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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존재

사람과 동물, 우리가 관계 맺었던 모든 순간의 역사


  • ISBN-13
    979-11-93810-09-5 (03300)
  • 출판사 / 임프린트
    가지출판사 / 가지출판사
  • 정가
    3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12-1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케기 커루
  • 번역
    정세민
  • 메인주제어
    환경보전
  • 추가주제어
    동물학 및 동물과학 , 생태과학, 생물권 , 사회, 문화인류학 , 진화인류학 , 환경법 , 환경정책 및 협약 , 야생동물 및 서식지보호 , 어린이, 청소년 교양: 야생동물과 서식지
  • 키워드
    #동물과 사회 #동물학 및 동물과학 #생태과학, 생물권 #환경보전 #사회, 문화인류학 #진화인류학 #환경법 #환경정책 및 협약 #야생동물 및 서식지보호 #어린이, 청소년 교양: 야생동물과 서식지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210 mm, 708 Page

책소개

[책 소개]

 

기후위기 시대, 첫 줄부터 다시 읽어야 할 동물 서사

영국 코스타상 수상 작가가 인간-동물 4만 년 관계를 재조명한 논픽션 수작

 

√ 환경 분야 영예의 상, 웨인라이트상 2023 최종후보

√ 《파이낸셜 타임스》 2023 올해의 책

√ 《BBC 히스토리》 2023 올해의 책

√ 영국 대형서점 체인 〈워터스톤스〉 2023 올해의 책

√ 영미권 최대 녹픽션 북클럽 〈넥스트 빅 아이디어 클럽〉 필독서

 

사람과 동물의 관계는 4만 년 동안 지속됐지만 최근 200년간 고도화된 기술 발달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온 거대 영장류인 인간종의 손에 모든 생물권의 운명이 놓이게 됐다. 저자는 지구 환경과 생명성에 대한 큰 위기감을 안고 인간과 동물, 4만 년 관계의 대서사를 추적한다. 가장 작은 미생물부터 지구상에 존재했던 가장 거대한 생명체까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 세계를 공유해 왔을까. 역사와 문화, 과학 그리고 수많은 실화를 통해 그 유대의 궤적을 되짚으며 저자는 단호히 말한다. “풍요와 다양성이 강점인 동물이야말로 망해가는 이 행성을 복원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유일한 열쇠다. 단, 우리가 위기에 처한 그들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번역서로 700여 쪽에 달하는 글에는 자연과 야생, 그리고 인류가 결코 정복할 수 없고 정복해서도 안 될 생명성에 대한 강렬한 감정이 깃들어 있다. 이야기의 큰 축을 사랑과 파괴로 점철된, 동물과의 모순된 역사가 끌고 간다면,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경이로운 생명 그 자체에 대한 탐구와 그에 순수하게 매료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채운다. 실제로 저자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도 사람과 동물의 유대감을 일깨운 강렬한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됐다. 지구 미래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나락에 빠지기 전에(이미 그 임계점에 다가서 있는 것 같지만), 우리는 다시 ‘야생의 존재’로서 다양한 생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자연 세계의 감각과 복잡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책은 야생으로부터 너무 멀어진 현대인들이 그 전체의 그림을 다시 그리도록 돕고, 각자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동물적 자아를 깨워 생명 연대의 큰길로 나아가도록 북돋운다.

 

[추천사]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은 방대한 역작이다. 케기 커루가 온 힘으로 그린 큰 그림을 보고 나면 우리 문명과 야생의 관계가 어디서부터 어긋났는지 정교히 짚는 일이 가능해진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관계가 이대로 지속될 리 없다. 이 책에는 절멸에 대한 절망뿐 아니라 회복을 향한 의지가 함께 담겨 있기에, 읽고 나면 더 힘찬 걸음을 옮기고 싶어진다. 덧붙여, 당당하고 신랄한 문체도 근사했다. 비인간 존재를 사랑하는 모두에게 권한다.   

정세랑_소설가

 

인간과 동물이 만나 생성된 모든 특이점에 관한 역사다. 역사, 문학, 철학, 인류학, 동물행동학, 다윈의 난초, 나치 총독의 사냥, 과거를 숨긴 환경 영웅, 월트 디즈니의 밤비가 공포영화가 된 이유 등 당신이 듣지 못한 동물 이야기가 다 있다. 이 책으로 우리는 잃어버린 야생과의 연결을 회복할 수 있는 두툼한 지적 컬렉션을 얻게 됐다. 자연에 대한 욕심을 녹이는 마법 같은 이 책을 나는 꺼내 읽기 좋게 책상 가까운 곳에 두었다. (팁: 스마트폰으로 책 속 장면을 영상과 사진으로 찾아보며 읽어보라. 새로운 차원의 독서가 펼쳐진다.)

