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보면 빨간 신발을 신은 아이가 인형 손을 잡고 노란 길 위를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도로시는 강아지 토토와 함께 노란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에메랄드 시티에 사는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를 만나 집에 돌아가게 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가는 길이었습니다. 낯선 땅 오즈에서 씩씩하게 길을 갑니다. 가는 길에 친구들도 만나고, 도움도 받습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동네를 돌면서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요? 우리 동네에는 어떤 곳,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요?
용기를 내 볼까?
보내는 아이는 한 팔을 번쩍 들고 눈물 흘리며 작별 인사를 하고 있고요, 떠나는 아이는 두 눈을 비비며 울고 있어요. “잉잉잉” 하고 소리 내어 우는 듯합니다. 친구와 헤어지는 것도 슬프고 익숙했던 공간과 이별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 마음을 애착 인형의 손을 힘껏 쥐며 삭여 봅니다.
이삿짐이 집으로 들어갑니다. 분주한 이삿날이에요. 아이는 혼자 대문 앞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어요. 심심하고 외로워 보입니다. 살던 곳을 떠나 살러 간 곳. 그곳에는 엄마 아빠도 있고 애착 인형도 있습니다. 식구들이 함께 살 새 집도 있고요. 그러나 그곳에는 함께 놀던 친구와 다니던 학교, 익숙한 동네 길이 없습니다. 대문 밖을 나서면 낯선 사람들과 낯선 길이 있어요. 아이는 이제 낯선 삶을 시작해야 합니다. 분명 '나'는 그대로인데, 식구들도 다 그대로인데, 이 공간과 어떻게 사귀어야 할까요? 모르고 낯설고 그래서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과 두려움도 생깁니다.
혼자서 집 밖으로
그러다 아이는 결심해요. 용기를 내어 혼자서 “동네를 돌겠어!” 하고 마음을 먹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심부름을 가기로 한 거예요. “잘 다녀와.” 하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아이는 인형 손을 잡고 밖으로 향합니다. 아이의 한 발은 땅을 딛고, 한 발은 허공에 있습니다. 그 모습이 그림자로 길게 이어집니다. 혼자 가려는 의지와 망설여지는 마음이 그림에서도 드러납니다.
아이는 대문 앞에서도 '갈까? 말까?' 망설입니다. 그러는데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둘이 그 앞을 지나가요. 작은 아이의 표정은 '어, 처음 보는 아이다.' 하는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지만, 주인공은 그걸 눈치채지 못한 채 인형의 손을 꼭 잡고 한 발을 대문 밖으로 내딛습니다.
주먹을 꼭 쥐고 서서
아이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대문을 넘습니다. 두 다리에 힘을 딱 주고 주먹을 꼭 쥐고 마음을 단단히 먹습니다. 아이의 큰 결심이 땅을 굳게 딛고 선 두 다리에서, 그림자에서 느껴집니다. 아이는 천천히 걸어갑니다. 아이는 홀로서기를 선택한 거예요. 안전한 집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 혼자 들어갑니다. 그러나 금세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어요.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어요. 엄마랑 같이 가 보았던 곳인데, 아이는 당황스러웠지만 곧 시장 길로 가기로 결정합니다. 아, 반대로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따뜻한 눈길을 받으며
시장 길로 들어서자 떡볶이 아줌마도, 채소가게 아줌마도, 혼자 길을 가는 아이에게 말을 건넵니다. 떡볶이와 채소를 팔아 보겠다고 건네는 말이 아니라 '아이야, 너 혼자 길을 가는구나. 별일 없지?' 하고 건네는 돌봄의 인사 같은 말이에요. 아이는 낯선 이의 말에 작은 소리로 대답하거나, 대답을 건네지 못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조심스러운 성격이 보이는 대목이에요. 식물이 가득한 초록의 화원까지 왔을 때 아이는 액세서리 가게를 발견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머리끈이 있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물건들을 보러 갔는데 거기서 모르는 아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아까 아이의 집 앞을 지나갔던 그 작은 아이예요. 그 작은 아이가 인사를 했어요. 아이도 인사를 하려는 참에 작은 아이는 벌써 가고 없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