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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는 감추어도 금방 들킨다


  • ISBN-13
    979-11-91604-63-4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반달뜨는꽃섬 / 반달뜨는꽃섬
  • 정가
    15,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11-22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윤현순
  • 번역
    -
  • 메인주제어
    시선집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시선집 #고요와적막 #상실과그리움 #기억의온도 #상흔의빛 #삶의윤슬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205 mm, 122 Page

책소개

『고요는 감추어도 금방 들킨다』는 삶의 표면을 걷어내고, 그 밑에서 조용히 숨 쉬는 존재의 결을 더듬는 언어의 기록이다. 그의 시는 소리보다 오래 남는 침묵의 숨결로 이루어져 있다. 한 편 한 편이 낮은 목소리로 시작하지만, 그 끝에는 반드시 마음을 울리는 여운이 머문다. 시인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들려주고, 비워냄으로써 더 깊은 충만을 만들어낸다. 그의 시 속에서 고요는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살아 있는 리듬이며, 사라지는 것들을 부드럽게 감싸는 온도의 이름이다.

그의 언어는 단정하고 느리며, 한 문장마다 시간이 스며 있다. 그것은 인간이 잊고 살아온 ‘느림의 존엄’을 다시 불러오는 문장들이다. 일상은 시 안에서 낯설게 반짝이고, 평범한 사물은 존재의 표정으로 변한다. 꽃잎 하나가 떨어지는 장면, 누군가의 발자국, 저녁의 그림자, 사과를 쪼개는 손끝 같은 사소한 순간들이 그의 시에서는 모두 삶의 중심이 된다. 그 순간들은 아무 말 없이 우리 곁에 머물다, 조용히 사라지며, 그 사라짐의 결에 오래된 따뜻함을 남긴다.

윤현순의 시는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으나 결코 멀어지지 않는다. 그는 세상의 소음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 삼켜지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지켜낸다. 그의 시 속에는 잃어버린 이름들의 슬픔과 남겨진 자들의 다정함이 함께 있다. 그것은 견디는 자의 언어이며, 사랑을 오래 기억하는 자의 숨이다. 모든 시가 이별의 뒷모습을 닮았으나, 그 이별은 절망이 아니라 다만 ‘사라짐을 받아들이는 일’로 다가온다.

이 시집을 읽는 일은 마치 저녁의 공기를 천천히 들이마시는 일과 같다. 말의 속도를 늦추고, 사물의 숨소리를 듣게 되며, 내 안의 조용한 생을 깨닫게 된다. 윤현순은 말한다. 고요는 감추려 해도 드러나고, 사랑은 사라지려 해도 남는 것이라고. 그의 시는 그 단순한 진리를 아무런 과장 없이, 그러나 누구보다 단호하게 전한다.

『고요는 감추어도 금방 들킨다』는 이름처럼 조용히 피어나 독자의 마음에 스며든다. 그것은 세상의 모든 소음을 견디고 남은 언어이며, 인간의 상처가 빛으로 환원되는 가장 맑은 순간을 기록한 시집이다. 읽고 나면 마음 한가운데에 작은 고요가 자리 잡는다. 그 고요는 잠시의 정적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로 오래 남는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꽃은 힘이 세다 13
봄이 오는 모습 15
남장사 목련 16
사과를 쪼개다 18
고요는 감추어도 금방 들킨다 20
사월 22
장마 24
조붓한 풍경 25
향일암 동백은 27
모과 29
시 도둑 30
슬픔을 말리는 풍경 31
7월을 정리하다 33
편지 35
은행나무 36

2부
오래 데워진 기억 39
붉은 매화나무 아래 41
신데렐라의 발을 찾습니다 42
등꽃 43
고요 속으로 45
비 오면 46
울기 좋은 곳 47
상강 무렵 49
겨울새 51
조장(鳥葬) 52
길고양이 54
취토하다 55
겨울 아침 57
샤머니즘 59
그림자 61