남종영_환경저널리스트, 〈동물권력〉 저자

 

4만 년 동안 우리 영혼과 몸에 새겨진 아름답고 원초적인 동물과의 유대, 그리고 그것을 회복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돌아보는 여정은 감동적이다. 이 유대의 풍요와 경이를 스스로 착취와 훼손으로 바꿔버린 탓에 우리는 불안과 상실을 겪고 있다. 우리 자신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그들과 함께 생명으로 가득 찬 금빛 이음선을 잇는 것이다. 이 책이 전하는 ‘야생의 자각’이, 더 이상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우리를 깨운다.

천명선_수의인문사회학자,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예상치 못한 감동과 놀라움을 안겨주는 책. … 황홀하고 경이로우며 강렬한 울림.”

_필립 샌즈, 《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저자

 

“신비롭고 기이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점점 엇나가는 우리와 자연의 관계가 눈앞에 흥미롭게 펼쳐진다.”

_데이브 굴슨, 생태학자, 《침묵의 지구》 저자

 

“(우리가) 동물과 맺은 복잡한 관계를 통찰력 있게 풀어낸 인상 깊은 이야기.”

_가이아 빈스, 과학 저널리스트, 《인류세, 엑소더스》 저자

 

“동물의 세계에 마음이 끌린다면, 지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궁금하다면, 아니 세상을 조금이라도 신기하게 느낀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눈이 부시고 기쁘다가도 정신이 번쩍 든다.”

_《아이리시 타임스》

 

“지구를 공유하는 동물들에 대한 우리의 모순된 태도를 날카롭게 들여다본다. … 인간과 동물의 관계사를 환상적이고 진심 어린 시선으로 풀어낸 책.”

_《가디언》

 

“야생과 다시 이어지는 길을 비추는 다정하고 지혜로운 책.”

_《인디펜던트》

 

“자연의 모든 존재가 소중하다는 겸허한 믿음을 다시금 일깨운다.”

_《옵저버》

 

“《야생의 존재》를 읽으면 마치 숲속을 맨발로 조심스럽게 걷는 기분이 든다.”

_《뉴 스테이츠먼》
 

“많은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음악을 이루는 음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이야기들. … 활력을 불어넣는 발상으로 가득 찬 책이다.”

_《퍼스펙티브》

 

“상상에서 시작해 공감과 열정으로 완성한 책. … 읽다 보면 웃음이 터지고 동물의 집념에 감탄하게 되며 아픈 세상에 눈물이 흐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안의 칭얼대는 동물적, 포유류적 자아가 깨어난다.”

_〈커트 바이 더 리버〉

 

“다른 생명과 더 윤리적이고 조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을 고민해 본 적이 있는 이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_칼 플린, 《버려진 섬들》 저자

 

“한 명도 빠짐없이 읽어야 하는 책. …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다.”

_제임스 홀랜드, 작가

 

“우리에게 딱 필요한 분노와 즐거움, 열정이 담겨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

_클레어 풀러, 작가

 

“《야생의 존재》를 읽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_코르넬리아 파커, 조각가, 설치미술가

 

“《야생의 존재》는 할 말을 잃게 만든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다.”

_브리짓 스트로브리지, 자연보호 운동가

 

목차

추천사

현지에서 쏟아진 찬사

 

머리말

더하는 말

여는 글_뜻밖의 만남

 

제1부_야생의 존재

좋은 사고의 도구

자유를 넘어서

야수 장사

다시 자연으로

 

제2부_오 주여

폭군인가 목자인가

슈가캔디 마운틴

베스티어리로 역행하다

구분하라, 그리고 지배하라

창조자와 파괴자
 

제3부_내면의 동물

나의 세계, 너의 세계

죄와 벌

보상

거울아 거울아

짚 더미 성의 염소 왕
 

제4부-누가 멍청한 동물인가

동물과 이야기하자

동물에 관해 이야기하자

 

제5부_공유지의 비극

낙원

핏빛 전장

아득한 아름다움

거름 사이에 피어난 제국

 

제6부_죽인 자, 먹을지어다 1

죽여주는 즐거움

시체성애자의 포옹

핏빛 스포츠

꺼져가는 불꽃, 타오르는 욕망

 

제7부_문제는 환경이야, 바보야

왜가리 피로 물든 튤립

불가사리 던지기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 아닌가?

