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으로 오면서, 구강암과 관련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타액 속 세균은 푸소박테리움 뉴클레아툼(F. nucleatum)과 진지발리스(P. gingivalis)이다. 이 둘은 가장 대표적인 구강유해균으로 꼽히기도 하면서, 동시에 구강 바깥의 질병(푸소박테리움은 대장암, 진지발리스는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많이 거론된다.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유명해진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기법으로 푸소박테리움이나 진지발리스 같은 구강유해균의 양도 분석할 수 있다. 간단한 타액채취를 통해 미생물 분포를 본다면, 복잡한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구강암이나 대장암, 치매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1-1〉
음식 중에는 미생물이 주역이 되어 만든 것도 있다. 김치, 된장, 간장, 요구르트, 와인, 치즈 같은 것들이다. 이런 음식들은 거기 포함된 미생물을 함께 먹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음식과 함께 몸으로 들어오는 미생물들이 잘 자라 우리가 먹은 재료들을 잘 분해할 수 있도록 밀봉된 환경만을 제공하고, 그 분해된 산물도 흡수하여 건강을 유지한다. ‘익힌 것도 아닌 날것도 아닌’ 이와 같은 발효음식들은, 19세기 냉장고의 발명 이전까지는 인간 음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역으로, 현대인들에게 가장 보충이 필요한 음식이기도 하다. 최근 10년 사이 급속히 커진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시장은, 실은 이와 같은 발효음식에서 추출한 유산균, 유익균 들로서 발효음식을 더 섭취해야 할 현대생활의 필요성에 대한 응답일 수 있다. 〈1-2〉
당연한 일이겠지만 입속에서 벌어지는 질병의 조기진단에는 피보다 침이 훨씬 더 신빙성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구강유해균 검사이다. 2024년 우리 병원과 (주)닥스메디는 코로나로 일반화된 PCR 기법으로 구강내 대표 유해균 진지발리스(P. gingivalis) 를 포함한 유해균 7종을 매우 정확하게 정량화할 수 있음을 보고했다. 이런 구강유해균 검출을 통해 구강내 대표질환인 치주질환, 임플란트 주위염, 충치는 물론 치매나 대사질환 등 전신적인 문제도 일정부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다. 구강암은 조기진단이 상당히 어려워서 아직도 5년 생존률이 50% 정도에 머무르는 암이다. 그런데 구강암 환자의 침 속 미생물이나 세포간 신호물질(cytokine) 등이 정상인과 상당히 달라, 조직검사를 하기 전에 타액검사를 통해 구강암의 가능성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 〈1-3〉
최근 들어선, 아밀라아제 유전자가 이미 80만 년 전, 즉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분기되기 이전부터 존재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되면, 1만 년 전의 농경의 시작은 ‘새로운 변이를 촉발한 사건’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광범위한 유전적 다양성 중에서 특정 변이를 강하게 선택한 사건이 된다. 이는 유전학에서 말하는 부드러운 선택(soft sweep)의 좋은 예이다. 새로운 유전적 이점이 갑자기 나타나 전체 인구를 장악하는 강한 선택(hard sweep)과 달리, 부드러운 선택은 이미 존재하던 다양한 유전자형들 중 환경에 유리한 몇몇 유전자형의 빈도가 서서히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지켜볼 일이다. 〈1-4〉
나의 경우도 그렇지만 나의 지인들도 꼭꼭 씹기를 실천한 이후, 가끔씩 오던 위·식도역류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실제 여러 임상연구들에서도 씹는 횟수를 늘리면, 위·식도역류가 좋아진다는 보고가 많다. 야식이나 치맥를 즐기는 현대인들에게 갈수록 위·식도역류가 많아지고 있고, 그래서 여기에 처방되는 약인 양성자펌프억제제의 사용량이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데, 다른 많은 생활습관병들과 마찬가지로 위·식도역류는 가능한 꼭꼭 씹기나 저녁에는 이른 시간에 가볍게 먹는 등의 ‘습관’으로 해결해야 한다. 음식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미생물들을 살균하여 우리 몸을 보호하는 장치인 위산(stomach acid)을 못 만들게 하는 양성자펌프억제제는 감염을 더 취약하게 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1-6〉