3부
뭉크를 생각하다 65
워낭소리 67
사람은 꽃이다 68
안간힘으로 70
자화상 71
민달팽이 73
차라리 75
전해지는 이야기 77
소란한 고요 79
신발 81
백일홍 83
사람 단풍 84
설날 모정 85
접목 87
폭염 89


4부
아름다운 내력 93
봄동 95
묘(猫) 96
산을 부축하다 98
화북 100
변산 101
어떤 풍경은 102
고라니와 나누다 103
장미의 집 105
옷이 날개 107
한낱 봄날 109
미끄덩 처서 110
돌아가는 중입니다 112

발문 슬픔의 잔광, 다정의 윤리 114

본문인용

-

서평

윤현순의 시집 『고요는 감추어도 금방 들킨다』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오래된 풍경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 풍경엔 사람의 발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그 위로 시간이 조용히 쌓여 있었다. 그러나 그 침묵은 결코 비어 있지 않았다. 오히려 말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 시집은 바로 그런 ‘고요의 언어’를 복원한 책이다. 세상의 소음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의 숨결을, 윤현순은 한 줄 한 줄의 시로 되살려낸다.

그녀의 시는 조용하지만 단단하고, 고요하지만 끝내 흔들린다. 화려한 수사도, 급격한 감정의 기복도 없다. 대신 한 문장마다 삶의 무게가 눌러앉아 있고, 오래된 마음의 체온이 배어 있다. 윤현순의 시는 세상의 중심에서 외치는 목소리가 아니라, 가장자리에 서서 들려주는 낮은 숨이다. 그러나 바로 그 낮음 속에서 인간의 품격이 빛난다.

이 시집을 읽다 보면, 사라지는 것들의 잔향이 오래 남는다. 꽃잎 하나가 흩날리는 장면, 한겨울의 나뭇가지, 낡은 마루 위의 그림자 같은 이미지들이 시인의 언어를 통해 다시 살아난다. 그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견딤의 미학’을 본다. 윤현순은 슬픔을 미화하지 않지만, 그것을 회피하지도 않는다. 그는 상실의 자리에서 다시 살아내는 일을 말한다. 그에게 시는 위로의 도구가 아니라, 존재를 다시 확인하는 호흡이다.

이 시집에는 인간의 상처가 있고, 그 상처를 감싸는 온기가 있다. 고요는 단지 정적의 상태가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 사라져도 여전히 남는 감정, 그것들이 이 시집의 전편을 관통한다. 윤현순은 고요를 감춘다고 말하지만, 그 고요는 결국 들킨다. 왜냐하면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 시집을 한 시대의 ‘내면의 풍경화’라 부르고 싶다. 급하고 요란한 세상 속에서 아주 느린 호흡으로 인간의 깊은 자리를 비춘다. 그의 언어는 한 장의 수묵화처럼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그 여백 속에 끝없는 감정의 층위를 담고 있다. 그는 시를 통해 말한다. 진정한 고요는 외면의 침묵이 아니라, 마음이 제자리를 찾는 순간에 비로소 피어나는 빛이라고.

『고요는 감추어도 금방 들킨다』는 화려한 명제나 선언으로 독자를 설득하지 않는다. 대신 시인은 맨 마음으로 다가와 “당신의 고요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 질문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고, 시집을 덮는 순간 우리는 깨닫게 된다. 고요란 결국 사랑을 닮은 감정이며, 감추어도 금방 들키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본래 언어이기 때문이다. 윤현순의 두 번째 시집은 시인의 내면을 넘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세상의 소음에 지친 이들에게 이 시집은 잠시 멈춰 숨 고르게 하는 쉼표이자, 고요 속에서 자신을 다시 듣게 하는 따뜻한 진심의 책이다.

저자소개

저자 : 윤현순
윤현순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대구경북작가회의 회원이며 꽃섬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오래된 여자>
공동시집 <꽃섬, 너는>
공동산문집 <그래 그래 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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