고래는 똥을 남기고 하마는 비밀을 남긴다

 

제8부_죽인 자, 먹을지어다 2

햄샌드위치

달콤한 단죄

 

제9부_돌이킬 수 없다는 분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울 수 있어 다행이야

이렇게 헤어질 순 없어

파리를 삼킨 할머니

늑대와 함께 춤을

에취, 에취

나는 짖기로 했다

 

제10부_금빛 이음선

알 게 뭐람

무인지대

그게 죄는 아니잖아

호랑이, 호랑이

 

참고자료

주석

감사의 말

사진 및 인용문 출처

찾아보기

본문인용

내 발밑에는 쓰러진 사자가 머리를 늘어뜨린 채 눈을 감고 커다란 앞발을 천천히 핥고 있다. 다정한 몸짓이 낯설고도 이질적이다. 나는 경외와 두려움이 뒤섞인 마음으로 그 장면을 본다. 화살에 온몸이 찔린 암사자는 뒤집힌 채 몸을 떨고 있다. 이런 장면을 마주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았다. 울부짖음은 멎었지만 고통은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이것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2500년 전 이 사자들은 뜨거운 피를 대지에 쏟았고 조각가들은 그 장면을 돌 위에 새겼다.

- 52p, 1부: 야생의 존재, 〈야수장사〉


그때도 지금도 동물원에 갇힌 동물에게 자유를 되찾을 기회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 동물이 문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어는 탈출의 귀재다. 뼈가 없어서 눈보다 약간 큰 틈만 있어도 스르르 빠져나갈 수 있다. 2016년 뉴질랜드의 한 수족관에서 ‘잉키’라는 문어가 탈출한 적이 있다. 잉키는 수조를 빠져나와 50미터나 되는 배수관을 따라 바다로 돌아갔다. 오타고에서는 한 문어가 조명을 향해 물줄기를 뿜어 전기 설비를 고장 내고 자유를 쟁취했다. 문어의 기묘한 행동을 관찰하는 재미보다 전기 설비를 고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커지자 결국 문어를 보내주고 말았다.

- 59p, 1부: 야생의 존재, 〈야수장사〉


그리스 레스보스섬 따뜻한 피라 석호의 얕은 바닷물 속에서 한 남자가 물속 생명체들을 유심히 살핀다. 크고 작은 게, 말미잘, 작은 물고기, 불가사리, 그 외에도 수많은 생물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신이 단 며칠 만에 세상의 모든 생명을 빚었다는 신화를 믿지 않는다. 기원전 350년, 많은 신이 존재하지만 대개는 서로 다투느라 바쁘다. 그 남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어깨에 옷을 느슨하게 걸친 채 자유롭게 사색하며 자연을 관찰한다.

-95p, 2부: 오 주여, 〈슈가캔디 마운틴〉


숲 한가운데 홀로 던져져서 무화과 잎 한 장으로 옷을 만들어야 한다고 상상해 보라. 인간은 가장 빠르지도, 가장 강하지도 않으며,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존재도 아니다. 날지 못하고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없으며 수영도 썩 잘하지 못한다.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둠 속을 볼 수 없으며 음파로 위치를 감지할 수도 없다. 털은 변변찮고 깃털도 없다. 솔직히 말해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생물이 아니다.

-100p, 2부: 오 주여, 〈슈가캔디 마운틴〉

 

어떤 단어는 본래의 의미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 ‘혼획’이 바로 그런 단어다. 이 짧은 단어 하나가 가려버리는 현실은 어마어마하다. 새우 저인망 어선은 그물에 걸린 해양생물의 80~90퍼센트를 죽이거나 빈사 상태로 바다에 내던진다. 새우 450그램을 건지기 위해 해양 생물 12킬로그램이 희생된다. 돌고래, 거북, 상어, 고래. 이 모든 생명이 혼획이라는 말 아래 묻혀버린다.

-240p, 4부: 누가 멍청한 동물인가, 〈동물에 대해 이야기하자〉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해야 할 인물이 있다면 이름마저 인상적인 에타 레몬일 것이다. 이 영국 여성은 매주 교회에 나가 주변 좌석에 앉은 숙녀들의 깃털 모자를 유심히 살펴보곤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그 깃털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새가 희생되었는지, 둥지에서 굶주리다 죽어간 새끼들은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 자세히 적은 편지를 보냈다. 에타 레몬은 깃털 무역을 막기 위해 30년 넘게 싸웠다.

-281p, 5부: 공유지의 비극, 〈낙원〉


이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으며, 동시에 생태문학 장르의 초석이라 평가받을 만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렇게 극찬했다. ‘펠릭스 잘텐은 우리에게 숲속 사슴의 삶을 들려준다. 마치 우주의 이치를 꿰뚫고 있는 듯하다. … 《밤비》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존 골즈워디는 “이 책을 특히 사냥꾼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했다.

-329p, 6부: 죽인 자 먹을지어다 1, 〈죽여주는 즐거움〉


나비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식의 말에 이렇게도 답할 수 있다. 나비가 사라지면 같은 이유로 다른 곤충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나비와 벌 같은 수분 매개자가 해마다 세계 경제에 이바지하는 가치는 5000억 달러[약 695조 원]에 이른다. 독일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서 벌이 수분한 식품을 모두 선반에서 치우는 실험을 했다. 벌의 위기를 소비자에게 직접 체감하게 하려는 시도였다. 매장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썰렁했다. 빵 매대가 비었고 과일과 채소, 견과류 매대도 상황은 같았다. 전 세계 농작물의 65퍼센트는 수분 매개자가 있어야만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이 그 텅 빈 매장 안에서 또렷하게 드러났다.