입속 세균들은 하나하나가 입속을 터전 삼아 살아가는 생명체들이다. 실제로, 앞서 말한 현재 구강 미생물로 수집되어 있다는 800종이 넘는 세균 중 대부분은 상주(commensal) 세균들이다. 인간이 지구를 서식처 삼아 살아가듯 세균도 우리 몸에, 입속에 그냥 상주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그러듯 세균들 역시 입속에서 군집을 이루고, 그 안에서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일정한 균형을 이루며 살아간다. 동시에 구강을 감싸고 있는 우리 몸의 여러 세포들(숙주, host)과 면역기능도 이들 세균을 인지하고 긴장하면서 또한 균형을 이룬다. 또 800여 종 중 일부는 구강건강을 위해, 심지어 우리 몸 전체의 혈압조절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유익균들이기도 하다. (이 대목 기억하기 바란다) 〈2-2〉
입술이나 입술 아래가 부르트는 것, 좀 피곤하다 싶으면 가장 먼저 오는 신호이다. 얼굴 안쪽 3차 신경절이란 곳에 잠복해 있다가 몸이 피곤하거나 면역에 문제가 생기면 모습을 드러내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이다. 그러면 이런 물집은 헤르페스(외부 바이러스) 탓일까? 내 몸(내부 숙주) 탓일까? 몰론 둘 다 요인이겠지만, 헤르페스가 피해갈 수 없는, 이미 내 몸과 공존하고 있는 바이러스라면, 문제는 내 몸의 관리다. 그래서 헤르페스가 오면 나는 무조건 쉰다. 문제는 나다! 〈2-3〉
경쟁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생물들은 바이오필름 안에서 서로 협력하기도 한다. 서로에게 붙을 수 있는 지렛대를 제공하고, 심지어 어떤 미생물은 다른 미생물이 먹고 내놓은 대사물을 받아먹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입속세균 푸소박테리움 뉴클레아툼(Fusobacterium nucleatum)은 소화기 암 조직에서 흔히 발견되는 또다른 세균인 오리스(S. oris)라는 세균이 만든 대사물질로 증식력을 더 키울 수 있다. 효모가 발효를 통해 만든 맥주나 빵을 인간이 받아먹는 것과 같다. 또 서로 먹여주기(cross feeding)도 하는데, 대장균들이 서로를 연결하는 긴 관을 만들어 먹이를 교환하는 것이 관찰되기도 한다. 기나긴 생명의 진화과정에서 이런 협력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정착되었을 것이다. 〈3-2〉
치아와 잇몸 사이에는 작은 공간이 있다. 치아와 잇몸이 바로 붙어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 홈을 치은열구(periodontal sulcus) 혹은 치주낭=치주포켓=잇몸주머니(periodontal pocket)라고 한다. 잇몸주머니는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잇몸을 뚫고 나오면서 만들어진다. 모든 치아 주위에는 잇몸주머니가 있어서, 하나하나는 작은 홈이라고는 해도 이것을 모두 합하면 12cm2 정도 된다. 미생물의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공간이다. 〈3-3〉
임플란트를 시술한 후에도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입속의 세균은 임플란트 주위에 가벼운 염증을 일으키고, 심지어 주위의 턱뼈를 녹여서 결국 임플란트를 뽑아야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임플란트 염증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살펴보니, 63.0%의 임플란트에서 주위 점막염증(mucositis)이 나타나고, 표면의 점막을 넘어 치조골이 녹아내린 경우도 25.0%에 달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비흡연자들에게서는 그 비율이 대폭 떨어진다. 진료실에서 임플란트하신 분들께 늘 구강위생을 강조하고 특히 금연할 것을 권하는 이유이다. 〈3-5〉
이처럼 산화질소가 구강을 통해 재순환되는 과정을 장타액순환(Enterosalivary circulation)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면 타액 속에서 이처럼 고마운 역할을 하는 세균들은 어떤 녀석들일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나이세리아(Neisseria)와 베일로넬라(Veillonella)를 비롯해 입안에 상주하는 세균들이 관여한다. 이들은 2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 입안에 많이 사는 세균들이다. 구강미생물은 비단 충치와 잇몸병을 만드는 주범이 아니라, 실은 대부분은 상주세균들은 이처럼 그냥 살거나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동반자라는 것이다.
