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의 대작, 생명 존중의 불멸의 예술을 만나다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곧 마음을 보호하는 것” “호생즉호심(護生即護心)” 사상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노래한다. 중국의 작가, 화가, 만화가, 예술이론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거장 펑츠카이(풍자개豐子愷, 1898~1975)의 대표작인 『호생화집』이 마침내 한국 독자들을 만난다. 펑츠카이는 스승 홍일법사(弘一法師)의 권유를 받아 제작을 시작했으며, 그의 생애 동안 꾸준히 발전시켜 초집(初集) 출간(1929년) 이후 총 6집(1979년)에 걸쳐 완성된 불멸의 걸작이다.
풍자개수필집 02,03,04 총 3권은 450폭의 아름다운 회화와 450편의 시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홍일법사, 마이푸(馬一浮) 등 당대 최고의 불교학자와 문인들이 시문을 공동 집필한 이 작품은, 단순한 예술 작품집을 넘어 대승불교의 자비 사상을 근간으로 한 생명 존중 메시지를 전하는 철학서이자 교화서의 성격을 지닌다.
펑츠카이는 “일체중생개유불성(一切眾生皆有佛性)” 사상을 바탕으로,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자연까지도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강조하며,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한 경외와 사랑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환경 보호, 동물 복지, 생태적 공존의 윤리적 가치와 깊이 연결되는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전한다.
전통과 근대를 아우르고, 유교의 측은지심과 불교의 자비심을 융합하다
펑츠카이(1898~1975)는 상하이 미술학교와 일본 유학을 통해 서양화, 중국화, 일본 유학 체험이 융합된 독특한 화풍을 구축한 인물이다. 1927년 홍일법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불교 사상에 심취하여, 그의 예술은 불교 윤리를 시각화한 독창적인 경지로 승화되었다.
『호생화집』은 생명을 보호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작은 벌레 한 마리를 살리고, 짓밟힐 위기의 달팽이를 옮겨주는 장면을 통해, 자비심은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일상 속 작은 선행으로도 실천할 수 있는 윤리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주제 의식을 포괄하며 다층적인 가치를 함축하고 있다. 동물과 인간의 평등한 관계: 존재의 위계 없이 모든 생명체를 동등하게 인식하고, 일상 속 자비의 실천: 누구나 실천 가능한 일상적 윤리로서의 자비심을 강조하며, 생명 존중의 구체적 사례들: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감동을 주는 실천 방안을 제시, 불교적 생태 윤리의 구현: 모든 중생이 불성을 지닌다는 대승 사상에 기반, 감정 이입의 미학: 동물과 작은 생명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여기는 측은지심과 연결하고, 평화로운 공존의 이상: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제시한다.
역자 박동욱 교수는 5년 전 번역을 완료했으나 저작권 문제로 출간이 지연되었던 이 역작을, 중학교 2학년이 된 아들 유안이에게 따뜻한 마음과 경외를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번역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배제를 넘어, 공존과 조화의 길을 모색하게 하는 이 책은, 모든 살아 있는 것에 경외감을 느낄 때 비로소 인간이나 다른 생명체에 대해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깊고 단순한 진리를 아름다운 예술로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