-438p, 7부: 문제는 환경이야 바보야,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 아닌가〉


예전엔 나름대로 약속이 있었다. 일방적인 약속이긴 하지만 먹이와 보금자리, 안전한 공간을 내어주면 돼지는 땅을 파고 진흙에 뒹굴며 새끼를 낳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돼지를 먹었다. 야생에서도 돼지가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약속이라 불리던 관계를 우리는 얼마나 악착같이 쥐어짰는가.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는 ‘역사상 가장 끔찍한 범죄’ 중 하나가 공장식 축산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이곳, 바로 우리 곁에서 말이다.

-468p, 8부: 죽인 자 먹을지어다 2, 〈햄샌드위치〉


대자연에 죄를 짓는 일은 많지만, 북극 얼음에 핵폭탄을 떨어뜨려 세상을 좀 더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자는 발상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일지도 모른다. 1946년 당시 유네스코 초대 사무총장이던 줄리언 헉슬리(런던동물원에 데니스 하비의 수달 집을 지어주자고 제안했던 바로 그 인물)는 이 아이디어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세상이 잠든 사이 미국 기상국은 실제로 이 제안을 검토했고 ‘깨끗한’ 수소 폭탄 열 개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러시아도 크게 반겼다. … 가스 기술자인 표트르 보리소프는 북극판 멕시코 만류를 만들자는 구상을 내놨다.

-517p, 9부: 돌이킬 수 없다는 분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물론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파괴적이고 독하고 잔인하고 위험하고 값비싸고, 눈앞의 이익만 좇으며 토양을 망치고 미생물을 쓸어버리는 방식이어야 할까? 리와일딩은 땅을 버리자거나 부자들의 전용 놀이터를 만들자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기대어 살아가는 생태 기반을 거의 무료로 되살리는 일이다. 약간의 손길만 보태면 나머지는 동물들이 한다.

-577p, 9부: 돌이킬 수 없다는 분노, 〈나는 짖기로 했다〉


윌 트래버스는 1997년 고생물학자이자 보전운동가 고 리처드 리키 박사가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열린 CITES(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회의에 참석했던 날을 기억한다. 각국 대표들이 상아 거래를 두고 격론을 벌인 자리였다. 그날 리키는 단상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 있는 누군가는 제가 동물 한 마리 한 마리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가족을 이끌고 온갖 위험을 헤쳐 나가는 암컷 코끼리에게 얼마나 깊은 존경과 애정을 느끼는지 보고 …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저 사람, 토끼나 끌어안고 다니는 부류라고….”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작은 토끼 인형을 꺼내 들어 보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577p, 9부: 돌이킬 수 없다는 분노, 〈나는 짖기로 했다〉

 

동물이 사라진 야생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는 너무 똑똑해서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벌을 받고 싶지 않다. 선과 악을 알게 된 뒤 찾아온 저주 속에서, 한때 가능했을지도 모를 세계를 잃은 채 살아가고 싶지 않다. 해답은 동물에게 있다. 동물은 다양성과 풍부함이 장점이다. 우리를 구할 존재는 이미 곁에 있다. 호랑이들의 금빛 이음선이 나타나리라.

-640p, 10부: 금빛 이음선, 〈호랑이, 호랑이〉

서평

코스타상 수상 작가, 기후위기 해법으로 ‘동물’을 말하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가 지금 지구에서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라고 누구나 이야기한다. 세계의 지도자들, 과학, 경제, 사회, 미래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수많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고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건 왜일까. 저자는 ‘기후’와 ‘생물다양성’ 문제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며 매우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주목하지 못하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환경·사회 문제의 대부분은 지구 문명사를 함께 이루어 온 존재, 즉 사람과 동물의 어긋난 관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저자는 그 복잡하고 뒤틀린 이야기를 파헤치기 위해 인간-동물 4만 년 관계사를 되짚으며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다른 생명들과 이 세계를 공유해 왔는지, 그리고 어디쯤부터 길을 잘못 들었는지를 추적하며 열렬한 마음으로 글을 쓴다. 집필에는 5년의 시간이 걸렸다.

