970년대 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2년간 무위도식의 시간을 보낸 은둔 청년이었다고 고백하며, “가혹한 비난이나 대안 없는 지나친 걱정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묵묵히 지켜봐 준다면” 은둔 청년들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은둔·고립을 올곧이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그것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모든 사람을 같은 기준으로 재단하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문제이며, 따라서 사회 전체가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방구석이 좋을 리가 있나’라는 제목은 아무도 방 안에 갇히고 싶어 하지 않음을 말한다. 다만 세상이 너무 춥고 거칠어서, 청년들은 잠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는 그들이 다시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다리 놓기를 제안한다.

‘한 번에 한 사람’이라는 행복공장의 철학처럼, 책은 거창한 해법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손 내미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은둔·고립 청년과 그 가족은 물론, 비슷한 고민을 가진 모든 세대, 그리고 이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목차

프롤로그 | 성공의 그늘 속에 남겨진 상처 015

 

1장 펭귄 씨, 아직 방에 있나요? - 은둔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

어린 펭귄의 길고 험난한 여행 023

 

2장 여기도 펭귄 있어요 - 은둔의 시간 속에서 놓치지 않은 마음들

홍천으로 가는 화요일 | 백지의 이야기 057

애벌레의 시간 | 감자의 이야기 069

불편해할 용기 | YB의 이야기 083

친절한 현재 씨 | 현재의 이야기 098

멈춰 있는 시간 사이에 | 이민정 님의 이야기 112

기다림은 열린 문 | 김영옥 님의 이야기 125

은둔이 은둔에게 | 승규의 이야기 140

나의 정서적 외갓집 | 초롱의 이야기 154

 

3장 함께 걸어주는 어른이들 - 함께 길을 찾고자 고민해 온 사람들의 생각

세상에서 제일 멋진 풍경 177

그대, 다채롭게 빛나는 섬이기를 193

 

4장 춥지만, 춥지 않은 겨울바다에서 -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

닫힌 문, 함께 열며 219

 

에필로그 | 이제 서로를 행복으로 물들여야 할 때 245

본문인용

우리 대부분은 사회가 정해놓은 ‘정답’에 맞춰 재단된 삶을 살고 있다. 나의 발이 잘리고, 팔이 늘려진 채로. 내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물을 겨를도 없이, 옆 사람을 돌아볼 여유는 더더욱 없이 정답에 나를 끼워 맞추려 안간힘을 쓴다. 정답의 삶에 맞추면 성공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라 한다.

015_프롤로그

 

불 꺼진 방 안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던 어린 시절처럼, 그의 은둔은 고요했고 길었다. 부모에게도 누나에게도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 낡은 면 티셔츠처럼 방 안에 구겨져 살았다. 혹여 소리가 들릴까 봐 화장실에 갈 때도 발꿈치를 들고 걸었다. 120kg이 넘는 거구가 발소리도 하나 없이 다녔다. 그는 없는 사람처럼 살고 싶었다. 신체가 무너지니 정신도 부서졌다. 우울은 더 깊어졌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 벌레 같은 인간, 무능한 인간, 거울 앞의 자신에게 쏟아내는 자기혐오는 브레이크 없이 폭주했다.

073_애벌레의 시간

 

두 해가 지나, 은둔에서 나와 ‘행복공장’의 비난·방어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그는 마음속 방어대상으로 아버지를 세웠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다 쏟아냈다. 왜 그랬느냐고, 왜 아버지 때문에 내가 이렇게 망가지고 힘들어야 하냐고, 눌러두었던 울분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그날 못했던 얘기를 다 했어요. 정말 많이 울었고, 속이 후련했어요.”

역할극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사람은 그의 말을 끝까지 듣고 조용히 말했다. 네 말이 다 맞다고, 미안하다고. 서럽게 얼어붙은 마음이 눈물과 함께 녹아내렸다.

그 밤, 집으로 돌아오며 그는 2년 만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놀랍게도 진짜 아버지의 첫마디도 같았다. “네 말이 다 맞다, 미안하다.” 현재는 담담히 회상했다. “그 순간, 그 한마디에 모든 게 다 용서됐어요. 정말 다요.”

107_친절한 현재 씨

 

그는 결심했다. 셰어하우스 동료였던 한 친구와 함께 새로운 회사를 세웠다. 이름은 ‘안무서운회사’. 그가 직접 지었다. 은둔 청년들의 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언제나 ‘무서움’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마주치는 세상이 무섭고, 사람과 대화하는 게 무섭고, 내 모습이 들킬까 무섭다. 그 두려움의 벽을 조금이라도 낮추고 싶었다. ‘여기서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약속을 회사 이름에 담았다.

