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어른이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할 때
아이는 다른 삶의 가능성, 다시 일어날 힘을 배운다.
부너미 네 번째 책 《아이가 있는 집의 질문들》
2019년 첫 책 출간 이래 “결혼한 여성들의 언어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아 온 부너미가 네 번째 책 《아이가 있는 집의 질문들》을 출간했다. 이번 신간에서도 ‘개인적 문제’, ‘집안 문제’로 덮어 두기 쉬운 일상의 사안들을 논의의 한가운데로 끌고 오는 부너미 특유의 관점이 빛난다. 책의 주제는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다. 집 안에서조차 집 밖의 시스템과 경쟁구도에 구속되는 현실에서 저자들은 아이가 자라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을 놓지 않으며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을 극복하고 ‘달라질 수 있다’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질문을 이어 간다.
“아이랑 살면 행복해요?”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기 위해 먼저 질문하고 깊이 고민한
동료 양육자들의 이야기
한국에서 양육자들이 처한 현실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이 OECD국가 중 최저(2025년 0.72명)라는 사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에 출산과 비출산 사이에서 갈등하고, 실제로도 아이를 키우는 데 경제적 시간적 소모가 크며, 사회적으로는 ‘노키즈 존’ 등이 아이를 환대하지 않는 분위기를 대변한다. 아동청소년기와 관련하여 ‘입시경쟁’, ‘사교육 시장’, ‘청소년 우울증’ 같은 키워드가 연상되는 사회에서는 양육에 더 각별한 각오와 필요 이상의 수고가 있어야 한다.
‘세상이 바뀌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라는 문제의식으로 가족, 집, 모성, 돌봄, 성을 주제로 함께 공부하는 모임 부너미는 여기에 더해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집 밖에서 마주하는 세계는 입시나 교육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질문이 많다. 말문이 트이면 “이게 뭐야?”라는 질문이 아이들 입을 떠나질 않고, 조금 더 크면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다. 기쁘게도 또한 무겁게도, 그 질문들에 답하는 사람은 아이들 곁에 있는 양육자가 되기 마련이다. 《아이가 있는 집의 질문들》은 아이와 함께가 아니었다면 하지 않았을 질문들이 그 중심에 놓여 있다.
집이 아이에게 가능성이 되려면
세상의 논리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품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질문하는 책
부너미의 저자들이 양육자로서 가진 질문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1장 가족이 아이에게 가능성이 되기를’에는 가족이 서로에게 장해물이 되고 있지 않은지 묻는 주제들을 담았다. ‘2장 서로를 잘 돌보려면 어떤 가족이어야 하는가’는 서로에게 1차 보호자가 될 수밖에 없는 가족 사이에서 더 절실한 돌봄 문제를 들여다본다. ‘3장 세상의 논리로부터 집을 지키는 법’은 가정에까지 침투한 자본주의 논리와 외모지상주의 등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4장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가장 어려운 대화’는 성(sex), 가사분담, 정치적 성향 등 가족이어서 더욱 입장차가 첨예해지기 쉬운 주제들을 다룬다. ‘5장 고민하는 만큼 우리 집은 달라질 것이다’에서는 사교육, 다이어트, 진로 문제, 성적 지향 등 자녀가 있는 집의 현안들을 함께 고민한다.
저자들의 질문은 질문에서 끝나지 않고 곁을 바꾸는 실천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아이가 있는 집의 질문들》에는 크고 작은 실천기가 담겨 있다. ‘왜 아빠 성을 따르는 게 당연하지?’라는 의문을 품고 사회적 논의들을 살펴본 뒤 남편을 설득해 아이에게 자신의 성을 물려준 양육자, 중학교 진학을 앞둔 아들에게 긴 머리카락을 자르라고 강요하기 전에 관련 교육을 찾아 듣고 공부한 양육자, 우리 집 아이의 돌봄을 맡아 주는 엄마(아이의 조부모)에게 용돈 대신 정기적인 급여를 드리며 엄마의 노동이 가진 경제적 가치를 온전히 인정하고자 애쓴 양육자 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곁을 바꾸기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드러나는 집,
그런 집에서 곁을 바꾸어 나가는 사람들, 부너미
2024년 겨울, 부모와 자녀의 정치 성향이 극단적으로 다른 어느 가정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유명인인 부모의 사회적 발언이 가정에서 자녀에게 이루어지는 행동과 달랐던 것이 그 원인으로 꼽혔었다.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이인 아이와 양육자는 때론 서로의 감시자다. 말만으로는 곁을 바꿀 수 없다. 집에서의 실천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일상적이고 반복적이어야 하기에 그렇다. 《아이가 있는 집의 질문들》에서는 곁을 바꾸고자 분투하는 저자들의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런 노력을 통해 저자들이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마다 그 꾸준함과 단단함에 감탄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런 실천을 포기하지 않으며 우리가 얻은 것은 곁을 바꾸는 힘이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는 확신이었습니다. 이전과 달라진, 더 나은 삶 속으로 들어서는 경험은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앞으로의 삶을 마주하는 용기가 됩니다._〈서문〉에서
《아이가 있는 집의 질문들》은 아이 곁의 가장 가까운 어른으로서 양육자에게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함께 고민하자고 손 내미는 책이다. 아이에게 가장 보여 주고 싶은 것은 자기 삶에 대해 고민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나아가려는 삶의 태도이지 않냐고 속마음을 물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