 

“나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역설적인 관계를 담은 거대한 이야기를 추적하고 싶었다. 그 이야기는 약 4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인간이 그리폰 독수리 날개의 가늘고 속이 빈 노뼈에 다섯 개의 손가락 구멍을 뚫고, 그 숨결 같은 음이 흐르는 강물과 나뭇잎의 속삭임 속에 스며들던 순간.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16p

 

저자는 우리가 동물을 숭배하고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착취하고 파괴해 온 모순적인 역사를 탐구한다. 그 4만 년의 시간을 순수하게 담아내기 위해, 글은 수많은 동물 세계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비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쫓아가고 그래서 시종일관 흥미롭다. 예를 들어 제1부는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를 처음 발견한 한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시절에 인간은 동물을 경외의 대상으로 숭배하면서도 먹이로 삼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의 사다리’ 개념은 인간이 자연계의 정점에 있다는 우월적 사고를 강화했고 그 사상은 중세 신학자들에 의해 더욱 공고해진다. 최근의 과학적 연구들은 동물도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지닌 존재임을 밝혀내고 있지만, 저자는 이런 주장들이 왜 이제서야 받아들여지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기후변화, 오염, 전염병, 홍수와 산불, 생물다양성 감소, 토양 악화…. 오늘날 인류를 위협하는 모든 환경 문제는 지구의 생명 그물, 즉 생태계의 건강이 무너져서 일어나는, 연속적이고 서로 긴밀히 연결된 사건들이다. 저자는 우리가 문명사를 일구기 시작했던 그때, 4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다름아닌 ‘동물’이라고 강조하며, 지금 위기에 처한 그들을 구하지 않고는 우리의 삶도 유지할 수 없다고 간절히 호소한다.

 

“동물은 이 생태계를 유지하고 돌보는 핵심 일꾼들이다. 2023년 예일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상어, 늑대, 수달, 소, 얼룩말, 물고기, 들소, 코끼리, 고래와 같은 아홉 가지 주요 동물군이 매년 64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흡수한다고 한다. 이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데 필요한 탄소 흡수량에 맞먹는 수치다. 이 사실을 하늘에 대문짝만하게 써서 세상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동물이 수천 년에 걸쳐 자연스럽게 해온 일을 대신할 기술은 어디에도 없다.” -21p

 

야생으로부터 너무 멀어진 현대인들은 자연 세계를 읽는 법을 거의 잃어버렸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그 세계를 깊이 이해해야만 (동물과의) 관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이 방대한 분량의 책을 내놓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는데, 번역서로 700여 쪽 분량의 책에는 (이 땅에 살았거나 아직은 살고 있는)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은 자연 속 생명체들이 등장해 믿을 수 없이 경이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독자 대상은 너무도 많다. 정치인, 정책 입안자, 기업가, 법률가, 교육자, 언론인, 정원사, 농부, 지금의 어른과 미래의 어른이 될 아이들, 그리고 자연 세계와 다시 연결되고 싶은 우리 모두가 읽는다면 세상은 다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돌이키지 못할 것만 같은 이 지점에서 다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고, 믿고 싶다. 《야생의 존재》는 사람과 동물의 관계를 역사적, 철학적, 과학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탐구하며 현재의 환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통찰을 제공하는 빼어난 논픽션이다. 무엇보다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하고자 하는 독자들, 그리고 역사, 정치, 경제 등에 관한 책을 섭렵하며 다방면의 지식을 쌓는 ‘정보 탐구자’ 그룹에게 깊은 감동과 성찰을 안겨줄 것이다.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워낙 방대해 파트별 요약문을 덧붙인다.)
 

[파트별 요약]

 

1-2부 | 잃어버린 야생의 세계

 

“동물은 우리의 마음, 삶, 땅, 문명에 깊숙이 뿌리내렸고 앞으로도 우리의 미래를 빚어갈 것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 동물은 우리를 위해 일하고 우리를 보호해 주었다. 자연을 정화하고 꽃가루를 나르고 때로는 우리의 발이 되어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분변과 살, 가죽과 뼈, 그리고 새끼들까지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동물은 우리에게 중요한 존재다(정작 우리는 그들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겠지만).” -18p

 

지에잔카. 저자가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영감을 준 폴란드 비아워비에자 야생 숲속의 작은 공간이다. 2차대전 이후 동물학자 시모나 코사크와 동물 사진작가 레흐 빌체크가 머물며 숲속 동물들과 믿을 수 없이 친밀한 관계를 쌓았던,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서려있는 곳. 우연히 그때의 사진 기록에 매료된 저자가 사람과 동물, 그 유대와 반목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지구에 살며 다양한 동물과 관계를 맺고 삶의 지혜를 얻어온 인류는, 심지어 그들을 먹고 도구로 활용하면서도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잃지 않았다. 그러다, 어디서부터 크게 어긋났을까. 제1부 〈야생의 존재〉는 선사시대 동굴 벽화부터 시작해 야성이 살아 숨 쉬던 시절과 공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불의 발견과 정착생활, 가축화, 계급 사회와 권력자의 등장, 결국 끝없는 전쟁과 정복의 시대로 나아가기까지 우리 문명사에서 동물은 내내 함께했다. 우리는 동물을 사랑하다 비참하게 내던지기를 반복했다.

