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사가가 쓴 한 가족의 역사
“한 집안의 기록이 곧 한 시대의 역사다!”
이 책은 역사학자 백승종이 자신의 집안인 수원백씨 가문의 역사를 되살려낸 기록이다. 세효각(世孝閣)은 전라북도 전주에 자리한 사당의 이름이었는데, 이 집안에서는 조선후기에 효자 14명과 열녀 3명이 나왔다. 저자는 세효각으로 불린 백씨 집안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멀리 통일신라 말기부터 조선을 거쳐 현대까지 이어진 가족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히 그려낸다. 이 책은 고압적이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한 가문의 자랑질이 아니라, 일상의 언어로 기술한 삶의 역사다. 조선 시대 어느 고을에서나 목격할 수 있었던 선비들의 교양과 인격, 그들의 생활 태도와 정신세계, 그리고 여성들의 독서와 필사 및 독후감 쓰기가 이 책에 등장한다. 아울러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및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그들이 어떠한 생존전략을 구사했는지, 좌우의 이데올로기 충돌로 인한 시련은 그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등 세세한 이야기가 지면에 낭자하다. 저자는 자신의 집안에 보관된 편지와 문서는 물론이고 국가가 발행한 공식문서를 음미하고, 구전의 전통을 정밀하게 저울질해 집안의 기억을 시대의 역사로 확장하고 있다.
책의 끝부분에는 40년 넘게 역사를 연구하며 살아온 저자의 학문적 여정이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그는 왜 역사를 전공하게 되었는지, 그의 내면에서 일어난 전통문화와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문제의식을 조금씩 확장해가며 이룬 크고 작은 성과를 담담하게 서술한 것이다. 세월과 함께 잊혀가는 가족의 역사를 다시 떠올리며, 조선의 선비와 그 가족들의 어떻게 살았는지를 세밀하게 복원해내려는 저자의 시선은 오늘의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세효각 백씨 이야기》는 한 가족의 연대기지만 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자신의 뿌리를 돌아보게 하는 인문학적 기록으로, 우리도 각자의 가족 역사를 써야겠다는 의욕을 일깨운다.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60410193〉