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평등한 세상에 살고 있을까?
우리는 매일 학교를 가고, 회사를 가고, 가야 할 데를 간다. 차를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면서.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은? 스마트폰에서 지도 앱을 켜고 검색해 보면 된다. 제법 정확하다.
하지만 지도 앱에서 1시간 걸린다고 나왔는데, 3~4시간이 걸려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들 이야기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목적지에 가기 위해 정류장에 있다면 버스를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한 지역에서 조사를 해 봤는데 무려 1시간 반이나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또 한 장애인 단체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하철을 이용할 때 걸리는 시간은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이 3~9배 정도 더 걸린다고 한다.
장애인은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일할 수 있는 장애인 중 실제로 일하는 경우는 30% 정도에 불과하다. 또 일할 때도 비장애인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다.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일하는 장애인 중 만 명 정도가 같은 일을 하는 비장애인 월급의 25% 정도밖에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 우리는 평등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보이지 않는 사람들
비장애인은 일상생활에서 장애인 친구를 만나거나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볼 일이 생각보다 적다. 우리나라에는 장애인이 많지 않아서 그런 걸까? 실제로 우리나라의 장애인 수는 전체 인구의 5% 정도다. 그건 초등학생 수와 비슷한 수치다. 근데 주변에서 초등학생을 보는 일은 흔하지만 장애인을 보는 건 흔하지 않다. 왜 그럴까?
그건 실제로 장애인이 집밖에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관심이 없어서 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장애인이 아무렇지 않게 다니는 학교나 마트 등을 가려면 지체 장애인은 엄청난 힘과 시간을 쏟아야 한다. 편의점에 가서 음료나 과자를 먹으려고 해도 시각 장애인은 제대로 원하는 걸 선택하지도 못한다. 병이나 캔에 점자가 들어가 있지만 ‘탄산, 음료’ 정도로 정확한 정보는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불편한 시선도 받아야 한다. 주변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을 두고 ‘불쌍한 장애인을 도와줘야 해서 만든 시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은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과 같은 권리를 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 가령 인도 위 점자 블럭은 시각 장애인에게도 똑같이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 만들었다. 또 많은 비장애인이 처음 보는 장애인에게 반말을 한다고 한다. 불쌍하고 나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애인은 불편한 시설과 불편한 시선 때문에 집밖으로 나오는 일이 드물다. 그런데도 비장애인은 남의 일로만 치부하고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 비장애인도 편리한 세상
장애인을 위해 만든 시설은 결국 비장애인에게도 편리함을 주는 경우가 많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하철역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그런데 지금은 장애인보다 노인, 무거운 짐을 나르는 사람, 임산부나 유모차를 끌고 가는 사람 등 비장애인이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건물 입구에 만들어진 휠체어 경사로도 마찬가지다. 만약 카페 앞에 휠체어 경사로가 없다면 유모차를 끌고 온 부모도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을 먼저 고려해서 우리 주변의 시설을 만들어 간다면 분명 비장애인에게도 유용하고 편리할 것이다. 그러니 주변 환경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비장애인이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있다. 장애인의 90%는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되었다. 태어나자마자 장애를 가진 게 아니라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장애인이 된 것이다. 그 말은 곧 지금 비장애인도 언젠가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소리다.
내가 아니면, 나와 가까운 누군가가 장애를 갖게 되는 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날 일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평등하게 지낼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평등한 세상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