우리는 동물에 대한 깊은 유대감과 경외심, 그리고 두려움을 동시에 품었다. 제2부 〈오 주여〉에서는 과학이 종교를 뛰어넘지 못했던 시절에 그 두려움이 어떻게 표출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종교와 신화, 중세문학과 초기 과학의 진귀한 기록들을 뒤적이며 우리가 동물을 어떻게 악마화하고 야생(광야)을 저주의 땅으로 규정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과학에서 동물은 인간의 하위 개념으로 자리 잡았고, 철학자 데카르트조차 동물을 영혼 없는 존재로 보았다. 종의 기원을 밝힌 다윈의 시대에도 종교는 단단한 성역으로 존재했다.
 

3-4부 |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착각


“토끼에게 공을 던지고 물어오라고 시키지 마라. 동물은 자신에게 필요한 능력만을 발달시킨다. 코끼리는 건기에는 어디에 물웅덩이가 생길지, 거기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지를 기억해야 한다. 코끼리는 기억력이 뛰어나다. 먹이를 저장하는 동물도 마찬가지다. 북아메리카에 사는 회색잣까마귀는 솔방울 2만 개를 수백 군데에 나눠 숨기고 대부분 기억한다. 나는 안경을 어디에 두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말이다.” -198p

 

사람과 동물의 관계는 우리가 그들을 궁금해하고, 혹은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해 그들을 실험실에 가둬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더 복잡해진다. 제3부 〈내면의 동물〉은 20세기 들어 동물의 내면을 들여보려 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초기에는 연구 대상에 대한 의인화를 금하며 잔인한 방식의 동물실험을 정당화하는 행동주의가 주류를 이루다가 스스로 야생의 일부가 되어 동물을 그들의 ‘움벨트(Umwelt)’ 속에서 이해해 보려 한 동물행동학자들이 나타났다. 저자는 지에잔카에 살았던 시모나와 레흐의 이야기를 비롯해 동물 연구의 새로운 문을 열었던 찰스 포스터, 콘라트 로렌츠,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 등이 연구 동물들과 엄청난 교감을 나누며 남긴 기록들에 매료된다. 이 이야기는 독자를 웃음 짓게 하고 때로 큰 정서적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반면에,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기준으로 동물의 지능과 학습력, 언어 능력 등을 밝혀보려 했던 멍청한 실험들은 연이어 실패로 돌아갔다. 제4부 〈누가 멍청한 동물인가〉는 애꿎은 동물들만 괴롭히다 끝난 실험들, 연구 현장에서 사람을 속인 영리한 동물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언어는 인간만의 것’이라고 말한 노엄 촘스키의 생각과 달리, 동물들은 각자의 움벨트 속에서 그들만의 언어를 구사하며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 예로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동물의 생태 이야기는 매우 신비롭고 천재적이어서 황홀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우리가 동물에게 인칭대명사를 부여하지 않고 물건처럼 함부로 칭하는 언어 습관에도 사람 외 동물을 경시하고 비천한 존재로 바라보는 잘못된 태도가 깔려있다고 지적한다.

 

5, 6, 8부 | 너무 멀리 와버렸다

 

“인간의 포식 본능은 몸 깊숙이 새겨져 있다. 익힌 고기를 주로 먹는 인간은 약 6미터의 긴 소장을 지녔지만, 섬유질이 풍부한 식물 위주로 먹는 유인원은 대장이 더 발달해 있다. 창에서 활로, 활에서 총으로 이어진 무기의 진화로 인간은 점점 더 막강한 힘을 갖게 됐다. 무기가 정교해질수록 사냥감과 직접 마주할 일은 줄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자연으로부터 한 걸음 더 멀어졌다. 이제 도살은 도축장에서, 조리는 부엌에서 이뤄지며, 식사는 쇼핑과 포장으로 대체된다.  ‘잡는다’는 말은 점차 더 부드럽고 모호한 표현으로 바뀌어 갔다.” -354p

 

제5부 〈공유지의 비극〉은 19세기부터 본격화된 정복과 약탈의 문명사를 주로 서술한다. 공유지인 자연을 누가 먼저 더 많이 차지하는가 하는 경쟁이 이 땅의 지도를 바꾸고 수많은 생명과 서식지 파괴로 이어졌다. 19세기 박물학자들의 눈에 띈 동물은 살아남기 어려웠으며, 사람들은 비버 털로 만든 모자에 박제한 새의 머리까지 장식물로 얹고 다녔다. 무자비한 약탈과 산업화로 토양 황폐화가 심각해져 도시는 강이며 거리며 집앞까지 오물이 흘러넘치게 되었고, 그럼에도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탐욕으로 우리는 합성 비료를 발명한다. 이것이 인구 대폭발의 계기를 마련했으며, 이어 핵무기 탄생으로 사람과 동물의 세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졌다. 우리는 그렇게 브레이크를 잃어버렸다.