구강 미생물이 산화질소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우리의 구강관리 습관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화학물질을 너무 과하게 사용하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4-1〉
구강은 예민한 곳이다. 또 앞서 말했듯, 방어벽이 약하다. 그래서 가벼운 염증이 생기면 바로 통증이 시작되고 잇몸에선 피가 난다. 그러면 균혈증이 일어날 수 있다. 입안에서 일어나는 균혈증(bacteremia, 혈액에 세균이 발견되는 증상)은 구강 미생물이 심혈관 문제에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짐작을 하게 만든다. 실제로 칫솔질만 해도 균혈증이 발생하고, 특히 칫솔질 후 출혈이 발생하면 균혈증 발생빈도는 8배나 더 높아진다. 더욱이 눈길이 가는 연구 결과는, 잇몸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피를 뽑아 세균검사를 했더니 98종의 세균이 검출되었는데, 이 중에서 32종이 심내막염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세균들이었다는 것이다. 〈4-2〉
미국의 경우 아목시실린 같은 항생제나 항우울증약을 포함해 5개 이상 약을 한꺼번에 먹는 다제약물복용(polypharmacy)에 노출된 임산부의 비율이 10%를 넘어가고 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각각의 약들을 복용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모든 약들은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약들의 부작용은 이제 막 생명활동을 시작한 태아들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항생제의 경우 태아들의 몸 속에서 막 움트기 시작하는 상주세균(microbiome)들에게도 타격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몸의 건강한 상주 미생물은 태아와 영아 때부터 면역과 인지기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이 항생제로 파괴된다면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서 아토피나 천식, 주의력결핍(ADHD), 자폐증후군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4-5〉
당뇨와 입속세균이 오랜 관계라면, 고혈압과 입속세균의 관계는 비교적 최근에 급속히 주목받는 관계이다. 혈압조절의 핵심물질 산화질소가 구강의 정상 상주세균에 의해서 재활용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시금치 같은 음식물 속의 재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산화질소는 혈관에서 혈관팽창 기능을 한 후, 그 일부(약 25%)가 타액으로 나와 구강의 상주균에 의해 화학적으로 한번 변형(환원, reduction)된 후 다시 장으로 향해 재활용된다. 이를 ‘산화질소의 장타액순환’이라 한다(4장, 01.‘입몸으로 들어가는 입구’ 참조). 그런데 만약 구강의 유해균들이 과증식해서 상주세균 군집이 망가지고 치주염이 발생하면, 결과적으로 장타액순환이 망가지게 된다. 산화질소의 재순환이 안 되니 혈압이 올라간다. 미국심장협회의 기관지는 치주질환이 있으면 혈압이 수축기 혈압을 기준으로 3.39 정도 올라가게 된다. 역으로 잇몸치료를 하면, 혈압이 내려간다. 〈4-7〉
치과는 구강미생물, 입속세균과의 씨름터이고, 치과치료는 구강미생물, 입속세균 군집의 개선 작업이다. 치료가 시작되면 구강환경도 변한다. 그런데 쓰던 칫솔에는 입속세균, 구강미생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칫솔에는 잘 말려둔 것이라도 100~1,000억 마리(CFU)의 세균이 있다고 한다. 또 사용기간이 3개월을 넘어가면 칫솔 속 구강미생물은 대폭 증가한다. 그래서 심지어 칫솔이 변기보다 더럽다는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5-3〉
미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치실 쓸래 죽을래(Floss or die)?’ 치실의 사용을 강조하는 일종의 캠페인이다. 잇몸 전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세균이 밀집하는 곳은 이와 이 사이, 즉 치간(齒間, interdental space) 다. 그래서 대부분의 잇몸병은 치간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이 부위의 구강 세균이 관리되지 않으면, 미국인들의 수명을 가장 많이 앗아가는 심혈관질환을 포함한 여러 질병에 더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앞에서도 서술했듯, 미생물에 관한 많은 최근의 과학문헌은 구강미생물이 구강에만 그치지 않음을 보여주고, 거기에는 심혈관도 포함된다. 〈5-3〉
구강위생 관리에서 현재 가장 이슈가 많은 것은 치약으로 보인다. 두 가지 측면에서의 이슈다. 하나는 불소 문제이고, 하나는 합성계면활성제 문제이다. 합성계면활성제 치약은 미각을 훼손할 뿐 아니라 구강의 상주세균을 해치고, 구내염이 생길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암환자들에겐 합성계면활성제가 들어가지 않은 치약을 권한다. 항암치료의 가장 흔한 부작용인 구내염이 더 자주 생기고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LG 생활건강 연구소의 초대로 연구원들께 강의한 적이 있는데, 그분들께도 간곡히 부탁했다. 대기업부터 치약에서 합성계면활성제를 빼달라고. 〈5-4〉
항균제를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감염이란 미생물과 우리 몸의 면역력이 서로 다이나믹하게 다투며 진행하는 일인데, 미생물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증식할지 또 우리 몸의 면역력이 얼마나 튼튼하게 미생물을 막아줄지 알 수 없다. 이런 애매한 상황인 경우 의사들은 대개 항균제를 처방하는 쪽을 택한다. 감염의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져올 내성균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