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갈림길에 선 아이들 이야기!
선택해야 하는 그 순간, “나는 나를 믿어!”
초등학교 중학년 이상 어린이들에게 문학의 향기를 일깨워주는 창작동화시리즈 〈청개구리문고〉의 54번째 작품인 『너의 선택은 븡랭콩』이 출간되었다. 이창민 작가는 단편동화 「여우비 가면」으로 제27회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후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신인작가다. 그동안 발표한 작품을 모은 『너의 선택은 븡랭콩』은 이창민 작가의 첫 동화집이다.
『너의 선택은 븡랭콩』에는 어린이들의 일상을 함축적인 비유와 구성으로 세련되게 그려낸 다섯 편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다. 이 독특하고도 기발한 이야기들은 어린이들에게 동화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 준다. 특히 다섯 편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선택’에 관한 메시지, 어린이들 역시 일상의 매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 의해 삶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아주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많은 공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들
이창민 작가의 동화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새롭다는 것이다. 서사의 발상은 물론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기발한 방식과 기법으로 기존 동화의 고정관념을 깨는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아이들이 처한 일상은 물론 내적인 고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너의 선택은 븡랭콩」만 봐도 작가의 독특한 동화 세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이런 동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기서 ‘븡랭콩’은 ‘블랙홀’을 귀엽게, 혹은 장난스럽게 표현한 말이다. 아이의 내면 심리를 블랙홀로 표현하는 것도 신선하다. 그것도 주요 신체 부위 중 하나인 ‘눈’을 상징하는 말이라서 더욱 독특하게 느껴진다. 눈이야말로 마음의 표상 아닌가. 눈이 맑으면 마음도 맑고, 눈만 봐도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블랙홀 눈을 가진 아이는 어떤 내면을 지니고 있는 것인가. 여기서 작가가 의도하고 있는 상징과 비유가 드러난다. 온갖 보석을 박아 놓은 듯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는, 안드로메다은하 눈을 지닌 안소미와 대비를 이루며 블랙홀 눈을 지닌 서지수의 현실과 내면을 암시하는 것이다. 곧 서지수는 집에서는 외면과 무시, 그리고 학교에서는 왕따의 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사람을 기피하고 혼자만의 세계로 움츠러들게 된다. 마치 블랙홀의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 홀로 허우적댈 수밖에 없다. 그런 서지수가 안소미의 계략으로 기상캐스터 오디션을 보게 되면서 자신의 블랙홀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물론 무엇이든 카피하는 안소미에게 오디션 원고를 빼앗겨 우승을 놓치기는 하지만, 처음으로 자신을 알아봐 준 안소미 덕분에 자존감을 회복하고 블랙홀을 깨고 자신의 틀에서 나오게 된다. 마치 빅뱅처럼.
이 동화집에 실린 작품들은 모두 환상적 기제를 통해 현실 문제를 극복해 가는 인물의 서사를 그리고 있다. 4차원 공간이 보여준 미래로 인해 반감을 풀고 서로를 받아들이게 되는 두 아이의 이야기인 「4차원 6학년」, 신기한 마법 음료를 매개로 빵셔틀 당하는 아이의 반전을 그려낸 「반전 파워」, 게임 속 세계에 빗대어 지구 환경 문제를 되새기는 「끝내겠습니까」, 마법의 여우비 가면을 통해 외모 콤플렉스 문제를 다룬 「여우비 가면」. 하나같이 독특한 서사 방식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갈무리하고 있다. 이야기의 새로움 못지않게 재미도 있고, 아이들에게 던져 주는 문제의식도 의미가 깊다.
● 자존감을 키워주는 선택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
이 동화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 꼽으라 하면 단연 ‘선택’이 될 것이다. 각 편의 이야기 속에는 갈등하는 아이가 등장한다. 갈등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인물을 보면서 독자들은 자신을 투영해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는다. 누구나 매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 선택이 반드시 옳을 수는 없지만, 스스로 고민하고 소신 있게 선택한 삶이라야 그 결과 또한 올바르고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래야만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동화집에 등장하는 다섯 친구의 갈등과 고민이 아이들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것이라서 더욱 실감하게 된다. 자신의 블랙홀 눈을 탓하며 살아야 할지 아니면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갈등하는 서지수, 엄마를 찾아갈지 말지 고민하는 김은유, 왕따를 그냥 참아야 할지 용기를 내 맞서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오필승, 가상현실 게임으로 기후 위기를 체험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차미래, 가면으로 세상을 속이느냐 진짜 자신의 얼굴로 사느냐 갈등하는 노단 등 고민하고 갈등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선택을 보면서 어린이 독자들도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그 선택이 올바를지 아니면 잘못된 선택일지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는 없지만 또다시 새로운 선택을 통해 잘못을 바로잡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삶이란 점. 그것이 바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길이란 것을 어린이들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동화의 주인공들은 외친다.
“난 나를 믿어!”
이렇게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선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준다. 이 동화집은 그렇게 자존감을 키워주는 이야기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