제6부와 제8부는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이야기, 동물 포식에 관한 것이다. 6부 〈죽인 자, 먹을지어다 1〉이 인간의 폭력성과 지배 욕망이 낳은 전통적인 사냥의 풍경을 그리며 오로지 ‘(문화적) 전통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동물 살해의 실상을 다룬다면, 8부 〈죽인 자, 먹을지어다 2〉는 슈퍼마켓에서 단백질이 어느 때보다 싸진 이유, 그 가격표 뒤에 숨어있는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기업은 언제나 가난한 소비자를 핑계로 삼고, 정부와 정책 입안자들은 돈이 되지 않는 방식의 시장 개혁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는 동안 희생되는 것은 회복할 수 없는 자연이며 우리의 삶터, 지구다.

 

7부 | 생물다양성이라는 단어 뒤에 가려진 진짜 ‘생명’

 

“동물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실용적인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생태계란 실타래처럼 촘촘히 얽힌 하나의 세계다. 그 안의 무엇 하나를 건드리면 나머지 모두가 함께 흔들린다. 어떤 생명이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지는 사라진 뒤에야 알게 된다. ‘자연 자본’이라는 말이 있다. 경제학자들이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먹을거리, 건강한 흙, 탄소를 저장하는 힘 같은, 자연에서 얻는 자원의 가치를 일컫는 용어다. 한때는 너무도 당연하게 여긴 것들이지만 이제 이런 자연의 ‘서비스’를 ‘사라졌을 때’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으로 환산해 ‘잃게 될’ 가치로 계산하는 시대가 됐다.” -436p

 

6부와 8부 사이에 낀 제7부는 합법적 사냥은 자연의 개체수를 조절하는 보전적 행위라며 동물 살해를 합리화하는 사람들, 혹은 곤충이 조금 줄어드는 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겠느냐며 웃어넘기는 사람들에게, 생태계가 유지되는 복잡한 원리와 그것을 잃었을 때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알려준다. 〈문제는 환경이야, 바보야〉. 짐짓 심각하고 어려운 내용일 것 같지만 ‘생물다양성’이라는 밋밋한 이름 뒤에 가려진 진짜 생명 이야기가 펼쳐지며 흥미를 자아낸다.

낚시꾼들의 제거 대상이 된 왜가리, 조간대 작은 웅덩이의 핵심종 불가사리, 조난한 선원들을 먹여 살린 덕에 멸종해 버린 스텔러바다소, 다시마 섬의 해달과 성게의 관계 등…. 자연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 생태계의 다른 생물들은 안전할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곰이나 늑대, 참매 같은 최상위 포식자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해로운 존재로 낙인찍히지만, 그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중간 단계 포식자가 자연스럽게 억제되며 다양한 생물이 어울려 살아갈 환경이 조성된다. 저자는 우리와 동물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원리와 개별 생물들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가 일선 교육 현장에서 제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파트의 내용은 저자가 평소 강조하는 환경·생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9-10부 | 지구의 끊어진 녹색을 다시 잇는 일, 리와일딩

 

“일론 머스크는 화성을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꿈을 꾼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행성이 먼지로 흩어진 뒤를 상정한, 최후의 대비책이다. 그는 2050년까지 100만 명을 그곳에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 화성이 어떤 곳인지는 우리 모두 잘 안다.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가고 싶은 곳은 아니다. 뛰어놀기엔 너무 멀고, 장난치기엔 너무 적막하다. 거기엔 새소리도, 수영할 바다도 없다. 숨 쉴 산소도, 살아있는 생명도 없다. 물 사정도 그리 좋지 않다. ... 결국 문제는 이것이다. 왜 이 행성은 고치지 못하는가? 수천억을 굴리는 헤지펀드가 왜 꽃피는 생울타리 하나 돌보지 못하는가?” -531p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제9부 〈돌이킬 수 없다는 분노〉로 연결된다. 야생으로부터 너무 멀어진 우리가 생태적 무지, 불편함, 무관심으로 방관하는 동안 이미 많은 생명이 멸종되었고, 지층 밑바닥까지 오염이 진행되었으며, 예측할 수 없는 인수공통감염병이 등장해 죽음의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그 와중에 돈을 쥔 자들은 우주도시 개척을 위한 플랜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고 화성을 식민지로 개척하겠다는 꿈을 말한다. 왜, 이 행성은 지키지 못하고 화성인가. 환경불안을 넘어 분노에 찬 사람들은 보전을 위한 대대적인 전쟁을 시작했다.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어 유럽, 호주 등으로 들불처럼 번져 나간 리와일딩(rewildig, 재야생화) 운동이 그것이다.