150_은둔이 은둔에게

 

그렇기에 은둔·고립 청년에겐 편견과 비난이 아닌 연결이 절실하다. 여전히 바깥세상이 두렵지만, 그들 내면엔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일하고 싶은 내적 갈망이 숨어 있다. 그들이 꽁꽁 숨어 있다고 해도 그 갈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부모의 섣부른 조급증은 일을 그르치지만, 사회적으로는 그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와 연결망을 포기해서도, 멈춰서도 안 된다. 어린 시절 숨바꼭질할 때 너무도 꼭꼭 숨어 있다가 술래가 포기해버리고 가버린다면 숨어 있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숨어 있는 것은 숨어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젠가는 다시 만나기 위해서다.

184_세상에서 제일 멋진 풍경

 

내가 만난 은둔 청년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 결국 고통을 자기 안에만 쌓아두려 했던 착하디착한 사람들이었다. 최후의 자기방어로 자기 자신을 가두는 마음의 감옥에서 살기를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의 단절은 강한 습성으로 굳어져 죽음과도 같은 시간을 살아야 했다. 이들 중 대부분이 자살을 생각했고,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너희들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고 싶은 것이야. 너의 생각에 고립된 삶을 끝내는 최후의 방법으로 죽음이 답이라 여겨 시도한 것이지만, 사실은 살고 싶었던 거야. 은둔하는 동안 얼마나 답답하고 탈출하고 싶었니?’라고.

198_그대, 다채롭게 빛나는 섬이기를

서평

방을 나서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등불처럼 밝혀지기를,

그 빛이 서로를 비추어 결국 모두의 길이 되기를

 

1957년, 인류 최초로 우주로 쏘아 올려진 생명체가 있었다. 모스크바 거리를 떠돌던 개 중에서 선발된 라이카라는 이름의 작은 강아지였다. 라이카는 수많은 극한 훈련을 견뎌냈다. 영리하고 온순했으며, 사람의 지시에 잘 순응했다. 그렇게 홀로 우주선에 실려 아득한 우주로 올라간 라이카는 발사 몇 시간 만에 스트레스와 열기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 다시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했다.

『방구석이 좋을 리가 있나』의 기획자 중 한 명이며 집필에 참여한 ‘제이’는 은둔·고립 청년들을 만나며 라이카를 떠올렸다고 술회한다. 스트레스를 잘 참아냈기에 좁은 곳에 갇혔던 라이카처럼, 청년들도 섬세하고 배려심 깊은 성정 때문에 오히려 더 깊이 상처받고 결국 방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여기, 은둔·고립을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에 있다고 해야겠다. 우리 사회는 은둔 청년들을 무기력하고 나약한 실패자로 치부해왔다. 하지만 이 책은 그들의 실상을 다르게 바라본다. 임순례 감독은 추천사에서 그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실로 남들보다 더 섬세한 감각을 가졌고 기본적으로 배려심이 많은 사람들”. 청소년 상담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영민 수녀의 분석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 사람보다 섬세한 결을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기에, 그 솜털 같은 섬세함으로 타인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깊은 상처를 받는다. (...) 그래서 그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를 공격하는 대신, 자신을 가리는 방식으로, 먼저 스스로를 철수시키는 길을 택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인가? 노지향 행복공장 원장은 프롤로그에서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언급한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침대에 눕혀 침대보다 키가 크면 발목을 자르고, 작으면 몸을 늘렸던 잔혹한 프로크루스테스. “우리 대부분은 사회가 정해놓은 ‘정답’에 맞춰 재단된 삶을 살고 있다. 나의 발이 잘리고, 팔이 늘려진 채로.” 그 재단의 침대에서 도망쳐 자신의 방에 몸을 숨긴 청년들을 우리는 그저 단순히 실패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몇몇 특이한 청년들이 허약해서가 아니라 혹시,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세상이 너무 거칠어서가 아니었을까.

어른들도 살기 안 힘든 사회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방에 숨은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카나리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입은 어른들 역시 계속 우리 사회에 쌓여가고 있으며, 그 역시 이 책의 테마와는 구분되지만 중요한 문제다. 노지향 원장은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은둔·고립 문제는 청년을 넘어, 청소년에서 중년, 장년까지 확산되는 뚜렷한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무척 심각한 상황이다. 당사자나 그들의 가족, 혹은 특정 세대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모든 세대가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아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책은 이렇게 처음부터 은둔·고립 청년의 문제가 어느 ‘게으른 개인’, ‘나약한 청년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길을 잃은 어린 펭귄이 한동안 웅크리고 눈보라를 버텨내듯, 

이들 역시 잠시 멈추어 설 수밖에 없었다.”

 

2장에 실린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글 제목을 보면 은둔의 시간이 지닌 복잡한 의미가 드러난다. 「애벌레의 시간」, 「불편해할 용기」, 「멈춰 있는 시간 사이에」, 「기다림은 열린 문」 은둔과 고립은 단순한 정지가 아니라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변환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김기석 목사는 추천사에서 ‘낮은 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기에 여념이 없는 이들의 귀에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행복공장’은 낮은 자리에서 들려오는 그 신음소리를 하늘의 부름으로 들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이 책, 그리고 이 책이 다루는 은둔 청년들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주류 사회의 시각을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달의 이면처럼 눈에 보이지 않던 삶의 진실’을 마주하는 것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 다시 세상으로 나갈 힘을 모으기 위한 버티기로, 진실을 탐구하던 시간으로 청년들의 시간을 우리 사회가 다시 이해해 준다면 어떨까. 은둔·고립 청년들을 자원을 낭비하는 부적응자로 매도하던 사람들의 눈에도, 가장 유용할 수 있는 경험을 갖춘 인재로 그 청년들이 다시 보일지도 모른다.