옐로스톤국립공원의 늑대 복원 사업,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는 침입종 박멸에 국가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뉴질랜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저마다 각성한 자리에서 작게나마 변화를 시도하는 많은 시민이 있다. 스스로 가진 땅에서, 농장에서, 연못에서, 정원에서 소규모 재생농업이나 윤리적 축산, 생태적인 공간 조성에 매진하며 깨진 그릇을 다시 붙이듯 지구에 녹색 이음선을 만드는 사람들. 급여도 없이 자발적으로 모여 야생동물 밀매나 고래 사냥을 감시하는 국제단체의 자원봉사자도 있고, 이유 없이 도시에서 죽어가는 야생동물을 위해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도 있다. 남편 조너선과 소규모 자연보호구역을 조성해 생태계 복원에 힘을 보태며 글을 쓰고 교육하며 살아가는 저자도 그 한 명이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마치 깨진 도자기를 이어 붙이는 일본 킨츠기 공예처럼 보인다고 해서, 제10부의 제목을 〈금빛 이음선〉이라고 붙였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반가운 것 하나. 이 금빛 이음선에는 오랜 분단의 역설로 야생동물에게 평화의 땅이 된 한반도 DMZ도 언급된다.)

저자소개

저자 : 케기 커루
지은이 케기 커루 Keggie Carew

전작 《아버지의 땅Dadland》으로 코스타 전기문학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케기 커루. 한 인물의 복잡한 삶과 가족사를 통해 시대와 문화를 섬세하게 그려내 주목받은 여성 전기작가가 인간-동물, 4만 년 관계의 대서사를 감동적인 내러티브로 파헤친다. 선사시대 동굴 벽화부터 시작해 우리가 이 땅의 동물들과 관계 맺었던 모든 역사적 순간들로 돌아가 마치 내면의 카메라를 비추듯 섬세하게 풀어낸 이야기 속엔 사랑과 분노, 따스함과 슬픔, 경이로운 기쁨과 칼날 같은 고통 등 강렬한 감정이 깃들어 있다. 종교와 신화, 문학, 과학, 경제, 오늘날 첨예한 환경 문제까지 방대한 자료와 실화를 추적하며 저자만의 언어로 풀어낸 이 700여 쪽짜리 이야기는 우리와 문명사를 함께 걸어온 동물 이웃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이자, 인간이 끝내 정복할 수 없고 정복해서도 안 될 생명성을 향한 찬가다. 과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이 신의 손을 흉내 내게 된 최근 200년간, 우리와 함께한 동물의 역사엔 끝 모를 비참함이 서려있지만, 저자는 더 늦기 전에(이 푸른 행성이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우리 몸에 각인된 연대의 기억을 좇아 야생 회복과 생명 공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호소한다. 책은 2023년 출간되어 생태·환경 분야 저술에 수여하는 영예의 상인 웨인라이트상(Wainwright Prize) 최종명단에 올랐고, 《파이낸셜 타임스》 《BBC 히스토리》 그리고 영국 대형서점 체인 <워터스톤스>에서 ‘올해의 책’, 영미권 최대 논픽션 북클럽인 <넥스트 빅 아이디어 클럽>에서 필독서로 선정되었다.
케기 커루는 현재 잉글랜드 윌트셔와 도싯의 경계에 있는 작은 자연보호구역에서 남편 조너선 톰슨과 함께 산다. 그들은 2014년 이곳 언더힐 마을에서 8만 9000제곱미터의 땅을 사들여 다양한 토종 생물이 어울려 살아가는 환경으로 바꾸는 소규모 리와일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점토질 대지에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사초만 무성한 채 방치된 땅을 잠자리와 올빼미, 박쥐, 야생 벌들이 머물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자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함께 돌아왔다. 오래된 헛간을 개조한 교육장에서 시민 대상 생태 교육도 진행한다. 작가가 되기 전 케기 커루는 런던 골드스미스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후 현대미술계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전작으로 《아버지의 땅Dadland》과 《모래늪 이야기Quicksand Tales》가 있다.
번역 : 정세민
서울대학교동물병원 내과 수련수의사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중국·호주 교환 프로그램, 필리핀·스리랑카 동물의료봉사,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동물병원 ICU실습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사람과 동물을 만나왔다. 인도와 미국 등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배우며 성장했고 중학교 때부터 통번역을 시작해 생태학·생명과학 관련 외 수천 건의 번역과 콘서트, 드라마 발표회, 수의학학회 동시통역 등 분야를 넘나들며 이력을 쌓았다. 특히 《야생의 존재》 번역을 통해 들여다본 다양한 동물의 삶과 언어는 경이와 감동 자체였다. 인간과 인간을 잇는 통번역과 인간과 동물을 잇는 수의사 역할에 동질의 가치와 보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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