 

책은 회복 과정의 현실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사실 은둔·고립에서 청년 한 사람을 구해내는 작업은 쉬운 것이 아니다. 수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고, 고립-재고립, 은둔-재은둔을 반복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 재고립률이 50%를 넘는 현실 속에서, 책은 회복이 결코 직선적이지 않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행복공장과 꾸준히 관계를 이어온 청년들의 경우 재은둔율이 확연히 낮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계와 신뢰의 중요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행복공장이 5년간 진행한 다양한 프로그램들, 치유캠프, 생활연극전문가 과정, 직업교육, 일 경험 지원, 그리고 캄보디아 청소년을 돕는 ‘우리가, 우리를’ 프로젝트들은 구체적인 해법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특히 ‘우리가, 우리를’의,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도움을 주는 입장으로의 전환이 청년들에게 전환의 기회를 부여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는 은둔 청년 지원이 일방적 시혜가 아니라 상호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묵묵히 보여준다.

 

변화의 출발점은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으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기다림의 기술’이다 

 

자녀가 은둔을 시작하면 부모들은 조급함을 느끼고, 얼른 ‘정상’으로 돌려놓으려고 갖은 애를 쓴다. 은둔 자녀가 있다는 것을 사회적 낙인으로 여기고, 상태가 조금 호전되면 자조 모임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은둔·고립 청년 문제의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미덕은 기다림이다.

1970년대 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2년간 ‘무위도식’의 시간을 보냈던 임순례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를 그 상황에서 탈출시킨 건 나의 엄중한 현실 인식 덕택이지만, 가족이나 주변의 비난이 배제된 무관심 덕도 컸던 것 같다. 그 누구보다도 가장 내면이 힘들 은둔자에게 가혹한 비난이나 대안 없는 지나친 걱정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묵묵히 지켜봐 준다면 본인의 현실 인식 감각이 천천히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예방의 중요성을 빼놓을 수는 없다. 문제적 행동을 벌이거나 스스로를 가두기 전에 그들이 보내는 신호를 포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신호를 포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신호에 응답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

노지향 원장은 은둔을 경험한 청년들의 가능성을 믿는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행복공장의 프로그램에 스태프로 참여하고, 서울 사무국과 홍천수련원, 커피차 ‘영차’에서 일하며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그는 이들을 “세상을 구할 어벤저스”라 부른다.

행복공장의 모토는 ‘한 번에 한 사람’이다. 노지향은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쓴다. “한꺼번에 들판을 태우는 거대한 불꽃보다는 한 사람에게서 다른 한 사람에게로 전해지는 등불의 길”을 가겠다고. 이는 성과주의와 효율성에 매몰된 우리 사회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기도 하다. 

『방구석이 좋을 리가 있나』는 은둔·고립 청년에 관한 책이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 전체에 관한 책이다. 경쟁과 성과, 효율과 속도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에서 뒤처지고, 다치고, 멈춰 선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그들이야말로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은둔·고립 청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가족, 관계자, 본인이 꼭 아니더라도, 이 책을 읽는 이들이 서로 다른 속도를 존중하며, 누군가 넘어진 길의 돌부리를 함께 치우는 일에 동참했으면 하는 것이 저자들의 소망일 것이다. 그것이 청년들이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는, 그리고 모두가 자신의 모습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시작이다.

저자소개

저자 : 햅삐펭귄 프로젝트
노지향│‘연극공간-해’의 대표이자 행복공장을 설립한 연극인. 성찰과 나눔 프로그램을 통해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박영민│툿찡 포교 베네딕도 수녀회 서울 수녀원 소속. 가족·부부·트라우마·내면아이·모래놀이 상담사이자 갈등조정사. 아동·청소년·부부와 가족들의 치유와 성장에 동행하고 있다.
조현 │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및 논설위원. 은둔 수도자 및 마을 공동체들을 찾아다니며 영성과 공동체를 탐구해 왔으며, 이를 통해 한국 사회에 치유와 대안적 삶 담론을 이끌어 왔다.
권복기│명상 콘텐츠 회사 아시웨이브의 CEO, 전 한겨레신문 기자. K-명상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까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이다.
김초롱│전 안무서운회사 이사. 8년의 은둔을 거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은둔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권예철│교육·치유 연극 전문강사이자 즉흥 연주자. 행복공장 부원장으로 우리 사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제이 │기업에서 배운 전략으로 사회적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온 공익형 자본주의자. 청년과 장애인이 가진 사회적 고민을 기록하고 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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